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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엔딩

화장장, 모두 필요하다면서 아무도 검증하지 않는다

 

"다이옥신도, 질소산화물도 다 걸러낸다"... 그 말, 누가 확인해줬나

 

- 화장률 95%를 넘긴 나라에서, 화장장 필요성엔 다들 동의하면서 부지 앞에서는 반대가 반복된다
- "기술은 이미 안전하다"는 찬성 측 논리는 정작 독립된 검증 없이 시설 운영기관의 자체 설명에 기대고 있다
- 수은 저감 장치 설치 현황조차 국가 차원의 집계가 없다. 다이옥신·질소산화물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 허가는 보건복지부, 관리는 환경부가 맡는 이원 구조 아래 누구도 전체 그림을 책임지지 않는다

 

화장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제 이견이 없다. 통계청 집계로 국내 화장률은 이미 95%를 넘어섰다. 그런데 이 필요성에 대한 합의는 딱 거기까지다. "그럼 이 자리에 화장장을 짓겠다"고 특정 부지가 결정되는 순간, 방금까지 고개를 끄덕이던 여론은 태도를 바꾼다. 필요한 건 맞는데, 왜 하필 여기냐는 것이다.

그 부지에 살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 문제는 다시 남의 동네 일이 된다. 반대로 그 부지 주민들에게는 다른 모두가 떠넘긴 부담이 고스란히 자기 일로 남는다. 수요가 늘었다는 사실과, 특정 장소에 시설을 짓는 것이 정당한가 하는 판단은 전혀 다른 층위의 질문이다. 그런데 이 둘은 논쟁 현장에서 자주 뒤섞인다.

"정서적 반발"이라는 손쉬운 딱지

이 뒤섞임 속에서 반복되는 화법이 있다. 반대하는 주민들을 향해 "기술은 이미 안전한데 정서적으로 반발하는 것"이라고 정리해버리는 화법이다.

그러나 특정 부지 주민들의 반대에는 여러 이유가 겹쳐 있는 경우가 많다. 환경 문제에 대한 우려뿐 아니라 부지 선정 절차가 투명했는지에 대한 불신, 인근 부동산 가치에 대한 현실적 계산, 시설이 들어선 뒤 지역 이미지가 고착될 것이라는 걱정이 함께 얽혀 있다. 이런 복합적인 이유를 '님비'라는 한 단어로 뭉뚱그리는 것은 상대의 주장을 요약하는 것이 아니라 딱지를 붙이는 것에 가깝다.

문제는 이 화법이 성립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전제가 있다는 점이다. "기술은 이미 안전하다"는 그 전제 자체가 검증된 사실이어야 한다.

"걸러낸다"는 설명, 출처를 따라가 보니

현대식 화장로가 다이옥신과 질소산화물을 걸러내고, 겨울철 굴뚝에서 나오는 백연까지 저감하는 설비를 갖췄다는 설명은 여러 자료에서 반복해 등장한다. 그런데 이 설명의 출처를 하나씩 따라가 보면, 대개 그 끝에는 시설을 운영하는 기관이나 설비를 만든 업체 자신이 있다.

정화 성능이 실제로 얼마나 되는지, 그 수치를 독립된 기관이 상시로 확인하고 있는지, 확인된 결과를 시민이 볼 수 있게 공개하고 있는지를 물으면 답이 궁색해진다. 이것은 "화장로가 오염물질을 배출한다"는 의심의 문제가 아니다. "정화된다는 그 주장을 누가, 어떻게, 얼마나 자주 검증하고 있는가"라는 훨씬 더 기본적인 질문의 문제다. 이 질문에 답할 공개된 체계가 없다면, "기술은 이미 안전하다"는 문장은 검증된 사실이 아니라 업계의 자기 진술일 뿐이다.

수은 사례로 확인되는 검증 공백

이 구조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대목이 수은이다.

대기환경보전법은 배출시설에 방지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면서도, 오염물질이 항상 배출허용기준 이하로 나오거나 다른 방법으로 적정처리가 가능하면 그 의무를 면제하는 단서를 두고 있다. 이 면제 조항이 화장 시설에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는지, 어느 시설이 수은 저감 장치 없이 운영되고 있는지를 공식적으로 확인해주는 기관이 없다.

측정은 이루어진다. 그런데 사업자가 측정 대행업체를 고용해 스스로 측정하고 스스로 제출하는 자가측정이다. 그 결과는 시민이 확인할 수 있는 공개 데이터베이스에 올라가지 않는다. 굴뚝을 24시간 감시하는 원격감시체계조차 수은을 상시 측정 항목으로 다루지 않는다.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는 것과, 그 장치가 지금 이 순간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인데, 이 차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여기서 하나는 짚어야 한다. 굴뚝자동측정기기(TMS)는 사업장 굴뚝에서 측정한 값을 자료수집기가 통신망을 통해 한국환경공단으로 전송하는 체계인데, 이 측정기기를 설치하고 운영하고 유지보수하는 주체는 여전히 배출시설, 즉 화장장 사업자 자신이다. 측정기 자체가 시설의 소유이지 정부의 소유가 아니다. 게다가 수은은 이 TMS의 상시 측정 항목에 애초부터 포함되지 않는다. TMS가 있으니 괜찮은 것 아니냐고 되물을 수 있지만, 수은 문제에 관한 한 이 장치는 있으나 마나 하다.

이것이 수은 하나에 국한된 특수한 사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설치 의무의 불명확함, 설치 현황 데이터의 부재, 자가측정이라는 구조적 한계, 상시 감시 체계의 부재. 이 네 겹의 공백은 수은에 적용되는 감시 체계의 문제이지, 다이옥신과 질소산화물에는 다른 잣대가 적용된다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 오히려 "우리 설비는 다이옥신과 질소산화물까지 걸러낸다"는 설명이 어떤 독립된 측정과 공개된 데이터로 뒷받침되는지 되짚어 봐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허가는 복지부, 관리는 환경부... 책임이 나뉜 자리

이 공백은 우연히 생긴 것이 아니다. 화장 시설의 설치 허가는 보건복지부 소관이고, 배출 기준을 정하고 사후 관리를 맡는 것은 환경부다. 허가권자와 관리권자가 분리된 이 구조에서는 전국 화장시설의 오염물질 관리 실태를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들여다볼 부처가 없다.

복지부는 시설을 허가하지만 배출가스 관리에 전문성도 권한도 없다. 환경부는 배출 기준을 정하고 위반을 단속할 수는 있어도, 전국 화장시설의 설치·운영 현황 자체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공개하는 일까지 자신의 소관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이 이원 구조는 수은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다이옥신, 질소산화물, 백연 저감 설비 전반에 똑같이 걸쳐 있다. 책임이 두 부처로 나뉘는 순간, 어느 오염물질이든 그 실태를 처음부터 끝까지 추적할 단일한 주체가 사라진다.

영국은 숫자가 있어서 정책을 만들었다

비교할 대상은 있다. 영국은 화장장별로 수은 저감 장치의 가동 여부와 처리 건수를 의무적으로 보고받고, 이를 근거로 전국 설치율을 매년 집계해 공개한다. 이 데이터로 2023년 기준 약 70%라는 수치가 파악됐고, 이를 근거로 정부는 2027년까지 95%를 목표로 하는 정책을 세울 수 있었다.

숫자가 있었기에 정책이 가능했다. 한국에는 이 숫자 자체가 없다. 설치율을 집계하는 기관이 없고, 보고 의무가 없고, 결과가 공개되지 않는다. 숫자가 없다는 것은 단지 행정의 공백이 아니다. "안전하다"는 주장도 "위험하다"는 주장도 누구 하나 사실로 확인할 수 없는 상태라는 뜻이다.

근거 없는 확신끼리의 충돌

이 두 결핍은 결국 한자리에서 만난다. 반대 여론을 정서적 반발로 몰아붙이려면 기술의 안전성이 검증된 사실이어야 하는데, 정작 그 검증 체계 자체가 없다. 찬성하는 쪽은 검증되지 않은 안전성을 사실인 것처럼 말하고, 반대하는 쪽은 검증되지 않은 위험성을 사실인 것처럼 말한다. 양쪽 모두 확신은 있지만 근거는 없다. 이 상태에서는 누가 옳은가를 다투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화장장은 국민 대다수가 언젠가 이용하게 될, 부정할 수 없이 필요한 시설이다. 동시에 그 필요를 뒷받침한다는 기술적 근거조차 누구도 독립적으로 확인하지 않는 시설이기도 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반대 여론을 설득할 더 강한 수사가 아니라, 설치 현황을 집계하고, 독립된 기관이 측정하고, 그 결과를 시민이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최소한의 체계다. 그 데이터가 없는 한, "필요하다"는 말도 "안전하다"는 말도 그저 각자의 주장으로 남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