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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엔딩

화장장 굴뚝 밑에서, 당신은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다



화장장 인근 주민이 되어 직접 물어봤다

 

- 화장장에서 실제로 무엇이, 얼마나 배출되는지 궁금한 주민이 있다면 이 질문을 어디까지 따라갈 수 있는지 짚어봤다
- 시설 운영기관, 지자체, 환경부, 공공데이터포털, 굴뚝원격감시체계. 다섯 갈래 길 모두 막다른 길로 끝났다
- 확인할 수 없는 이유는 무능이 아니라 애초에 그 정보를 모으고 공개할 책임을 진 곳이 없기 때문이다


당신이 새로 생긴 화장장 인근에 산다고 가정해보자. 굴뚝을 매일 본다. 궁금해진다. 저기서 지금 무엇이, 얼마나 나오고 있을까. 이 질문 하나를 들고 실제로 확인이 가능한지 하나씩 따라가 보았다.

첫 번째 시도, 시설에 직접 묻기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방법은 시설 운영기관에 직접 묻는 것이다. 화장장 안내 자료나 홈페이지에는 대체로 "최신 정화 설비를 갖췄다", "다이옥신과 질소산화물을 걸러낸다", "백연 저감 장치가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그런데 이 설명에는 공통점이 있다. 설명의 주체가 시설을 운영하는 기관 자신이라는 점이다.

정화 효율이 몇 퍼센트인지, 그 수치를 누가 언제 측정했는지, 독립된 제3자가 그 결과를 검증한 적이 있는지를 물으면 안내 자료는 더 이상 답을 주지 않는다. 이것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뜻이 아니다. 설명하는 쪽과 검증하는 쪽이 애초에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뜻이다.

두 번째 시도, 지자체에 묻기

다음은 그 시설을 허가한 지자체나 보건복지부 계통에 묻는 것이다. 여기서는 시설명, 주소, 화장로 수 같은 기본 현황 자료는 나온다. 그러나 그 화장로에 어떤 방지시설이 붙어 있는지, 특히 수은 저감 장치가 설치되어 있는지는 이 자료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허가권을 쥔 쪽이 정작 오염물질 관리 항목까지는 소관으로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세 번째 시도, 환경부에 묻기

그렇다면 배출 기준을 정하고 단속 권한을 가진 환경부는 어떨까. 배출허용기준이 무엇인지는 조문으로 확인된다. 그런데 전국 화장장 가운데 몇 곳이 실제로 그 기준을 충족하는 설비를 갖췄는지 집계한 통계는 나오지 않는다. 대기환경보전법에는 오염물질이 항상 기준 이하로 나오거나 다른 방법으로 처리가 가능하면 방지시설 설치 의무 자체를 면제하는 단서가 있는데, 이 면제가 화장장에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도 확인되지 않는다.

네 번째 시도, 공공데이터를 뒤지기

포기하지 않고 공공데이터포털과 굴뚝원격감시체계(TMS)까지 들어가 본다. TMS는 사업장 굴뚝의 측정값을 자동으로 관제센터에 전송하는 체계이니 여기엔 답이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두 가지 벽에 부딪힌다. 하나는 이 장비를 설치하고 운영하고 유지보수하는 주체가 여전히 화장장 사업자 자신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수은이 애초에 이 자동측정 항목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은에 관한 한 TMS는 있으나 마나 한 창구다.

수은은 대신 반기별 자가측정으로 관리된다. 그런데 이 측정은 사업자가 측정 대행업체를 고용해 스스로 측정하고 스스로 제출하는 방식이다. 그 결과가 시민이 열람할 수 있는 공개 데이터베이스에는 올라가지 않는다.

다섯 번째 시도, 정보공개청구

마지막 방법은 정보공개청구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그런데 애초에 국가 차원에서 전국 화장장의 수은 저감 장치 설치 현황을 집계한 자료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청구를 넣어도 "해당 자료 없음"이라는 답변만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없는 데이터를 공개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다섯 번의 시도, 다섯 번의 막다른 길

정리하면 이렇다. 시설은 스스로 안전하다고 말하고, 지자체는 시설 현황만 파악하고, 환경부는 기준만 정하고, 공공데이터는 자료 자체가 없고, 정보공개청구는 없는 자료를 불러올 수 없다. 이 다섯 갈래 길 중 어느 하나도 "지금 이 화장장 굴뚝에서 수은이 얼마나 나오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

이 결과를 두고 누군가의 무능이나 은폐를 탓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화장 시설의 설치 허가는 보건복지부가, 배출 기준과 사후 관리는 환경부가 나눠 맡는 구조에서는 애초에 이 정보를 처음부터 끝까지 모으고 공개할 책임을 진 단일한 주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책임이 나뉘어 있으니, 누구에게 물어도 "우리 소관은 아니다"라는 답이 돌아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다른 나라라고 다 쉬운 것은 아니다

이 문제가 한국만의 것은 아니다. 수은은 유럽의 규제 선진국에서도 여전히 다루기 까다로운 물질로 꼽힌다. 다만 영국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를 갖추고 있다. 화장장별로 수은 저감 장치의 가동 여부와 처리 건수를 의무 보고받아 전국 설치율을 매년 집계하고 공개하기 때문이다. 2023년 기준 약 70퍼센트라는 숫자가 그렇게 나왔고, 이 숫자를 근거로 2027년까지 95퍼센트를 목표로 하는 정책도 만들어졌다.

한국에서 같은 질문을 던지면 다섯 번의 시도 모두가 막다른 길로 끝난다는 것, 이것이 지금 이 나라 화장장 문제의 가장 근본적인 실체다.

굴뚝 밑에 사는 사람에게 필요한 건 설명이 아니라 확인 가능성이다

화장장 인근 주민에게 필요한 것은 "안전하다"는 반복된 설명이 아니다. 그 설명을 스스로 확인해볼 수 있는 통로다. 전국 화장시설의 오염물질 저감 장치 설치 현황을 한곳에서 집계하고, 독립된 기관이 정기적으로 측정하고, 그 결과를 시민이 검색해서 볼 수 있게 공개하는 것. 지금 이 다섯 갈래 길 중 어느 하나에서라도 그 답을 찾을 수 있어야, 굴뚝을 매일 보고 사는 사람들의 불안이 근거 있는 신뢰로 바뀔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