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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죽음

가장 비극적인 배려

 

"이거 우연이죠? 왜 하필 다음 주 목요일이에요...?"


갓 임용된 신입 간호사 지수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의 손엔 위중한 뇌종양 환자의 수술 스케줄 표가 들려 있었다. 옆에 서 있던 베테랑 수간호사 김 씨는 차트를 정리하던 손을 멈추고 지수를 가만히 응시했다.


"지수 선생, 병원에서 가장 차가운 계산이 언제 이뤄지는지 알아?"


수간호사는 지수를 데리고 복도 끝, '지하 1층 장례식장'이라는 이정표가 보이는 창가로 향했다.


"수술방이 비는 날? 교수님 컨디션이 좋은 날? 아니야. 이 환자처럼 생존율이 희박한 초고난도 수술은... 지하 장례식장에 빈소가 비어있는 날을 먼저 확인해."


지수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그게 무슨... 살리려고 하는 수술이잖아요. 그런데 죽음을 먼저 준비한다고요?"


"장례식장을 함께 운영하는 병원만의 지독한 방식이지. 만약 수술실에서 끝내 숨을 거두셨는데, 빈소가 꽉 차서 환자를 방치하거나 다른 병원 장례식장으로 떠돌게 할 순 없잖아. 그 장소 그대로 편안하고 스피디하게 마지막 가시는 길을 모실 수 있고 병원 수익에도 도움이 되도록, '빈자리'를 확인하고 날짜를 잡는 거야."


복도에 흐르는 무거운 침묵 위로, 수간호사의 낮은 목소리가 비수처럼 꽂혔다.


"우리는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동시에 그분이 실패했을 때 머물 곳까지 걱정해야 해. 그게 장례식장을 함께 운영하는 병원이 짊어진 가장 비극적인 배려란다."


지수는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를 멍하니 바라보며, 손에 쥔 수술 스케줄 표를 차마 놓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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