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소음의 세계
진수가 처음으로 세계의 소음을 의식한 것은 일곱 살 무렵이었다.
교실에서 아이들은 쉬지 않고 웃고 떠들었다. 그 웃음이 언제 자신을 향할지, 그 시선이 언제 비웃음으로 바뀔지 진수는 알 수 없었다. 살아있는 사람들은 예고 없이 변했다. 웃다가 화를 냈고, 친절하다가 등을 돌렸으며, 이유를 말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 진수는 그 예측 불가능성이 두려웠다. 타인의 얼굴에서 다음 행동을 읽으려 애썼지만 그의 눈은 번번이 틀렸다. 그는 웃어야 할 타이밍에 굳어 있었고, 침묵해야 할 순간에 엉뚱한 말을 꺼냈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그를 이상하다고 했고, 다음에는 투명하다고 했으며, 나중에는 아예 말을 걸지 않았다.
그는 생존을 위해 눈치를 길렀다. 교실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나가는 순간까지, 모든 에너지를 타인의 표정과 목소리의 미세한 변화를 읽는 데 쏟았다. 그러나 그 에너지는 결코 충분하지 않았다. 매일 밤 집으로 돌아오면 진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방 한구석에 앉아 있었다. 사람들로부터 멀리, 최대한 멀리.
그는 스스로 고립을 택했다. 상처받기 전에 먼저 거리를 두는 것이, 그가 배운 유일한 자기 보호의 방식이었다.
2. 할아버지의 마지막 얼굴
진수가 스무 살이 되던 여름, 할아버지가 누워 있었다.
부모는 일 때문에 집에 없었다. 진수 혼자 낡은 집을 지키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며칠째 고통에 신음하고 있었다. 가끔 의식이 돌아오면 진수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왜 물을 안 가져오느냐, 왜 의사를 부르지 않느냐, 왜 그렇게 굼뜨느냐. 진수는 아무 말 없이 시키는 대로 했다. 그것이 그가 어릴 때부터 터득한 방식이었다. 반응하지 않을수록 안전하다.
할아버지가 마지막 숨을 내쉰 것은 새벽 두 시였다.
진수는 곁에 있었다. 숨이 멎는 순간을 정확히 보았다. 방금 전까지 고통에 일그러져 있던 얼굴이, 단 한 번의 날숨과 함께 완전히 달라졌다. 주름이 펴졌다. 주먹 쥔 손이 풀렸다. 입가에 걸려 있던 긴장의 실이 끊겼다.
완벽한 정적.
진수는 오래 그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심장이 이상하게 뛰었다. 두근거림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심장이 처음으로 조용해지는 느낌이었다. 살아있는 사람의 얼굴 앞에서는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감각이었다. 긴장이 풀렸다. 두려움이 사라졌다.
이 얼굴은 화를 내지 않는다.
이 얼굴은 비난하지 않는다.
이 얼굴은 자신을 떠나지 않는다.
진수는 차가워지기 시작한 할아버지의 손을 오래 잡고 있었다. 그것이 그의 인생에서 가장 편안한 접촉이었다.
그는 그날 이후 죽음을 무서워하지 않게 되었다. 아니, 정확히는. 죽음 앞에서만 살아있을 수 있게 되었다.
3. 성소
장례지도사 자격증을 딴 것은 스물두 살이었다.
진수는 처음 염습실에 들어서던 날을 기억했다. 차가운 공기. 형광등의 흰빛. 스테인리스 테이블의 금속 냄새. 그리고 그 위에 누운 시신. 그는 가슴이 열리는 것 같은 감각을 느꼈다. 폐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이 처음으로 광활한 들판에 서는 것처럼. 이 방 안에서는 어떤 예측 불가능한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시신은 그를 비웃지 않았고, 등을 돌리지 않았으며,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염습실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공간이었다.
진수는 이 일에 타고난 사람처럼 보였다. 흔들리지 않는 손. 흐트러지지 않는 얼굴. 유족들은 그의 침착함에 안도했고, 선배들은 그의 숙련도를 칭찬했다. 그러나 진수가 진정으로 이 일에 몰두하는 이유를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었다.
염습대 위에서 진수는 생애 처음으로 관계의 주도권을 가졌다. 수천 명의 삶 속에서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것을 이 차가운 방 안에서 비로소 쥐었다. 시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다. 그것은 온전히 진수의 손에 맡겨져 있었다. 그는 천천히, 꼼꼼하게, 때로는 필요 이상으로 집요하게 작업했다. 신체의 모든 구멍을 솜으로 메웠다. 표면의 모든 흔적을 지웠다. 외부로부터 완벽하게 봉인된 형태. 어떤 것도 침투할 수 없고, 어떤 것도 빠져나갈 수 없는 완전한 밀폐.
그것은 시신을 정리하는 행위가 아니었다.
그것은 자기 자신을 완성하는 의식이었다.
선배들이 퇴근한 새벽이면 진수는 혼자 염습실에 남았다. 불필요한 시간이었다. 작업은 이미 끝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서둘러 나가지 않았다. 차가운 공기 속에 앉아, 테이블 위의 형상과 함께 있었다. 산 사람들의 웃음소리도, 시선도, 판단도 없는 곳. 소음 없는 세계.
진수가 진심으로 살아있다고 느끼는 시간은 오직 그때뿐이었다.
4. 진동
그녀는 스물여덟 살이었다. 교통사고였다.
진수는 여느 때와 같이 작업을 시작했다. 염습실의 형광등이 켜졌다. 문이 닫혔다. 세계가 차단되었다. 익숙한 정적 속에서 그는 자신의 의식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손이 움직였다. 집요하고 섬세하게.
그때 소리가 들렸다.
진동이었다. 미세하고 규칙적인 떨림. 그녀의 재킷 주머니에서 나오고 있었다.
진수는 멈췄다.
진동은 멈추지 않았다. 울렸다가 끊겼다. 다시 울렸다. 다시 끊겼다. 그리고 또. 진수는 오래 그것을 바라보았다. 손을 뻗어 주머니 안을 확인했다. 화면에 불이 켜져 있었다. 발신인의 이름.
엄마.
진수는 폰을 내려놓았다.
진동은 다시 시작됐다. 멈추지 않았다. 엄마. 엄마. 엄마. 차가운 염습실 안에서, 이미 숨이 멎은 여자의 주머니 속에서, 누군가가 그녀를 부르고 있었다. 진수는 그 소리를 들었다. 귀로 듣는 소리가 아니었다. 더 깊은 곳에서 울리는 소리였다.
죽은 자는 결코 가질 수 없는 것.
산 자의 연결. 산 자의 이름. 산 자를 부르는 다른 산 자.
진수는 작업을 마쳤다. 문을 열고 염습실을 나왔다. 그러나 그날 밤, 그는 잠들지 못했다. 진동 소리가 귓가에서 떠나지 않았다. 멈추지 않는 진동. 끊임없는 호출.
그것이 그의 세계에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
5. 환청
처음에는 작은 소리였다.
잠들려는 순간, 귀 뒤편 어딘가에서 소리가 들렸다. 속삭임. 한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여럿이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 목소리들이 누구인지 진수는 알았다. 알고 싶지 않았지만, 알았다.
너는 우리 없이는 아무것도 아니야.
진수는 눈을 떴다. 천장을 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다시 눈을 감았다. 다시 소리가 들렸다. 그는 불을 켰다. 켜진 불 아래서도 소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것은 빛과 무관한 곳에 있었다.
낮에도 들렸다. 염습실에서 작업하는 동안에도. 그는 집중하려 했지만 소리가 방해했다. 완벽한 정적이어야 할 공간이 더 이상 정적이 아니었다. 성소가 오염되고 있었다.
진수는 그것을 멈추려 했다. 통제권을 되찾으려 했다. 작업에 더 집요하게 몰두했다. 더 오래, 더 깊이. 그러나 집요함이 깊어질수록 환청은 더 선명해졌다. 비웃는 것 같았다. 마치 그가 무언가를 잃어버린 사실을 알고 있는 것처럼.
동료들이 눈치채기 시작했다. 야간 당직 때 진수가 혼자 염습실에 오래 있다는 것을. 표정이 이상하다는 것을. 말이 더 없어졌다는 것을. 그러나 아무도 묻지 않았다. 진수는 원래부터 말이 없었고, 원래부터 혼자였으니까.
환청은 날마다 짙어졌다. 목소리들은 진수가 가장 두려워하는 말을 골라 속삭였다.
너는 살아있는 사람들과 다르지 않아.
너도 결국 우리처럼 될 거야.
혼자야. 언제나 혼자였잖아.
진수는 그 말들이 거짓이길 바랐다. 그러나 반박할 수가 없었다.

6. 스스로 눕다
어느 날 밤, 진수는 마지막 직원이 퇴근하는 것을 확인하고 염습실 문을 잠갔다.
형광등을 켰다. 스테인리스 테이블이 빛을 받아 차갑게 빛났다. 아무도 없었다. 환청도, 이 순간만큼은, 잠시 조용했다.
그는 테이블 위에 올라섰다. 그리고 누웠다.
등에 닿는 냉기가 번져왔다. 차갑고 단단한 금속의 감촉. 그것은 낯설지 않았다. 이십오 년 동안 손으로만 느꼈던 것을 이제 온몸으로 느꼈다. 눈을 감았다. 팔을 가지런히 모았다.
소음이 없었다.
살아있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없었다. 비웃음도 없었다. 판단도 없었다. 진수는 자신이 이 자리에서 잠든다면, 그리고 영원히 깨지 않는다면, 그것이 어떤 것인지 생각했다.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오히려 바라는 것 같았다.
그가 이 테이블 위에서 평생 갈구해온 것이 있었다. 완벽한 정적. 예측 불가능한 살아있는 존재들이 없는 세계. 화를 내지 않고, 비난하지 않고, 자신을 떠나지 않는 것들만 있는 곳.
그것이 이 테이블 위에 있었다.
그는 오래 누워 있었다. 눈을 감은 채로. 환청이 다시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목소리들이 비웃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그 자리에 있었다. 진수 곁에. 차갑고 고요하게.
문득 궁금해졌다.
이 테이블 위를 거쳐 간 사람들. 그의 손을 거쳐 마지막 형태로 완성되어 떠나간 사람들.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땅 아래. 납골당 칸막이 안. 어느 나무의 뿌리 근처. 그는 그들이 궁금해졌다. 자신의 손을 거쳐 봉인된 형상들이 여전히 그 안에 있는지.
진수는 천천히 눈을 떴다. 형광등이 천장에서 깜빡였다.
그는 테이블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오래 서 있다가 염습실을 나왔다.
7. 파묘 순례
그는 장부를 뒤지기 시작했다.
이십오 년치의 기록들. 이름, 날짜, 안치 장소. 그는 그 이름들을 하나씩 추적했다. 어느 묘지, 어느 봉안당, 어느 수목장. 그것은 계획이 있는 행동이 아니었다. 무엇을 하려는지 자신도 몰랐다. 다만 가야 한다는 감각이 있었다.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그러나 거스를 수 없는 감각.
첫 번째 묘지는 경기도 외곽이었다.
진수는 새벽에 혼자 차를 몰았다. 인적이 없는 묘지. 이슬이 맺힌 봉분들. 그는 장부에 적힌 번호와 묘비를 대조하며 걸었다. 찾았을 때 그는 한참 그 앞에 서 있었다. 무엇을 할지 몰랐다. 그냥 있었다. 새벽 공기가 차가웠다. 봉분이 조용했다.
진수는 삽을 꺼냈다.
땅을 팠다. 천천히, 집요하게. 흙이 부드럽게 비켜났다. 관이 나왔다. 그는 손으로 흙을 걷어냈다. 관 표면에 손을 얹었다. 차가웠다. 나무의 냉기가 손바닥으로 전해졌다.
환청이 멈췄다.
처음이었다. 그 목소리들이 이렇게 완전히 멈춘 것은. 진수는 손을 관 위에 얹은 채로 오래 있었다. 새벽빛이 조금씩 번졌다. 그는 천천히 흙을 다시 덮었다. 봉분을 원래대로 다듬었다. 숙련자의 손으로, 꼼꼼하게.
차로 돌아오는 길에 그는 처음으로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두 번째 장소는 시내의 봉안당이었다. 세 번째는 외딴 수목장. 네 번째는 이름 없는 공동묘지. 진수는 장부를 들고 계속 걸었다. 이십오 년치의 장소들을. 그가 손으로 완성시켜 보낸 사람들이 있는 곳을. 그는 각 장소에서 땅을 팠다. 얼마나 깊이 파야 하는지 알았다. 그는 언제나 알았다.
파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다. 확인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것은 일종의 순례였다. 자신이 완성시킨 것들이 여전히 그 안에 있는지를 손으로 느끼는 행위. 자신이 존재했다는 증거를 더듬는 행위.
그러나 진수 자신은 그것을 그렇게 표현하지 못했다. 그는 그저 가야 한다고 느꼈고, 갔다.
8. 마지막 봉분
그것이 어느 재개발 구역의 무연고 공동묘지에서 끝났을 때.
진수는 삽을 내려놓고 오래 앉아 있었다. 그의 발 아래로 수십 개의 봉분들이 늘어서 있었다. 이름 없는 번호들. 진수가 장례지도사로 일하는 동안 손으로 완성한 사람들 중 연고자가 없어 이곳에 온 사람들. 그들의 안식처를 그는 하나씩 찾아왔고, 하나씩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새벽빛이 번졌다.
진수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흙이 손금 사이에 끼어 있었다. 이십오 년의 손. 수천 명의 마지막을 다듬은 손. 그 손이 무엇을 찾아 이곳까지 왔는지 그는 이제 알 것 같았다.
살아있는 사람들의 세계에서 그는 한 번도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했다. 교실에서도, 거리에서도, 사람들 사이에서도. 그러나 이 차가운 흙 아래, 더 이상 예측 불가능한 것이 없는 곳에서, 그는 언제나 자신의 자리가 있었다.
바람이 불었다. 잡초가 흔들렸다.
진수는 천천히 삽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발 앞 땅을 보았다. 이번에는 봉분이 없었다. 이름도 없었다. 번호도 없었다. 비어 있는 땅이었다.
그는 파기 시작했다.
천천히. 꼼꼼하게. 이십오 년의 손으로. 살아있는 사람의 세계에서 한 번도 완성하지 못했던 것을 이제 완성하려는 것처럼. 환청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목소리들이 떠났다. 소음이 없었다.
완벽한 정적.
그가 평생 원했던 것이 마침내, 스스로 만든 고요 속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죽은 사람은 거짓말을 안 한다.
진수는 그것을 믿었다.
그리고 마침내, 스스로도 그렇게 되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