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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 여행

죽은 자가 주는 선물

 

죽은 자의 마지막을 돌보는 장례지도사 형 '진수'와 유품정리사 동생 '선수'의 이야기

 


형 진수는 베테랑 장례지도사였고, 동생 선수는 고독사 현장을 치우는 유품정리사였습니다. 두 형제는 늘 "산 사람보다 죽은 사람이 정직하다"며 서로를 격려했죠. 하지만 실상은 달랐습니다. 그들은 죽음 곁에 떨어진 주인 없는 '욕망'에 조금씩 잠식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선수는 연고 없는 노인의 집을 정리하다 낡은 성경책 갈피에서 수천만원 상당의 양도성 예금증서를 발견합니다. 규정대로라면 신고해야 했지만, 선수는 형에게 이를 알렸습니다. 형 진수는 잠시 망설이다 말했습니다. "어차피 국가로 귀속될 돈이다. 우리가 고생한 보람이라 생각하자." 이것이 파멸의 시작이었습니다.


한 번 문이 열리자 탐욕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습니다. 진수는 염습(시신을 닦고 옷을 입히는 일)을 하며 시신의 금니를 뽑거나 값비싼 패물을 빼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선수는 유품을 정리하며 고인의 귀중품을 따로 챙겨 암시장에 내다 팔았죠. 형제는 호화로운 생활에 젖어 들었고, 자신들의 범죄를 '죽은 자가 주는 선물'이라 합리화했습니다.


그러던 중, 한 재벌가 회장의 장례를 맡게 되었습니다. 회장은 생전 아끼던 수십억 원 가치의 희귀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고 매장될 예정이었죠. 형제는 눈이 뒤집혔습니다. "이거 하나면 평생 일 안 해도 돼."


장례식 당일 밤, 형제는 시신이 안치된 영안실에 잠입했습니다. 진수가 떨리는 손으로 반지를 빼내려는 순간, 고인의 자녀들이 들이닥쳤습니다. 사실 이들은 이미 형제의 의심스러운 행적을 추적해 CCTV와 도청 장치를 설치해 둔 상태였습니다.


경찰에 쫓기게 된 형제는 훔친 패물들을 챙겨 급히 차를 몰고 도주했습니다. 하지만 서로를 향한 불신이 폭발했습니다. "네가 그때 성경책만 안 가져왔어도!", "형이 먼저 눈감아주자고 했잖아!"


좁은 차 안에서 서로의 멱살을 잡고 거액의 보석을 차지하려 몸싸움을 벌이던 중, 차는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낭떠러지로 추락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발견된 차 안에는 수많은 귀금속에 파묻힌 채 싸늘하게 식은 형제의 시신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죽은 자의 물건을 훔쳐 부를 쌓으려던 그들은, 결국 자신들이 그토록 경시했던 '유품'이 되어 생을 마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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