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9년 허가 후 26년째 전환 없이 운영... 대형 사설 봉안당이 드러낸 장사법의 구멍
수도권의 한 대형 사설 봉안당(이하 A 시설)에는 2026년 현재 약 38,000기의 유골이 안치되어 있다. 주요 대형 병원 장례식장들이 협력 시설로 지정할 만큼 대외적 인지도도 높은 곳이다.
그런데 이 거대 시설의 운영 주체는 재단법인이 아니다. 법인등기부상 명백한 '주식회사', 즉 영리법인이다.
현행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사법)'은 500구 이상의 유골을 안치하는 사설 봉안시설의 경우, 영속성과 공익성을 담보하기 위해 반드시 재단법인이 운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A 시설의 안치 규모는 이 기준의 76배에 달한다. 그럼에도 주식회사가 거대 봉안당을 아무런 제재 없이 운영할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 과거에 현제도를 면제해 준 '경과규정' 덕분이다.
1999년에 찍힌 허가 도장 하나가 26년을 지배한다
A 시설의 역사는 장사법의 변천사와 궤를 같이한다. 해당 시설은 현행 장사법이 재단법인 의무화 제도를 도입(2001년)하기 2년 전인 1999년에 납골당 건축허가를 받았다.
당시 개정된 장사법 부칙 제3조(묘지 등에 관한 경과조치)는 다음과 같이 규정했다.
"종전의 규정 또는 다른 법령에 따라 설치된 묘지·화장장 및 납골당은 이 법에 따라 설치된 봉안시설로 본다."
이른바 기득권 보호를 위한 경과규정이다. 법 개정 이전에 허가를 받은 기존 운영자는 재단법인으로 전환하지 않더라도 시설을 계속 운영할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준 것이다. 문제는 이 경과규정에 전환 기한도, 사후적인 규모 상한선도 설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A 시설은 2000년 주식회사 형태로 법인을 설립하고 이듬해 안치 승인을 받은 뒤, 변경신고를 거듭하며 규모를 키워왔다. 26년이 지난 지금까지 주식회사라는 법인 형태를 유지할 수 있었던 법적 배경이다.
왜 재단법인으로 전환하지 않는가
운영 주체들이 합법적인 틀 안에서 주식회사 형태를 고수하는 이유는 경제적·법적 실익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사설 시설이 재단법인으로 전환하는 순간, 수백억 원대에 이르는 부지와 건물 등 핵심 자산을 법인에 영구 출연해야 한다. 일단 출연된 재산은 기본재산으로 편입되어 개인이 임의로 매각하거나 상속할 수 없으며, 담보 설정 시에도 주무관청의 까다로운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한, 재단법인은 주기적으로 주무관청의 감독을 받고 결산 서류를 공시해야 하므로 경영 투명성 부담이 커진다.
반면, 주식회사 형태로 남아 있으면 시설 전체가 법인의 사유재산으로 취급된다. 지분 매각, 상속, 금융권 담보 설정이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결과적으로 수만 기의 유골이 안치된 공공성 높은 시설이, 법적으로는 한 주식회사의 자산대장 위에 '사유재산'으로 올라 있는 기형적 구조가 유지된다.
'변경신고'라는 무제한 확장의 통로
현행 장사법은 신규 봉안시설 설치 자격을 재단법인으로 엄격히 제한한다. 그러나 기존 경과규정 시설이 제출하는 '변경신고(안치 기수 확장 등)'에 대해서는 운영 주체의 자격을 재심사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
지자체 역시 고민이 깊다. 법적 근거가 모호한 상태에서 변경신고 수리를 거부했다가 행정소송에 휘말리면 패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미 수만 기의 유골이 안치된 상황에서 시설 폐쇄나 강제 이행명령을 내리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법이 막으려 했던 '영리 목적의 대규모 봉안당'이 행정적 공백 속에서 합법적으로 고착화된 셈이다.
이와 관련해 한 경과규정 봉안당 운영자가 지자체의 확장 제한 처분에 불복해 헌법소원까지 청구했으나, 헌법재판소는 2021년 8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2019헌바453)을 내린 바 있다.
당시 헌재는 "경과규정은 기존에 설치 완료된 시설의 기득권을 보호하는 것일 뿐, 장래의 추가 확장까지 보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주식회사 상태에서 무제한으로 영리 활동을 확장할 권리는 재산권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다. 이 판결로 무분별한 확장에 제동은 걸렸지만, 이미 안치된 수만 기의 유골과 주식회사라는 운영 구조 자체는 여전히 법의 보호막 아래에 있다.
장사 행정의 사각지대, 소비자는 알 수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가 이 같은 법적 위험성을 인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에는 특정 시설이 경과규정 적용 대상인지, 운영 주체가 재단법인인지 주식회사인지 명확히 구별하여 공시하지 않는다.
만약 경과규정을 적용받는 주식회사 형태의 봉안당이 향후 심각한 재정 위기나 파산, 혹은 후계자 부재로 방치될 경우, 안치된 유골에 대한 법적 책임 소지가 일반 재단법인에 비해 불분명해질 우려가 있다. 현행법상 사설 봉안당에 대한 운영보증보험 가입이나 안치·관리비의 외부 신탁(분리 예치) 의무화 제도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방의 일부 소규모 사설 시설에서는 이 같은 관리 주체 공백으로 유족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제도적 방치 25년, 이제는 보완 입법이 필요한 때
1990년대 말 화장 장려 정책과 함께 우후죽순 허가받았던 경과규정 봉안당들이 이제 운영 세대의 교체기와 시설 노후화 단계를 맞이하고 있다. 3만 8천 기라는 숫자가 보여주듯, 시설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향후 문제가 발생했을 때 유족과 사회가 감수해야 할 리스크도 비례해서 커진다.
1999년에 찍힌 허가 도장의 효력을 무조건 소급 박탈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시민의 안심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마련되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지금이라도 다음과 같은 제도 개선을 검토해야 한다.
1. 재무 건전성 심사 도입 - 경과규정 시설이 일정 규모 이상의 확장을 수반하는 변경신고를 할 때, 재무 건전성 및 자산 안정성 심사를 의무화해야 한다.
2. 소비자 보호 조항 신설 - 주식회사형 봉안시설의 부도·파산에 대비해 운영보증보험 가입과 관리비 분리 예치(신탁)를 신고 수리 조건으로 명시해야 한다.
3. 정보 공시 강화 -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에 운영 주체의 법인 유형(재단법인/주식회사 등)과 보증보험 가입 여부를 투명하게 공개해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과거의 입법 미비로 생긴 26년 동안의 사각지대, 이제는 유족들의 미래 불확실성을 지우기 위한 법적·제도적 보완을 서둘러야 할 때다.
'엔딩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납골당은 왜 실패했는가 (1) | 2026.06.02 |
|---|---|
| 봉안당이 꽉 찼다, 우리는 어디에 조상을 모실 것인가 (0) | 2026.05.31 |
| 가정봉안은 새로운 문화인가? (0) | 2026.05.31 |
| 세계 가정봉안 현황과 전망 (0) | 2026.05.31 |
| 세계의 '사후 결정체' 시장 (0) | 2026.05.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