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한국의 화장률은 95%를 넘었다. 한국인 열 명 중 아홉 명 이상은 관에 모셔진 채 화장된다. 매년 35만 구가 넘는 시신이 화장로를 통과한다. 하지만 정작 그 화장로 안으로 함께 들어가는 관의 정체를 묻는 사람은 드물다.

관의 정체
장례식장에서 유족이 고르는 오동나무 관은 통나무를 깎은 것이 아니다. 작은 오동나무 조각들을 공업용 접착제로 붙여 성형한 집성목이다. 서울의료원 장례식장 공시 장의용품 가격표를 보면 오동나무 0.6치관부터 1.5치관까지 재질란에 예외 없이 집성목이라고 적혀 있다.
집성목 제조 공정에서는 포름알데히드 계열 접착제가 사용된다. 포름알데히드는 국제암연구소(IARC)가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한 물질이다. 중국에서 생산된 관이 한국으로 들어오는 유통·통관 과정에서는 방부 처리가 더해진다. 외관을 위한 니스 코팅도 기본이다. 화장로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나무가 아니라 화학 복합재다.
이것이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영국에서도 2020년 한 해에만 화장장에서 1만 6천 톤의 칩보드 관이 소각됐다. 칩보드에 함유된 포름알데히드가 연소 시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는 점은 영국 지방자치단체 화장 관련 지침에도 명시돼 있다. 그러나 한국에는 중국산 의존이라는 추가 변수가 있다. 관련 단체들은 오동나무 생나무를 베어 화학 가공 처리 후 화장용 관재로 쓰는 나라가 전 세계에서 한국이 최대 소비국이며 중국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화장로 안에서 일어나는 일
대차식(臺車式) 화장로의 1차 연소실 설정온도는 700~750℃다. 시신이 거의 다 탄 뒤 2차 연소 단계에서 900~1000℃로 올라간다. 성인 시신의 전체 화장 소요 시간은 평균 90분이다.
집성목 관의 접착제와 니스가 이 온도에서 탈 때 완전 연소가 이뤄지지 않으면 다이옥신, 질소산화물, 일산화탄소, 미세먼지가 발생한다. 페인트·니스·본드를 포함한 가공 목재 연소 시 다이옥신과 유해물질 배출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국내외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 사실이다.
서울시설공단 화장시설처럼 현대화된 공설 화장장은 향류형 고성능 화장로, 가스냉각기, 소석회·분말활성탄 투입장치, 여과집진기, 고성능 저온촉매필터 등 다단계 방지 설비를 운영하고 있다. 굴뚝 앞 전광판은 오늘도 초록불이다. 그러나 이것은 굴뚝 끝에서 오염물질을 사후 처리하는 방식이다. 처음부터 덜 오염된 소재를 태우는 것과는 다르다.
종이관
이런 문제 인식에서 친환경 종이(펄프)관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화학 처리를 하지 않은 천연 펄프 소재로, 연소 시 유해물질 배출이 적고 연소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 생산 측의 주장이다.
유럽의 관련 연구에서 종이관이 칩보드 관보다 오염물질 배출을 유의미하게 줄인다는 결과도 존재한다. 서울시설공단도 2023년 친환경 화장용품 권장기준 안내를 게시했다. 그러나 전국 화장시설 중 친환경 화장용품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곳은 아직 드물다. 보건복지부는 유족 선택권을 이유로 특정 관종 권장에 소극적인 입장이다.
장사법 제9조는 화장 시 환경오염 발생물질을 넣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집성목 관에서 발생하는 포름알데히드와 니스 연소가스가 그 조항의 적용 대상인지 어떤 기관도 명확히 판단한 적이 없다.
화장관의 소재 기준이 없다
연간 35만 구 이상이 화장로를 통과하는 나라에서 화장로 안으로 들어가는 관의 소재 기준이 없다. 유족은 경황 없이 장례식장 실무자가 권하는 관을 고른다. 오동나무라는 이름, 천연 소재라는 인상. 그것이 집성목이라는 것을, 화학 접착제와 니스로 구성된 복합재라는 것을 아는 유족은 드물다.
필터로 잡는 것과 처음부터 태우지 않는 것은 다르다. 굴뚝 전광판이 초록불이라는 것이 안심의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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