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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뉴스

중국산 수의, 중국산 관, 일본산 화장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한국인으로 살았는데, 정작 마지막 눈을 감고 누워 있는 곳은 중국산 나무 상자 속이었습니다."

 

얼마 전 부친상을 치른 이아무개(45)씨의 말이다. 수의도 관도 중국산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묘한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고 했다. 그의 감각은 정확했다.

 

한국의 목관은 95% 중국 차오현산이다

 

중국 산둥성 허저역

 

중국 산둥성 허저시(菏泽市)에 위치한 차오현(曹县). 이곳이 한국 장례식장에 놓이는 목관의 사실상 유일한 공급지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100% 의존이라는 표현이 거리낌 없이 통용된다. 

 

구조는 이렇다. 차오현의 공장들은 완제품 관을 직접 수출하기도 하지만, 상당 부분은 관재(棺材), 즉 가공된 목재 패널 형태로 한국에 들어온다. 이후 국내 공장에서 조립과 마감 처리를 거쳐 장례식장에 납품된다. 겉에 '국내산'이나 '국내 제작' 딱지가 붙어도 원재료는 차오현이다.

 

여기서 핵심은 관만 차오현에서 온다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의 장례무역, 상조업체들은 차오현을 비롯한 산둥성 일대의 종합 장례용품 제조사와 계약을 맺을 때 오동나무 관, 수의, 위패와 각종 장례 소품을 하나의 컨테이너에 세트로 묶어 수입한다. 물류비를 줄이고 단가를 극한까지 낮추기 위한 구조다. "중국산 수의를 입히고 중국산 관에 모신다"는 말은 서로 다른 지역에서 따로 온 물건들이 우연히 만난 게 아니다. 산둥성 차오현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원스톱 장례 공장 클러스터에서 패키지로 찍혀 나온 제품들을 한국인이 그대로 소비하고 있다는 뜻이다.

 

중국 산둥성 허저시 차오현 관공장

차오현이 이 시장을 장악한 데는 이유가 있다. 오동나무가 풍부하고 분업화된 수작업 인프라가 촘촘하게 깔려 있다. 오동나무는 가볍고 연소 효율이 높아 화장에 최적화된 목재다. 까다로운 한국과 일본 장례 업계의 규격 요구를 정확히 맞추면서 가격 경쟁력까지 갖췄다. 일본 시장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수의도 중국산, 화장로는 일본산(기술)

 

목관만이 아니다. 고인에게 입히는 수의도, 유족들이 걸치는 상복도 대부분 같은 컨테이너에서 나온 차오현산이다. 국내산 삼베 수의와 국내 제작 상복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가격 경쟁에서 밀려 시장의 주류는 오래전에 중국산으로 넘어갔다.

 

화장로는 또 다른 문제다. 한국의 화장로는 일본산이거나 일본 기술을 기반으로 도입됐다. 이후 국내 업체들이 일부 제조를 내재화했지만, 기술 계보와 핵심 설계의 뿌리는 여전히 일본이다. 현재 국내 화장률은 95%를 넘어섰다. 거의 모든 한국인이 일본산, 일본 기술 기반의 화장로를 통해 생을 마무리한다는 뜻이다.

 

중국 산둥성 허저시 차오현 관공장

 

정리하면 이렇다. 중국산 수의를 입고, 차오현산 오동나무 관에 누워, 일본 기술 기반의 화장로에서 화장된다. 이것이 오늘날 대한민국 장례의 물질적 실체다.

 

공급망이 흔들리면 장례도 멈춘다

 

이 구조의 취약성은 이미 한 차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코로나19 확산기에 사망자가 급증하고 동시에 중국 내 전력난과 해상 물류 대란이 겹쳤을 때, 국내 장례업계는 오동나무 관 품귀 사태를 맞았다. 관이 없어서 장례를 제때 치르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의 문턱까지 왔다.

 

단일 공급처에 대한 100% 의존은 어떤 품목이든 위험하다. 장례 물자라면 더욱 그렇다. 죽음은 재고 상황을 봐가며 기다려주지 않는다.

 

중국 산둥성 허저시 차오현 관공장내 향나무 위패 제작공정

 

차오현은 지금도 진화 중이다

 

차오현은 장례 산업에서 번 자본과 기술을 기반으로 지금은 한푸(漢服, 중국 전통의상)와 코스프레 무대의상 시장으로 확장했다. 현재 중국 전역 한푸·무대의상 시장의 70% 이상을 이 지역이 장악하고 있다. 죽음을 팔아 키운 도시가 이제 문화 산업의 공룡이 됐다.

 

한국은 그 거대한 공급망의 말단 소비자다. 우리가 고인의 마지막을 예우한다고 차리는 상(床) 위에 놓인 물건들의 출처를 한 번이라도 따져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죽음은 삶만큼이나 존엄해야 한다. 그 존엄의 물질적 토대가 어디서 오는지, 이제는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