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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연명의료의향서, 온라인 이전에 '서식'부터 다시 봐야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제도 시행 8년 만에 온라인 등록 추진... 서식부터 다시 봐야 한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6월 2일 국가호스피스연명의료위원회를 열어 2026년 호스피스·연명의료 시행계획을 확정했다. 핵심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온라인 등록 추진이다.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후 8년 만이다.

보도자료 제목은 「온라인으로도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할 수 있도록 개선 추진」이다. '추진'이다. 아직 된 게 아니다. 절차를 마련하고 법령을 정비한다는 것이 이번 발표의 실제 내용이다. 온라인 창구가 언제 열리는지는 이번 발표에 없다.

서식이 먼저 망가져 있다

온라인 등록을 논의하기 전에, 지금 서식부터 봐야 한다.

연명의료결정법 제2조는 연명의료의 항목을 직접 열거한다.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시행령 제2조는 여기에 체외생명유지술, 수혈, 혈압상승제 투여까지 추가한다. 법이 항목을 하나씩 쪼개놓은 데는 이유가 있다. 인공호흡기는 거부하되 수혈은 허용하는 식으로, 환자가 자신의 의사를 항목별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법이 만든 서식에는 그 항목들이 없다. 대신 문장 하나가 있다. "임종과정에 있다는 의학적 판단을 받은 경우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하는 것에 동의합니다." 이 문장에 서명하는 것이 전부다.

 

 

법은 항목을 줬는데 서식이 그것을 지웠다. 서식의 간소화가 아니다. 법이 보장한 선택권을 서식이 회수한 것이다. 포괄 동의로 바꾸면 어떤 처치를 거부한 것인지 불명확해지고, 의료 현장에서 의사의 재량 공간이 넓어진다.

이에 대해 "항목이 많으면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단순화했다"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복잡성은 항목을 없앨 이유가 아니다. 항목을 쉽게 설명할 이유다.

미국의 사전의료지시서 Five Wishes는 이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풀었다. 생명유지장치 항목별 선택을 체크박스로 구성하고, 어떤 치료를 원하거나 원하지 않는지를 쉬운 말로 설명한다. 의료대리인 지정, 통증 조절 방식, 정서적·영적 요구까지 다섯 영역으로 나뉘어 있다. 법률 전문가 없이 누구나 작성할 수 있고 46개 주에서 법적 효력이 있다. 읽으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12페이지 소책자로 형식 자체가 죽음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여준다.

 

대만의 預立醫療決定書(사전의료결정서)는 말기 환자, 불가역적 혼수상태, 영구적 식물인간, 극중도 치매, 기타 난치 조건 등 5개 임상 조건별로 유지생명치료 수용 여부와 인공영양·수액 공급 여부를 각각 선택하도록 되어 있다. 조건마다 독립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표 형태의 법정 서식이다. 의료위임대리인 지정 부록이 포함되어 있고, 서명 후 건강보험증에 연동되어 전국 어느 병원에서든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은 12페이지 소책자로 죽음을 대화하고, 대만은 조건별 표로 선택하고, 한국은 한 문장에 서명한다."

 

항목이 많아도 설명이 명확하면 일반인이 충분히 이해하고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두 나라가 이미 증명했다.

서식이 효력을 갖는 조건도 극히 좁다. 서식 유의사항에 명시된 대로,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1명이 모두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라고 판단한 경우에만 이 서식은 이행된다. 임종과정은 통상 수시간에서 수일 내 사망이 예상되는 상태다. 암 말기 판정을 받은 시점부터 그 긴 시간이 이 서식의 보호 밖에 있다. 연명의료가 가장 집중적으로 시작되고 축적되는 시간이 바로 그 기간이다.

의사 두 명의 동의 요건도 있다. 둘 중 하나라도 판단을 보류하면, 서식이 있어도 연명의료는 계속된다. 환자의 거부 의사가 출발점이 아니다. 의료진 두 명의 동의가 출발점이다.

법은 항목을 줬고, 서식은 그것을 지웠고, 효력 조건은 극히 좁다. 권리의 언어를 쓰고 있지만 설계의 논리는 통제다. 작동하지 않도록 설계된 권리는 없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제도 시행 8년, 온라인 창구를 못 만든 나라

비교 대상이 멀리 있지 않다. 싱가포르는 2020년 1월, 생전 준비와 사망 이후 행정 절차를 하나로 연결한 정부 플랫폼 MyLegacy@LifeSG를 출범시켰다. 지속적 포괄위임장, 사전 돌봄 계획, 연금 수급인 지정, 유언장 안내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처리한다. 국가 디지털 신원 인증 시스템 Singpass를 기반으로, 의향을 쓴다는 행위가 국가 시스템 안으로 직접 들어간다. 이후 조력자 없이 건강한 성인이 온라인에서 직접 돌봄 의향을 등록할 수 있는 myACP 서비스도 별도로 출범했다.

대만은 사전의료결정 등록 사실을 건강보험증에 연동한다. 어디서나 확인이 가능하다. 영국은 GP가 환자의 돌봄 계획을 전자완화의료조정시스템(EPaCCS)에 입력하면 응급실, 요양기관, 방문간호팀이 실시간으로 공유한다.

한국은 2026년에 온라인 등록 절차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금융, 의료, 행정 전반에 간편인증이 구축된 나라에서, 삶의 마지막 의사를 기록하는 서류 하나를 온라인으로 제출하는 체계를 만드는 데 8년이 걸렸다.

말기 확대, '논의 시작'이라는 언어의 무게

이번 발표에서 또 하나 주목받는 내용은 연명의료 유보·중단 가능 시기를 임종기에서 말기로 확대하는 방안이다. 보도자료는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한다"고 적었다. 방향은 옳다. 그러나 방향이 옳다는 것과 실제로 움직인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제2차 종합계획 기간은 2024년부터 2028년까지다. 계획 3년 차에 논의를 시작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틀 자체다. 임종기에서 말기로 넓혀도, 한국의 제도는 여전히 질병 중심이다. 대만 병인자주권리법은 적용 대상을 말기 환자에 한정하지 않는다. 불가역적 혼수상태, 영구적 식물인간, 극중도 치매, 기타 정부 고시 난치 조건까지 포함한다. 미국과 영국은 질병의 종류나 단계보다 환자의 의사결정 능력 상실과 삶의 질에 초점을 맞춘다. 한국에서 중증 치매 말기 환자는 이 제도의 대상이 아니다. 이번 보도자료에 치매라는 단어는 없다.

가족이 없는 사람은 누가 대변하는가

현행 제도에서 환자의 의사 확인이 불가능할 경우 가족 전원의 합의가 요구된다. 1인 가구 900만 시대다. 가족이 없는 사람, 가족과 단절된 사람, 가족에게 결정을 맡기고 싶지 않은 사람은 이 제도에서 실질적으로 배제된다.

대만 병인자주권리법은 의료위임대리인 지정을 제도화했다. 가족이 아닌 신뢰하는 누구에게나 의료 결정을 위임할 수 있다. 영국의 Lasting Power of Attorney는 건강과 복지 전반에 관한 결정권을 신뢰하는 사람에게 위임한다. 판단 능력을 잃기 전에 미리 지정해두는 구조다. 싱가포르 MyLegacy는 이 지속적 포괄위임장 신청을 플랫폼에 통합했다.

한국에는 비가족 의료대리인 지정 제도가 없다. 이번 보도자료에도 이 문제는 등장하지 않는다.

요양병원 호스피스, 10년째 시범사업

요양병원 호스피스 시범사업은 2016년 시작됐다. 현재 참여 기관은 5개소다. 10년째 시범사업이다. 보도자료는 2026년에 "요양병원에 특화된 호스피스 서비스 모델을 개발하고 현장 적용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10년 동안 5개 기관이 참여한 시범사업이 모델 개발의 근거도 만들지 못했다면, 그것은 시범사업의 실패다. 보도자료는 이 실패를 언급하지 않는다.

요양병원 문제는 수가 구조와 분리할 수 없다. 현행 건강보험 수가 체계에서 요양병원은 처치와 시술을 많이 할수록 수익이 발생한다. 이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기관 수를 늘려도 실질적인 전환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번 보도자료는 가정형 수가 개선을 과제로 제시했지만 구체적인 수준과 재원 조달 방안은 없다.

가정형 호스피스도 마찬가지다. 방문간호사 자격 요건 완화는 공급 측면의 조치다. 그러나 현장에서 가정형 호스피스가 작동하지 않는 이유는 의사의 실시간 처방 연계 부재, 마약성 진통제의 재가 관리 제약, 야간·응급 상황 대응 불가다. 통증 조절에 한계가 오면 결국 응급실로 실려 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자격 요건 완화는 이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

한국 전체 사망자의 70% 이상이 의료기관에서 생을 마감한다. 싱가포르는 2022년 62.5%였던 병원 사망 비율을 2024년 59.8%로 낮췄고 2027년까지 51%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은 그 목표 수치조차 공표된 게 없다.

이 보도자료에 없는 단어들

고립사, 1인 가구, 무연고, 치매, 의료대리인. 초고령 사회와 1인 가구 급증이라는 현실을 규정하는 핵심 키워드들이다. 제도가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들이 보도자료 어디에도 없다.

종합계획은 호스피스 이용률을 현재 25%에서 2028년까지 50%로 두 배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영국이 40~50% 이용률에 도달한 배경에는 GP와의 연계, 지역사회 호스피스 네트워크, EPaCCS를 통한 실시간 정보 공유, 안정적인 재정 지원 구조가 있다. 한국이 2년 안에 그 수치에 도달하려면 지금 당장 수가 구조 개혁, 지역사회 돌봄 네트워크 구축, 비가족 대리인 제도 도입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이 보도자료에서 그 경로는 보이지 않는다.

정책에는 두 종류가 있다. 방향을 잡는 정책과 경로를 만드는 정책이다. 이번 발표는 방향을 잡는 정책이다. 방향이 옳다고 경로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법이 보장한 항목별 선택권을 서식 단계에서 지워버렸다. 효력 조건은 임종 직전으로 좁혀놓았다. 8년 동안 온라인 접수 창구를 못 만들었다. 가족 없는 사람을 위한 대리인 제도도 없다. 10년째 시범사업 중인 요양병원 호스피스는 5개 기관이 전부다.

권리가 있다는 사실이 권리가 보장된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조건의 언어가 아니라 권리의 언어로 다시 설계되기 전까지, 이 제도는 존엄한 죽음을 보장한다고 말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