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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회귀

불에서 물로, 수분해장이 번지고 있다.

흙으로 가는 매장, 불로 가는 화장, 물로 가는 수분해장
 


알칼리 가수분해. 수산화칼륨과 수산화나트륨을 섞은 알칼리 용액에 시신을 넣고 열과 압력을 가하면, 4~16시간 만에 연부조직이 완전히 분해된다. 남는 것은 두 가지다. 뼈. 그리고 물.

그 물이 흥미롭다.

DNA까지 지운다

처리 후 발생하는 처리수(정확히는 '하이드롤라이제이트'라고 부른다)에는 DNA가 존재하지 않는다. 북미화장협회는 공식 문서에 이렇게 적고 있다. "처리가 완료된 후 조직도, DNA도 남지 않는다."

왜 그런가. pH 13~14의 극강 알칼리 환경에서 단백질의 펩타이드 결합이 끊어지고, 지방은 비누화되며, DNA는 당과 뉴클레오타이드로 완전히 분해된다. 고온·고압이 이 과정을 가속한다. 남는 것은 아미노산, 단순당, 미네랄 염, 펩타이드. 자연 분해의 최종 산물들이다.

개인정보도, 유전 정보도,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처리수는 나무의 양분으로도 활용된다.

이 처리수, 그냥 하수구에 흘려보내도 문제없다. 실제로 많은 지역에서 그렇게 한다. 하이드롤라이제이트는 특별한 독성 폐기물이 아니다.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하수처리시설을 거쳐 다시 물의 순환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더 나아간 활용이 있다. 조림지 비료다.

하이드롤라이제이트의 성분을 보면 이해가 된다. 칼륨, 나트륨, 아미노산, 단순당. 비료 포대에 적혀 있는 성분들이다. 칼륨은 식물 생장의 필수 3대 영양소 중 하나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 처리수를 직접 농지나 수목지에 살포한다. 사람이 나무의 양분이 되는 것이다.

수목장이 나무 뿌리 곁에 유골을 묻는 방식이라면, 수분해장은 사람 자체를 나무가 흡수할 수 있는 영양액으로 되돌린다. 개념의 밀도가 다르다.

왜 이렇게 빠르게 번지고 있는가

2026년 현재, 미국 28개 주 합법화. 캐나다 4개 주. 호주, 뉴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아일랜드는 2023년 유럽 최초로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코틀랜드는 2026년 3월 합법화했고, 잉글랜드·웨일즈는 법무위원회가 법적 프레임워크를 만들고 있다. 벨기에 정부는 2025년 10월 파일럿 스터디에 착수했다.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는 시설 개설 수개월 만에 50건을 완료했는데, 선택지를 받은 가족 대부분이 화장 대신 수분해장을 택했다.

한 나라씩, 한 주씩, 문이 열리고 있다. 왜 이렇게 빠른가.

이유는 하나가 아니다.

첫 번째는 기후 위기다. 화장은 고온 연소다. 수분해장의 탄소 발자국은 화장의 4분의 1이고, 에너지 소비는 90% 적다. 대기 오염 배출은 제로다. 기후 의식이 높아질수록 이 숫자는 설득력을 갖는다. 미국 장의사협회 조사에서 친환경 장례를 고려하겠다는 응답이 2021년 55.7%에서 2022년 60.5%로 올랐다. 매년 올라가고 있다.

두 번째는 부드러움에 대한 감각이다. 불은 격렬하다. 물은 다르다. 미국에서 실제로 수분해장을 선택한 가족들을 인터뷰한 연구에 따르면, 선택 동기는 환경 외에도 '부드럽고, 물 같고, 자연스럽다'는 느낌에 기반하고 있었다. 불꽃도 없고, 연기도 없고, 강렬한 열도 없다. 물을 통해 조용히 돌아간다는 이미지에서 사람들은 위로를 발견한다. 데이터가 아니라 감각의 문제다. 그 감각이 수요를 만든다.

세 번째는 종교적 재해석 가능성이다. 생각보다 넓다. 기독교 전통에서 수분해장은 세례의 이미지와 연결된다. 영국 성공회 성직자 일부는 이미 이 비교를 설교에서 쓰고 있다. 흙으로 가는 매장, 불로 가는 화장, 물로 가는 수분해장. 원소의 연속성이 종교적 상징 체계 안에서 자연스럽게 안착한다.

네 번째는 한 사람의 선택이었다. 2021년 12월 26일,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반아파르트헤이트 운동의 상징인 대주교 데스몬드 투투가 사망했다. 그는 생전에 소박한 관과 수분해장을 원한다고 밝혀왔다. 그 선택이 전 세계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수많은 사람들이 처음으로 수분해장이라는 단어를 그날 접했다. 한 사람의 선택이 인식의 지형을 바꿨다.

기후 데이터, 감각적 선호, 종교적 수용성, 상징적 계기. 이 네 가지가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 기술의 확산은 기술만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서사가 붙을 때 번진다. 수분해장에는 지금 그 서사가 붙고 있다.

한국은 어디에 있는가

장사등에관한법률은 매장·화장만 장법으로 인정한다. 수분해장은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방식이다. 인체에 대해서는 불법이 아니라 '무법'. 법이 아예 없다.

반려동물은 다르다. 2022년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동물 수분해장이 합법화됐다. 개와 고양이는 되는데, 사람은 안 된다.
이 역전된 상황이 지금 한국의 현주소다.

화장장 포화 문제는 해마다 심해지고 있다. 탄소 발자국은 화장의 4분의 1. 대기 오염 배출 제로. 유전 정보 완전 소각. 조림지 양분 전환 가능. 논거는 이미 충분하다.

장사법 개정 논의가 시작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죽음의 방식은 계속 달라지고 있다. 불에서 물로. 그 흐름은 막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