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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회귀

지수화풍, 물로 돌아가는 죽음

지수화풍, 물로 돌아가는 죽음


수분해장을 처음 접한 사람들의 반응은 대개 비슷하다.


"화학물질로 시신을 녹이는 거 아니야?"


틀린 말은 아니다. 알칼리 용액을 쓰고, 열과 압력을 가한다. 화학적 과정이 맞다. 그런데 그 반응이 나오는 순간, 한 가지를 잊는다. 땅에 묻혀도 몸은 분해된다. 화장도 고온의 화학 반응이다. 죽은 몸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모든 방식은, 따지고 보면 분해다. 문제는 어떻게 분해되느냐다.


동양 철학은 오래전부터 인간의 몸을 네 가지 원소의 임시 결합으로 봤다. 지(地), 수(水), 화(火), 풍(風). 땅, 물, 불, 바람. 태어난다는 것은 이 네 가지가 모이는 것이고, 죽는다는 것은 다시 흩어지는 것이다. 장례는 그 흩어짐을 돕는 행위다.


그 관점에서 수분해장을 다시 보면, 인상이 달라진다.

매장은 지다


땅에 묻으면 흙으로 돌아간다. 지의 방식이다. 수천 년간 인류가 선택해온 이유가 있다. 몸이 온 곳으로 돌아간다는 직관적인 서사. 그러나 오늘날의 매장은 그 서사를 온전히 이어가지 못한다. 수의와 관, 봉분과 석물. 자연으로 돌아가는 자리에 인공물이 쌓인다. 국토는 좁고, 묘지는 늘어난다. 땅이 땅을 잠식한다.


화장은 화다


불로 태운다. 화의 방식이다. 빠르고 명확하다. 그러나 고온 연소는 에너지를 대량 소비하고, 이산화탄소와 유해물질을 대기로 내보낸다. 몸을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과정에서 자연을 훼손한다. 화학물질로 녹이는 것이 꺼림칙하다면, 고온으로 태우는 것은 어떤가. 불도 분해다. 다만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대기 중으로 오염물질을 남긴다.


수분해장은 수다


물로 돌려보낸다. 수의 방식이다.


알칼리 용액, 열, 압력. 낯설게 들리지만 본질은 단순하다. 자연에서 수십 년에 걸쳐 일어나는 분해를 물이 몇 시간 안에 완수한다. 방향은 자연과 같다. 속도만 다르다. 몸을 구성하던 아미노산, 단순당, 미네랄이 처리수 안에 고스란히 남는다. DNA는 소멸한다. 개인은 사라지고, 성분만 남는다.


그 처리수가 조림지에 뿌려지면 자연의 물순환 체계로 돌아간다. 수가 지로 스며드는 것이다.


"화학물질로 녹인다"는 표현이 맞다면, 땅속 미생물이 시신을 분해하는 것도 화학 반응이다. 수분해장은 그 반응을 물이 대신하는 것이다. 더 빠르게, 더 깨끗하게.

풍은 어디 있는가


바람은 이미 보전되고 있다. 화장이 공기 중에 내보내는 이산화탄소와 유해물질이 수분해장에는 없다. 대기 오염 배출 제로. 풍을 오염시키지 않는 것이 풍의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가장 자연스러운 반납


지수화풍의 관점에서 보면 수분해장은 낯선 기술이 아니다. 물이 몸을 분해하고, 그 성분이 땅으로 돌아가고, 바람을 더럽히지 않는다. 지, 수, 풍 세 원소가 동시에 작동한다.


화장은 화 하나에 기댄다. 수분해장은 셋에 기댄다.


불교와 동양 철학이 오래전부터 말해온 것이 있다. 몸은 빌린 것이고, 죽음은 반납이다. 가장 좋은 반납은 가장 조용한 반납이다. 불꽃도 없이, 연기도 없이, 흔적도 없이.


물처럼.


화학물질로 녹이는 게 아니다. 물로 돌려보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