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의 ‘사후 결정체’ 시장을 보다
화장률이 95%를 넘어섰다. 대부분의 사람은 죽은 뒤 불에 타고, 남는 것은 유골재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그 유골재를 어디에 둘 것인가.
봉안당은 비용 부담과 공간 부족 문제가 계속 제기된다. 수목장은 점차 확대되고 있지만 아직은 지역·문화적 편차가 크다. 미국 에서는 수천만 건 규모의 유골재가 가정 내에 보관되고 있다. 한국 역시 화장률 증가와 함께 ‘가정 봉안’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 흐름 속에서 등장한 산업이 있다. 유골을 단순 보관 대상이 아니라, 만질 수 있고 가까이 둘 수 있는 형태로 가공하는 시장이다.
한국은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이 분야를 상용화한 국가 중 하나다. 2000년대 초부터 일부 국내 업체들은 유골을 고온에서 처리해 유리질 또는 결정체 형태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해 왔다. 이 과정에서 생성되는 결과물은 흔히 ‘봉안옥’, ‘유골보석’ 등으로 불린다. 유골 내 미네랄 성분에 따라 흰색·푸른빛·녹색 계열 등 다양한 색조가 나타나는 사례도 알려져 있다.
국내 업체인 천옥(天玉)은 2000년대부터 관련 장비와 기술을 해외에 공급해 왔고, 본향(本鄕) 역시 장기간 관련 서비스를 운영해 왔다. 일부 업체는 화장시설 내 입점이나 B2C 서비스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일반적으로 결과물은 작은 구슬 형태이며, 비용은 수백만 원 이하에서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미국에서는 다른 방향의 접근도 등장했다. 뉴멕시코주 산타페이의 스타트업 Parting Stone은 유골에 결합 소재를 더해 소성(燒成)한 뒤 조약돌 형태로 만드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창업자 Justin Crowe는 재료과학 연구진과 협업해 기술을 개발했고, 현재 미국 장례산업에서 비교적 주목받는 사례로 평가된다. 결과물은 손에 쥘 수 있는 크기의 ‘돌’ 형태이며, 수십 개 단위로 제작된다.
이 서비스가 관심을 끈 이유는 단순한 디자인 때문만은 아니다. 기존 분골은 흩날리거나 쏟아질 수 있지만, 돌 형태는 상대적으로 다루기 쉽다. 집 안 책상 위에 두거나 여행 가방에 넣어 이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장례시설이라는 특정 장소 대신 일상 가까이에 고인을 두고 기억하려는 수요와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주와 뉴질랜드의 Reterniti 역시 비슷한 흐름에 속한다. 이 회사는 작은 페블 여러 개 또는 큰 기념석 형태의 결과물을 제공한다. 천연 소재와 수공예 패키징을 강조하며, ‘추모물을 생활 공간 안에 자연스럽게 두는 경험’을 마케팅 핵심으로 삼고 있다.
한편 가장 오래된 고가 시장은 여전히 다이아몬드 계열이다. 스위스의 Algordanza는 2004년부터 유골에서 탄소를 추출해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제작하는 서비스를 운영해 왔다. 비슷한 방식의 Lonité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알려져 있으며,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 고객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내에서는 보람그룹 계열의 비아생명공학이 ‘비아젬(VIA GEM)’ 서비스를 선보였다. 유골뿐 아니라 머리카락·손발톱 등을 활용한 생체 기반 보석 시장에 진입한 사례다. 반지·목걸이 같은 장신구 형태로 제작하는 방식은 기존 봉안 문화와는 다른 방향의 추모 방식을 보여준다.
이 시장은 대체로 세 갈래로 나뉜다. 한국을 중심으로 발전한 구슬·결정체형, 미국·호주권의 조약돌·석재형, 그리고 스위스 중심의 다이아몬드형이다. 가격대와 소비층, 추모 방식도 서로 다르다. 구슬형은 비교적 접근 가능한 가격대와 종교적 상징성이 특징이고, 조약돌형은 자연주의적 감성과 실용성을 강조한다. 다이아몬드형은 고가이지만 ‘몸에 지니는 추모’라는 상징성이 강하다.
앞으로는 반려동물 시장이 더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상당수 업체가 사람과 반려동물 서비스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반려동물 장례는 제도적 제약이 상대적으로 적고,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감정적 수요도 꾸준히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법제도 논의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현재 한국의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는 유골재 가공·성형에 대한 세부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 유골재를 어떤 방식으로 보관하고 가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 역시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화장률 증가와 봉안시설 포화 문제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가정 봉안과 새로운 형태의 추모 산업을 제도 안에서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 시장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고인을 어디에 둘 것인가. 먼 봉안시설을 정기적으로 찾기 어려운 시대에, 작은 돌 하나나 구슬 하나를 생활 공간 가까이에 두는 방식은 누군가에게 현실적인 대안이 된다. 추모는 특정 장소만의 문제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 얼마나 자주 기억하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유골재의 형태를 바꾸는 산업은 바로 그 변화하는 기억의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구슬(결정체)형과 다이아몬드형은 추후 자연으로 돌려 보내기가 어렵지만, 조약돌형은 구조상 자연회귀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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