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률 95%, 굴뚝 연기는 환경부가 단속한다. 그런데 허가는 왜 아직도 복지부인가

이 구조는 처음부터 잘못됐다
화장장 인근 주민이 대기오염 문제를 호소하며 민원을 넣는다. 지자체는 환경부 기준을 들먹이고, 운영 업체는 복지부 허가 기준을 충족했다고 맞선다. 민원은 수개월째 부처 사이를 떠돈다. 책임지는 곳이 없다.
이것을 행정의 사각지대라고 부르면 너무 점잖은 표현이다. 처음부터 작동하지 않도록 설계된 구조다.
화장 시설의 설치 허가는 보건복지부, 대기오염물질 배출 관리는 환경부. 같은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를 두 부처가 나눠서 본다. 허가를 낸 부처와 그 결과를 관리하는 부처가 다르다. 이 구조가 유지되는 한 화장장 주변 주민의 피해는 계속된다. 그리고 그 피해에 온전히 책임지는 부처는 어디에도 없다.
결론부터 말한다. 장사 행정의 주무부처를 보건복지부에서 환경부로 이관해야 한다. 지금 당장.
화장률 95%, 위생의 시대는 끝났다
한국의 장사 행정이 복지부 소관이 된 데는 역사적 이유가 있다. 장묘 법제는 시신 위생 처리와 전염병 예방이라는 공중보건 논리에서 출발했다. 매장이 지하수를 오염시킬 수 있고, 처리되지 않은 시신이 감염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맥락이었다. 그 논리 위에 생애 말기 공공 서비스라는 복지 개념이 더해지면서 복지부 체계가 굳어졌다.
그 논리가 지금도 유효한가.
2026년 1월 기준, 한국의 화장률은 95.1%다. 연간 사망자 36만 명 가운데 33만 건 이상이 화장으로 처리된다. 땅에 묻히는 사람이 스무 명 중 한 명도 안 된다. 시신 위생 처리라는 원래의 정책 목표는 완전히 달성됐다. 복지부가 이 영역을 맡아야 할 원래의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화장률 95% 시대에 장사 행정을 복지부가 맡는 것은 소방서가 없어진 마을에 소방서장을 두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굴뚝에서 나오는 것은 위생 문제가 아니다
화장 1건에 소요되는 시간은 약 1시간에서 2시간. 그 사이 굴뚝에서 나오는 물질 목록을 보면 이것이 왜 환경부 소관이어야 하는지 즉각 명확해진다.
다이옥신, 수은, 미세먼지, 질소산화물, 일산화탄소. 국립환경과학원이 화장 시설을 대기오염물질 배출 시설로 분류하는 이유다. 화장 1건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약 160kg으로 추산된다. 연간 33만 건의 화장에서만 약 5만 톤의 CO₂가 배출된다.
수은은 따로 짚어야 한다. 환경부는 2019년 화장로 수은 배출허용기준을 기존 대비 42% 강화해 0.05mg/Sm³ 이하로 설정했다. 공설 화장장 대부분에 활성탄 흡착탑과 백필터가 설치되어 있다. 그런데 굴뚝자동측정기기(TMS)가 24시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항목 7가지 안에 수은은 없다. 분기 또는 반기에 한 번, 검사원이 직접 채취할 때만 확인된다. 기준은 만들었고 실시간 감시는 없다.
왜 이 상태가 지속되는가. 허가권이 복지부에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배출 기준을 강화할 수 있지만 시설 설계 단계에서 수은 연속측정 설비를 의무화할 권한이 없다. 허가를 내주는 부처가 아니기 때문이다. 기준은 환경부가 만들고, 그 기준이 시설에 반영되는지는 복지부 허가에 달려 있다. 이 이원 구조가 규제 공백을 구조적으로 만들어낸다.
화장장 입구 전광판이 오늘도 숫자를 보여준다. 주민들은 그 숫자를 보며 안심한다. 그 전광판에 수은 항목은 없다. 보이는 숫자가 전부가 아닐 때 투명성은 안심의 도구가 아니라 눈가림이 된다.
자연장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수목장, 잔디장, 화초장, 해양장. 골분이 직접 토양이나 해양 생태계와 접하는 이 행위들은 골분의 pH와 나트륨 함량, 산림 건강성, 해양 생태계 영향을 다뤄야 하는 명백한 환경 행정이다.
그런데 지금 이 기준을 만들고 허가를 내는 것은 환경부가 아니라 복지부다. 이것은 행정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 품질의 문제다. 환경 전문성이 없는 부처가 생태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규율하고 있다. 전문성의 미스매치가 만들어내는 정책 부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 중이다.
탄소 감축 의제도 마찬가지다. 저탄소 화장로 기술 개발, 친환경 수의와 관 재질 기준, 자연장의 탄소 격리 가능성 연구. 이 모든 것이 환경부 소관이어야 할 탄소 감축 의제다. 그런데 장사 행정 주무부처가 복지부인 이상 이 의제들은 계속 허공에 떠 있다. 담당 부처가 없는 정책은 실행되지 않는다.
세계는 이미 결론을 내렸다
국제 사례는 이 논쟁의 답을 이미 보여주고 있다.
싱가포르 국립환경청(NEA)은 화장 시설 허가와 환경 관리를 단일 체계에서 담당한다. 허가 단계부터 환경 기준이 설계에 반영되고 민원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명확하다. 홍콩 식품환경위생서(FEHD)도 같은 구조다. 이 나라들에서 화장장 환경 규제가 일관성 있게 작동하는 이유는 허가와 관리를 같은 기관이 맡기 때문이다.
영국은 환경식품농무부(DEFRA)가 화장로 대기오염 규제를 실질적으로 주도한다. 20년간 업계 자율에 맡겼던 수은 저감 정책이 70% 수준에서 정체되자 2023년 방향을 틀었다. 2027년까지 전체 화장장의 95%에 수은 저감 장치를 의무 설치하도록 강제했다. 자율에서 의무로의 전환을 이끈 것은 환경 부처였다.
오스트리아, 벨기에, 독일,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스위스는 이미 화장장 수은 배출을 법으로 규제하고 감시 체계를 갖추고 있다. EU는 2025년부터 치과용 아말감 사용 자체를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수십 년 후 화장장에서 나오는 수은을 줄이기 위해 지금 원인을 차단한 것이다.
한국은 이 가운데 어느 것도 갖추지 못했다. 유럽 7개국이 법제화한 감시 체계도, 영국이 완성해가는 장치 의무화도, EU가 채택한 원인 차단 전략도 없다. 화장률은 세계 최고 수준인데, 화장 행정의 환경 관리 체계는 세계 최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격차가 우연이 아니다. 허가와 관리를 분리한 구조가 만들어낸 필연적 결과다.
"복지 기능은 어떻게 하냐"는 핑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
부처 이관을 이야기하면 반드시 나오는 반론이 있다. 복지 기능은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답은 간단하다. 복지 기능은 복지부가 계속 맡으면 된다. 무연고 사망자 공영 장례, 저소득층 장례비 지원, 노인 돌봄 연계 사전 장례 지원. 이 기능들을 환경부로 넘기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싱가포르와 홍콩 모두 환경 기관이 장사 행정을 주관하면서도 저소득층 장제비 지원은 별도 복지 체계로 운영한다. 이미 작동하는 모델이다.
복지 기능 우려를 내세워 구조 개편을 미루는 것은 더 이상 설득력 있는 논거가 되지 못한다. 그것은 이유가 아니라 핑계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
전면적인 부처 이관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순서가 있다.
첫째, 자연장 전 분야의 환경부 단일 관리 체계를 즉시 정비한다. 이미 접점이 있고 제도적 저항도 가장 적다.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
둘째, 화장 시설 신규 허가 시 환경부의 동의를 필수 요건으로 명시한다. 지금 협의 사항인 것을 동의 사항으로 바꾸는 것만으로 구조가 달라진다. 법 개정 없이도 고시 개정으로 가능하다.
셋째, 수은 연속측정 설비를 신규 화장 시설 허가 조건으로 의무화한다. 영국이 2027년 완성을 목표로 진행 중인 것을 한국은 신규 시설부터라도 지금 시작해야 한다.
넷째, 이 흐름이 쌓이면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의 주무부처를 환경부로 명시하는 전면 개정이 뒤따라야 한다. 이것이 최종 목표다.
제도가 선언해야 할 때다
화장률 95%. 이 숫자는 한국 사회가 죽음을 처리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졌음을 뜻한다. 죽음은 더 이상 위생의 문제가 아니다. 국토, 생태계, 대기, 탄소 순환의 문제다.
그런데 제도는 아직 위생과 복지의 언어 안에 머물러 있다. 현실은 세 번째 시대로 들어섰는데 제도는 첫 번째와 두 번째 시대의 낡은 틀을 붙들고 있다.
장사 행정이 환경부의 소관이 되는 날, 그것은 단순한 행정 개편이 아니다. 한국 사회가 죽음을 처리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자연으로 돌아가는 과정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선언이다.
그 선언을 제도가 먼저 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 해야 한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정식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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