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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뉴스

병원 장례식장은 어떻게 합법화됐나

2005년 대법원 판결에서 2010년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까지

2005년 9월 29일, 대법원은 국토의계획및이용에관한법률위반 사건(2005도4592)에서 병원 장례식장의 법적 성격에 대해 중요한 판단을 내렸다. 당시 법원은 건축법령과 국토계획 관련 법령의 체계를 근거로, 종합병원 내 장례식장은 의료기관의 단순한 부속시설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병원에 법적으로 설치가 요구되는 시체실과 달리, 예식실·분향소·접객시설·식당 등 일반 장례식장의 기능을 수행하는 시설은 독립된 장례시설에 해당한다는 취지였다.


이 판결은 병원 장례식장의 법적 지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당시 도시계획 및 건축 관련 법령은 의료시설과 장례시설을 서로 다른 용도로 구분하고 있었고, 특히 주거지역에서는 장례시설 설치가 엄격하게 제한되고 있었다. 그 결과 주거지역에 위치한 상당수 병원 장례식장이 건축법상 적법성 논란에 휩싸이게 되었고, 병원계와 전문 장례업계 사이의 갈등도 본격화됐다.


2006년 10월에는 전문 장례업계가 병원 장례식장을 운영하는 전국의 거의 모든 병원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논란은 더욱 확대됐다. 한국장사시설표준협회 김길선 회장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병원 장례식장이 대법원 판결과 건축법령에 위배된다며 지속적으로 관계기관에 시정을 요구해온 인물로, 업계에서는 그에게 "저승사자"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병원은 시정명령 등 행정처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한국장사시설표준협회 김길선 회장(2008년)


정부 역시 이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007년 무렵부터 건설교통부와 보건복지부, 병원계는 병원 장례식장의 법적 지위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에 대해 협의를 시작했고, 장례시설의 규모를 제한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었다.


이러한 논의를 거쳐 보건복지가족부는 2009년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하였다. 개정안은 장례식장을 의료기관의 부수시설로 인정하되 일정한 규모 제한을 두는 내용을 담았다. 종합병원은 장례식장 바닥면적을 3,000㎡ 이하로, 병원·요양병원·한방병원은 1,000㎡ 이하로 제한하고, 장례식장 면적이 의료기관 연면적의 5분의 1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하였다. 보건복지가족부는 병원 이용자의 편의 증진과 장례문화의 현실, 그리고 지속적으로 발생하던 법적 분쟁을 제도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고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시행규칙 공포와 이례적으로 짧은 시행 유예


입법예고와 의견수렴을 거친 개정안은 규제심사 등 후속 절차를 마친 뒤 2010년 1월 29일 「의료법 시행규칙」(보건복지가족부령 제158호)으로 공포되었으며, 이틀 뒤인 같은 달 31일부터 시행되었다. 개정 규칙은 이미 병원에 설치되어 있던 장례식장을 새 규정에 따라 설치된 것으로 보는 경과조치를 두었고, 시행일부터 3년 이내에 개정된 면적기준을 충족하도록 하는 유예기간도 함께 마련하였다.


공포 후 이틀 만에 시행된 점은 당시로서는 비교적 이례적인 일정이었다. 일반적으로 시행규칙은 공포와 동시에 시행하거나 일정한 준비기간을 두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개정은 매우 짧은 시행 유예기간을 두고 곧바로 효력을 발생시켰다. 이는 당시 병원 장례식장을 둘러싼 법적 불확실성과 행정적 혼란을 조기에 해소하려는 정책적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건축법 시행령과의 정합성


다만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당시 건축법 시행령은 여전히 장례식장을 독립된 건축물 용도로 분류하고 있었기 때문에, 의료법상 부수시설로 인정되더라도 건축법상 용도 문제는 남아 있었다.


현재 건축법 시행령 별표 1(제28호)은 "장례식장[의료시설의 부수시설(「의료법」 제36조제1호에 따른 의료기관의 종류에 따른 시설을 말한다)에 해당하는 것은 제외한다]"이라는 예외규정을 두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의료법상 적법하게 설치된 병원 부설 장례식장은 별도의 용도변경 없이 운영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기록상 건축법 시행령이 2010년 2월 18일에도 일부개정된 사실이 확인되는데, 의료법 시행규칙 시행 직후 보름여 만이라는 점에서 두 개정이 서로 맞물려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결국 국가는 병원이 치료뿐 아니라 환자의 죽음 이후의 장례 과정에서도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제도적으로 승인했다.

 


절차적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

 

이 과정은 당시에도 적지 않은 법적 논쟁을 불러왔다. 대법원이 기존 법령 체계 아래에서 병원 장례식장을 의료기관의 부속시설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이후, 정부가 법률 개정이 아닌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이를 제도적으로 인정한 것이 과연 적절했는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졌다.

 

비판적인 시각에서는 시행규칙은 상위 법률의 위임 범위 안에서 세부사항을 정하는 행정입법에 불과한 만큼, 대법원 판결 이후 법적 기준을 실질적으로 변경하려면 국회의 법률 개정이 우선되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는 의료기관 부대시설에 관한 법률의 위임 범위 안에서 제도 개선을 추진한 것이라는 입장을 취했다.

 

이해관계를 둘러싼 논쟁은 끝내 해소되지 않았다. 장례업계는 정부가 병원계의 경영 현실을 우선해 병원 장례식장을 제도화했다고 비판했고, 정부와 의료계는 의료 이용자의 편의와 현실을 반영한 불가피한 제도 개선이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는 병원이 환자의 사망 이후 이루어지는 장례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얻는 구조를 국가가 제도적으로 인정하고 허용한 셈이 됐다.

 

결국 2005년 대법원 판결로 시작된 병원 장례식장의 법적 논란은 약 5년에 걸친 행정·입법적 조정을 거쳐 새로운 제도적 틀 속에서 정리되었다. 다만 당시 개정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과 행정입법의 한계를 둘러싼 논의는 지금도 행정법과 입법정책의 관점에서 검토할 가치가 있는 사례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