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전통'이라 믿는 한국 장례, 대부분은 근대의 산물이다
1. "전통 상례" 원형과 지금 쓰는 것의 격차
유교 예서(『가례』)가 규정한 상례는 19~21단계다: 초종-습-소렴-대렴-성복-조상-문상-치장-천구-발인-급묘-반곡-우제-졸곡-부제-소상-대상-담제-길제. 3년상을 전제로 한 절차다.
지금 장례식장에서 하는 3일장은 이걸 극단적으로 압축한 것이다: 임종→안치→염습(습+소렴+대렴 통합)→성복→발인→화장/매장. 원래 나흘에 걸쳐 하던 걸 하루 이틀에 몰아넣었다.
문제는 이 압축 과정에서 원래 있던 게 아니라 일제강점기에 새로 만들어진 요소가 "전통"으로 둔갑해 들어왔다는 점이다.
2. 냉철하게 봐야 할 지점들
(1) 상주 자격 - 여전한 성차별
『가례』 규정 자체보다 더 강고한 게 관습이다. 조선시대엔 장애나 질병 없는 장남이 원칙이었고, 지금도 법적 근거가 전혀 없는데도 딸만 있는 집에서 사위나 먼 친척 남성, 심지어 소개팅 상대까지 상주로 세우는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에서 최근 5년 내 장례 경험자의 94.5%가 남성이 상주를 맡았다고 답했다. '성별에 따른 장례 역할 구분은 개선돼야 한다'는 응답이 89.2%인데도 관행은 그대로다.
완장 문화도 마찬가지다. 아들·사위·남편·장손은 두 줄, 8촌 이내 남성 친족은 한 줄, 여성은 전통적으로 완장 대신 흰 리본 머리핀 - 이 자체가 성별 위계를 시각적으로 서열화하는 장치다.
(2) "전통"이라 불리는 것의 상당수가 1934년산
이게 가장 중요한 지점이다. 다음은 전통 상례가 아니라 1934년 조선총독부 의례준칙에서 새로 규정된 것들이다:
- 삼베 수의: 원래 삼베는 죄인복·상복(喪服) 소재였고, 수의(壽衣)는 생전 가장 좋은 옷 - 비단·명주였다. 왕은 곤룡포, 서민도 혼례복을 입혔다. 일제가 조선잠사통제령으로 비단을 공출하려는 목적으로 수의를 삼베로 바꿨다.
- 검은 상복과 완장: 서양식 상복이 일본에서 화복(和服)으로 변형되며 들어온 것. 의례준칙이 왼쪽 가슴에 나비 모양 검은 리본, 팔에 검은 완장을 달도록 규정했다.
- 국화 영정 장식: 국화는 일본 황실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한국·중국·일본 모두에서 오래전부터 길상과 추모의 의미로 사용된 꽃이다. 영좌 주변을 국화로 입체 장식하고 단을 높이 쌓는 방식은 일본에서 왔다.
즉 우리가 "이것이 한국의 전통 장례"라고 여기는 이미지의 상당 부분 - 삼베옷 입은 상주, 검은 완장, 국화로 뒤덮인 영정 - 은 전통이 아니라 식민통치 수탈·동화 정책의 산물이 광복 이후에도 그대로 굳어진 것이다. 정작 조선시대 묘를 이장하면 삼베수의가 나온 적이 없다는 게 여러 전문가의 공통된 증언이다.
(3) 명정, 결관바, 관보 - 태울 필요 없는 것을 태우고 있다
이 셋은 일제 잔재는 아니지만, 기능이 소멸했거나 재질 규정이 없어 화장로까지 그대로 따라 들어가는 부자재다.
명정(銘旌)은 고인의 신분을 알리는 깃발이다. 비단 한 폭에 아교 섞은 분이나 달걀 흰자로 글씨를 쓰고 흰 가루를 뿌려 만든다. 관 위에 세우거나 병풍에 걸쳐 영좌 곁에 두었다가, 운구 행렬 맨 앞에서 관을 인도한다. 신원을 표시하는 상징물이지 관 자체에 부착되는 물건은 아니다.
결관바는 원래 관을 상여에 결착하기 위한 끈이었다. 상여로 운구하던 시절, 관이 상여 위에서 흔들리거나 이탈하지 않도록 상여 몸체에 묶어 고정하는 실용적 장치였다. 오늘날 상여를 쓰는 장례는 사실상 사라졌다. 관은 영구차·전동카트로 운반된다. 그런데 결관 자체는 사라지지 않았다. 상여라는 결착 대상이 없어진 대신, 결관의 기능이 옮겨갔다. 지금은 운구자 6~8명이 관 양측에 서서 직접 손으로 들어올릴 수 있도록 끈을 결속하는 방식으로 쓰인다. 즉 결관바는 관 개방 방지와 손으로 잡는 손잡이 제공, 두 기능을 겸하는 형태로 존속하고 있다.
관보(棺褓)는 입관 후 관을 덮는 홑이불이다. 흰색·검정색·노랑색 비단이나 인조견으로 만들며, 종교에 따라 십자가나 卍 문양이 들어가기도 한다. 결관 전, 관 위를 마지막으로 덮는 예의의 표시다.
셋 다 공통점이 있다. 관이 화장로에 들어가는 순간까지 관을 감싸고 있다가, 대부분 그대로 함께 들어간다는 점이다. 결관바도 관보도 벗기지 않고 관째로 밀어 넣는 게 표준 절차다.
화장 전 제거가 명시적으로 요구되는 품목은 따로 있다: 심박조율기(폭발 위험), 관 경첩 같은 금속(설비 손상), 옷의 단추·지퍼(유독가스, 유골 오염). 반면 결관바와 관보는 이 제거 대상에 들지 않는다. 그냥 다른 부장품과 함께 태워진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한다. 결관바에 붙는 금테줄, 관보에 쓰이는 인조견(합성섬유)은 정확히 어떤 성분인지 표준화된 규정이 없다. 화장로가 배출하는 수은·다이옥신 문제와 같은 연장선에 있는 사각지대다.
- 소각 대상 재질에 대한 규정 자체가 없다. 관보·결관바가 무엇으로 만들어져야 하는지 정하는 법령이나 표준이 없다.
- 금테줄, 금사 장식 같은 금속성 실이 포함된다. 큰 금속품은 제거 대상이지만 실 형태로 섬유에 섞인 금속은 누락된다.
- 업계가 상품으로 판매하는 구조다. 소각을 전제로 한 의례 용품에 별도 등급이나 친환경 규격이 매겨지지 않은 채 관행적으로 유통된다.
(4) 경제적 착취 구조
- 삼베가 희소가치를 인정받으며 수천만 원짜리 "명품 수의"로 팔리는 시장이 만들어졌다. 원래 죄인복 소재였던 게 최고가 상품이 된 역설이다.
- 업계는 장례식장 매점 형태로 고가 용품을 강권하는 구조가 굳어 있다. 장례지도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수익 구조 자체가 그렇게 설계돼 있다.
- 관내 화장시설이 없는 지역 사망자는 타 지자체 화장장에 100만 원가량을 추가로 내야 한다. 이건 님비에 대한 페널티가 유족에게 전가되는 구조다.
(5) 노동 착취
장례지도사는 3일 내내 외박하며 상주 곁을 지키고, 저임금·고강도 노동에 시달린다. 화장로 대차식 운영의 수은 배출 문제, 자격 인증 체계가 교육기관 수익구조로 흘러가는 문제도 겹쳐 있다.
3. 개선 방향
상주 제도: 서열(장남 우선)과 성별 기준을 폐기하고, 실제 고인을 돌본 관계·장례를 책임지는 의지를 기준으로 한다. 완장의 줄 수 차등(2줄/1줄)과 여성만 리본을 다는 방식도 폐기하고, 상주 여부를 시각적으로 표시하려면 성별 무관 동일한 방식을 쓴다.
수의: 삼베가 "전통"이라는 인식부터 정정한다. 굳이 특정 소재를 권유할 이유가 없다 - 생전 좋아하던 옷, 광목, 모시, 원하는 색상 무엇이든 천연 소재라면 가능하다는 걸 표준 안내에 명시한다. 수의 가격을 재질·원가 기준으로 표준화해 공시하게 한다.
영정·상복 색상: 국화 일변도 장식을 강제하지 않는다. 검은 완장·영정 리본도 마찬가지 - 이게 전통이 아니라 1934년 총독부 규정이었다는 사실 자체를 장례지도사 교육과정과 표준 안내 및 약관에 명기해서, 유족이 "이게 원래 우리 문화다"라는 압박 없이 선택할 수 있게 한다.
결관바·관보: 결관바의 원래 기능(상여 결착)은 소멸했고, 지금 기능(손으로 드는 그립)은 관 자체에 내장된 손잡이로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 서구식 관은 이미 옆면에 손잡이가 부착돼 나온다. 이렇게 하면 화장로에 별도 부자재(끈, 금테줄, 금속 장식)가 들어갈 이유가 없고, 운구자의 손이 걸리는 부분도 규격화돼 오히려 안전하다. 종교 표시는 결관바가 아니라 관 뚜껑 표면 인쇄나 스티커로 옮기면 소각 시 잔여물도 훨씬 적다. 관보 역시 입관 직전 잠깐 얹었다가 화장 직전 걷어내는 절차로 바꾸면, 의례적 상징성은 유지하면서 불필요한 소각 부자재를 없앨 수 있다.
화장시설: 거주지 기준 타지역 할증 요금을 폐지하거나 국가 보조로 흡수한다. 내구성 좋은 화장설비로 교체해 횟수 자체를 늘리는 게 근본 해법이다
장례지도사 처우: 노동시간·임금 표준을 법제화하고, 자격 인증 체계에서 교육기관 이권 개입 구조를 분리한다.
절차 자체: 3일장이라는 틀을 법으로 강제하는 게 아니라, 화장 예약 현실에 맞춰 2~5일 유연화하고, 종교·형편에 따라 절차를 자유롭게 조합할 수 있게 한다.
핵심은 이거다. "전통을 지키자"는 프레임 자체가 현대 가치에 맞지 않는다. 지금 지키고 있는 것의 상당수는 전통이 아니라 100년도 안 된, 그것도 식민통치 산물이거나 기능을 잃은 관성적 절차다. "전통을 없애느냐 지키느냐"가 아니라, 애초에 뭐가 진짜 전통이고 뭐가 날조·잔존된 것인지부터 가려낸 다음, 현대 가치(성평등·노동권·비용 투명성·환경)에 맞춰 새로 설계하자는 게 더 정확한 문제 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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