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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뉴스

묘지 태양광, 법이 세 겹이다.

 

법적으로 묘지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로서는 불가능에 가깝다. 전국 어디에나 있는 묘지, 낮에는 아무도 찾지 않는 공간, 햇볕이 잘 드는 언덕배기. 유휴 부지에 태양광을 올리면 탄소중립에도 기여하고 묘지 관리 비용도 충당할 수 있지 않을까. 해외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솔깃해진다.


그런데 실제로 법을 들여다보면 막히는 지점이 한두 곳이 아니다. 그것도 행정지도 수준의 규제가 아니라 형사처벌까지 걸려 있는 조항들이다. 하나씩 짚어보자.

 


첫 번째 벽, 장사법
묘지에 뭔가를 설치하려면 가장 먼저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을 통과해야 한다. 이 법의 시행령은 분묘 1기당 설치할 수 있는 시설물을 아주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다. 비석 하나, 상석 하나, 그 밖의 석물(인물상 제외) 하나 또는 한 쌍. 끝이다.


태양광 패널은 이 목록에 없다. 목록에 없는 시설물을 설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행강제금 500만 원도 따로 붙는다. 단순히 허가를 못 받는 것이 아니라 설치 자체가 범죄가 된다.


여기서 흔히 떠올리는 우회로가 있다. "태양광 패널을 발전 설비로 보지 말고 비가림막이나 차양 시설로 재해석하면 어떨까?" 논리적으로는 들린다. 그런데 장사법 시행령의 시설물 목록이 열거 방식으로 되어 있어서, 목록에 없는 것을 목록 안에 있는 것처럼 재해석하는 데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담당 공무원이 유권해석으로 처리해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시행령 자체를 고쳐야 한다는 뜻이다.

 


두 번째 벽, 산지관리법
국내 묘지의 상당수는 임야, 즉 산지에 있다. 지목이 묘지라 해도 주변이 산이거나 산지관리법의 영향권 안에 있으면 산지 태양광 규정이 함께 적용된다.


2018년에 산지관리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산지에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는 경사도 기준이 기존 25도 이하에서 15도 이하로 대폭 강화되었다. 이 기준이 얼마나 엄격한지는 수치를 피부로 느껴보면 안다. 경사도 15도는 걷기에 약간 가파르다 싶은 정도다. 우리나라 산에 있는 묘지 중 15도 이하 평지에 있는 곳은 흔치 않다.


업계에서는 이 규정이 다른 개발 행위와 비교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반발했다. 건축이나 채석, 광산 개발은 모두 25도까지 허용되는데 유독 태양광만 15도로 묶어놓은 것은 역차별이라는 주장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 규정은 지금도 그대로 살아 있다. 산지 태양광 허가건수가 이 개정 이후 2019년 2,129건에서 2020년 460건으로 급감한 것만 봐도 현실적 파괴력을 알 수 있다.

 


세 번째 벽, 국토계획법과 개발행위허가
태양광 패널은 법적으로 공작물에 해당한다. 공작물을 설치하려면 국토계획법에 따른 개발행위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소규모 공작물은 허가 없이 설치할 수 있는 예외가 있는데, 도시 지역 기준 수평투영면적 50제곱미터 이하, 그 밖의 지역 기준 150제곱미터 이하다.


150제곱미터라면 어느 정도 되는 규모라 "이 정도면 되겠는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예외는 국토계획법상 개발행위허가만 면제해주는 것이다. 장사법상 시설물 제한과 산지관리법 경사도 기준은 별개로 여전히 적용된다. 법률이 여러 겹으로 쌓여 있어서 한 층을 통과해도 다음 층에서 다시 막힌다.


게다가 각 지방자치단체는 태양광 설치에 관한 이격거리 조례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도로, 주거지, 관광지 등에서 일정 거리 이내에 설치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묘지가 이 이격거리 안에 걸려 있으면 그 지점에서 또 막힌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가능한 길은 없나
완전히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가능한 길이 있다면 그것은 개인이나 민간 사업자가 개별 부지에서 우회하는 방식이 아니라 제도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현재 구조에서 최소한으로 필요한 변화는 두 가지다. 장사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설치 가능 시설물 목록에 태양광 패널이나 그에 준하는 복합 시설물을 추가하는 것, 그리고 산지관리법의 경사도 15도 기준을 묘지 용도에 한해 완화하거나 별도 기준을 신설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없이는 나머지 논의가 다 공허하다.

신재생에너지법에 특례 조항을 넣어 타법 제한을 의제 처리하는 방식도 있다. 다른 분야에서 선례가 없지 않다. 현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와 탄소중립 목표에 적극적인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입법 추진의 명분은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 다만 산지 훼손 논란이 여전히 민감한 이슈인 만큼, 묘지 태양광이 산지 난개발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구분하는 논리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공공 목적으로 추진하는 경우라면 현행법 체계 안에서도 탐색할 여지가 생긴다.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이 공설묘지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설계하고, 보건복지부와 산림청, 산업통상자원부가 함께 관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규제 샌드박스나 특례 적용을 검토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개인이나 민간 사업자가 단독으로 규제를 뚫으려 할 때와는 출발선이 다르다. 공공이 먼저 시범사업을 열면 법 개정의 근거와 데이터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다.


이 주제가 여전히 의미 있는 이유는, 묘지가 실제로 유휴 부지라는 사실 자체는 맞기 때문이다. 법이 막고 있는 것이지, 공간의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공공 목적의 제도 개선 논의를 쌓아가는 작업이 지금 단계에서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