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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뉴스

공설묘지, 돈 먹는 하마에서 자립하는 날

 

공설묘지는 지방자치단체에 만성 적자 사업이다. 관리는 해야 하고, 수익은 없고, 민원은 늘어난다. 고령화가 가속되면서 수요는 늘지만 공간은 줄어든다. 지자체 담당자 입장에서 공설묘지는 예산을 집어넣는 구멍이지, 무언가를 꺼낼 수 있는 자원이 아니다.

 

그런데 이 구도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이 두 가지 있다. 묘지 태양광과 Lift & Deepen이다. 이 두 가지를 단순히 공간 문제 해법으로 보면 설득력이 약하다. 공설묘지 재정 자립 모델로 포지셔닝하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묘지 태양광, 적자 구조를 뒤집는 수익원

 

공설묘지는 낮에 사람이 거의 없다. 햇볕이 잘 드는 언덕에 자리 잡은 경우가 많다. 묘지 관리 인력과 시설 유지에 매년 예산이 들어가지만 이를 충당할 자체 수익이 없다.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면 이 구조가 바뀐다. 낮 동안 비어 있는 묘지 공간이 전기를 생산하고, 그 전기를 한국전력에 판매하거나 묘지 운영 전력으로 직접 쓴다. 관리 비용 일부를 묘지 스스로 충당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규모가 커지면 수익이 비용을 초과할 수도 있다.

 

현행 장사법이 막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법 개정을 추진할 때 "태양광을 허용해달라"는 요청과 "지자체 공설묘지 재정 부담을 줄이겠다"는 요청은 행정 담당자에게 완전히 다르게 들린다. 전자는 규제 완화 요구고, 후자는 행정 효율화 제안이다. 같은 내용이지만 듣는 귀가 다르다.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설묘지 운영에 쓰는 예산이 얼마인지를 먼저 수치로 제시하고, 태양광 수익으로 그 중 얼마를 충당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면 정책 제안서가 된다. 이념이 아니라 숫자로 설득하는 것이다.

 

 

Lift & Deepen, 공설묘지가 스스로 공간을 만든다

 

설치기간이 만료된 묘지는 전국 공설묘지에 상당수 존재한다. 그런데 이를 정비하려면 비용이 든다. 예산을 써서 묘지를 비워내야 하니 지자체 입장에서는 손을 댈 이유가 없다. 그래서 방치된다.

 

Lift & Deepen은 이 구도를 바꾼다. 기간 만료 묘지를 정비해서 새로운 매장 공간을 만들면, 그 공간을 새로 분양할 수 있다. 분양 수익이 생긴다. 정비 비용을 수익으로 충당하고, 남는 재원으로 다음 정비를 이어가는 선순환이다. 공설묘지가 외부 예산 없이 스스로 공간을 재생산하는 모델이다.

 

영국 하이게이트 묘지가 칼 마르크스 묘 인근 자리를 Lift & Deepen으로 2만 5천 파운드에 분양한다는 소식이 전 세계 언론을 탔다. 묘지가 프리미엄 자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한국 공설묘지가 그 수준까지 갈 필요는 없지만, 공간 재생산을 통해 재정 자립도를 높인다는 방향은 같다.

 

현행 장사법에 적층 매장 조항이 없어서 지금 당장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입법을 추진할 때 "새로운 매장 방식을 허용해달라"는 요청보다 "공설묘지가 예산 없이 공간을 자체 조달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훨씬 강하다.

 

 

두 가지를 묶으면 하나의 모델이 된다

 

태양광은 운영 비용을 줄이고, Lift & Deepen은 공간과 분양 수익을 만든다. 이 두 가지가 함께 작동하면 공설묘지는 지자체 예산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굴러가는 구조에 가까워진다.

 

이것을 자립형 공설묘지 모델이라고 부를 수 있다. 새 땅을 사지 않아도 되고, 중앙 예산을 더 받지 않아도 되고, 주민 민원을 일으키는 묘지 확장을 하지 않아도 된다. 있는 공간을 더 잘 쓰고, 그 공간이 수익을 만들게 한다.

 

정책 제안의 방향이 묘지 문제 해결에서 지자체 재정 효율화로 바뀌는 순간, 이 논의에 귀를 기울일 사람의 범위가 넓어진다. 묘지에 관심 있는 사람만 듣는 이야기가 아니라, 지방재정을 고민하는 모든 사람이 들어야 할 이야기가 된다. 그 전환이 이 두 가지 정책 아이디어를 현실에 착지시키는 가장 빠른 경로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얹으면 모델이 완성된다

Lift & Deepen으로 확보한 공설묘지 공간을 기존 방식의 매장지로 재분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친환경 자연장과 수목장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정비된 부지에 나무를 심고, 유골이 땅으로 돌아가는 순환 구조를 만든다. 콘크리트 묘역이 숲으로 바뀐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강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기존 방식의 매장을 원하는 사람은 Lift & Deepen으로 확보된 새 공간을 선택할 수 있다. 땅으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은 자연장을, 나무 아래 잠들고 싶은 사람은 수목장을 고를 수 있다. 하나의 공설묘지 안에서 여러 방식이 공존한다. 선택지가 넓어진다는 것은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의 방식으로 마지막을 준비할 수 있다는 뜻이다.


태양광이 에너지를 만들고, 자연장이 공간을 순환시키고, 수목장이 생태를 복원한다. 이 세 가지가 하나의 공간 안에서 작동하면 공설묘지는 더 이상 도시의 음지가 아니다. 죽음을 처리하는 곳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죽음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여주는 곳으로. 그 전환이 지속 가능한 공공 추모 시설의 모습이고, 이 모델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