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동안 죽음을 체험해 볼 수 있을까?
흔히들 임사체험을 죽음체험이라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임사체험은 루시드 드림과 카프그라 증후군의 혼합상태로 뇌가 느끼는 일련의 과정 현상일 뿐 죽음을 체험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한다.
우리 뇌는 생각, 감정, 오감을 언어로 상징화해 동작하므로, 이를 중단하거나 차단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체험의 상태가 된다. 단순하게 생각 자체를 멈춰버리면(-뇌가 처리하는 언어를 차단할 수 있다면) 곧바로 체험의 상태를 경험하는 것이된다. 불교에서 행해오던 묵언수행이 그 좋은 예인데, 단순히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언어적 사고 그 자체를 중단시키는 수행방법이다.
뇌과학적으로 우리의 뇌가 어떠한 연유로 언어를 차단할 수 있게 되면, 두정엽부위에서 수입로 차단 현상이 발생되어 공간지각이 사라지게 된다. 동시에 왼쪽 두정엽에서는 자아감이 사라지게 되어, 나와 공간의 경계가 사라지게 된다. 즉 나를 감싸고 있던 시간과 공간이 모두 사라지게 되어 순수한 인식상태(죽음)만 남게된다. - 앤드류 뉴버그
죽음은 결국 순수한 인식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므로, 순수한 인식상태를 체험해 보는 것이 결국 죽음을 체험하는 것이 된다. 순수 인식상태를 가져다 주는 두정엽 부위의 수입로 차단 현상은 죽었을 때만 경험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고도의 몰입과 명상, 장시간 반복되는 운동(러너스하이), MDR, 약물작용 등을 통해서도 나타날 수 있다.
순수 인식상태에 도달되면 뇌측전뇌속의 측좌핵에서 중독호르몬인 도파민이 분비되는데, 이 도파민작용에 따른 쾌감으로 상당한 중독성을 갖게 된다. 때문에 이를 경험한 사람들은 반복적으로 이 상태에 도달하고자 무리한 행동을 하기도 하는 것이다.
순수한 인식상태로 갈 수 있는, 언어를 차단하는 방법 가운데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MDR(Mammalian Dive Reflex, 포유류 잠수반응)이다. 잠수반응은 생명체가 물 속에 들어가면 숨을 더 오래참게 해주는 생체반응으로 고래, 바다사자, 물개 등이 바다에서 생활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준다. MDR은 포유류뿐 아니라 조류인 팽귄과 논병아리 등도 잠수할때 같은 반응이 작동된다. 생명의 근원이 바다라서 모든 생명체의 기저에는 물 속에서 호흡했던 흔적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MDR은 얼굴부위중 눈과 눈주위 이마(안와전두엽)에 그 센서가 집중되어 있으며, 이곳을 찬물에 담그면 평소보다 더 오랜시간 호흡을 참을 수 있다.
잠수반응은 서맥(徐脈 Bradycardia) - 말초혈관수축(末梢血管收縮 Peripheral vasoconstriction) - 혈액의 흉강(胸腔 thoracic cavity)몰림 현상 순으로 일어나며, 이로 인해 인간은 숨쉬지 않고도 수심 100미터 인근까지 잠수할 수 있다.(마틴 스테파넥, 2005년 136m 잠수기록)
인간이 물 속에 잠수를 하기 시작하면 심박수가 분당 60~70회에서 30~40회 정도로 떨어진다. 그리고 말초혈관이 수축되어 손발의 혈류가 몸속 중요장기인 폐, 심장, 뇌에 우선적으로 피를 공급한다. 이 현상은 선천적인 것으로 모든 인간이 똑같이 가지고 있는 능력으로, 돌고래, 바다사자 등의 해산포유동물이 가지고 있는 특징과 같다. 인간이 물 속에 들어감과 동시에 자연 스스로가 바다 속 깊이 들어갈 수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바다 속 깊이 들어가면 수압이 서서히 폐를 조이기 시작한다. 폐 속에 든 공기는 제 몸을 위로 띄우려고 하기 때문에 아래로 내려갈 수록 폐에 가해지는 압력이 커지고 폐에 든 공기가 적을 수록 더 쉽게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
수심이 35~40미터쯤부터는 늘어난 밀도와 무게로 인해 몸이 저절로 아래로 내려가는 자유낙하 단계로 들어간다. 자유낙하는 다이빙의 꽃으로 많은 다이버들이 다이빙을 계속하려는 이유가 된다. 몸이 아래로 끌려들어가는 느낌이 들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며, 35~123미터까지는 가만히 있어도 그냥 내려갈 수 있다. 깊은 바다속으로 빨려들어가다보면 마치 물속에서 날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환상적이고 경이로울만큼 자유로운 기분으로 그렇게 서서히 미끄러져 내려간다.
수심 50~60미터 정도에 이르면 세번째 생리적 기제가 발동된다. 폐가 잔기량에 도달하는데, 잔기량이란 폐가 더이상 압축될 수 없을 수준의 공기량을 말한다. 그리고 이때 두번째 반사작용인 혈액이동이 일어난다. 폐가 발기되었다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폐가 혈액으로 가득차서 단단해지게 되고 수압으로부터 흉강이 으스러지지 않도록 단단히 보호할 수 있게 된다. 양쪽의 폐가 서로 달라붙거나 함몰되지 않도록 막게된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바다포유류에게도 똑같이 발생하며, 이로 인해 안전하게 잠수할 수 있는 것이다.
수심 80미터부터는 수압이 더 강력해 진다. 육체적으로 질식할 것 같은 기분이 들기 시작하며, 횡경막이 함몰되고 흉곽은 안으로 수축한다, 이때 몸이 거부하는 반응을 취하면 피를 토하거나 부종이 생기게 되므로 조심해야 된다. 따라서 심적으로 받아들이는 마음을 가지고 물의 흐름에 몸을 맡겨야 한다. 믈의 압력을 받아들이고 같이 하나가 되어 흘러가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폐가 이완되어 더이상 몸을 통제하려하지 않고 완전히 긴장을 풀게 되는 것이다. 수압이 나를 압박해도 전혀 괴롭지 않게 되며, 마치 보호막속에서 보호받는 느낌이 든다. 그렇게 잠수는 계속된다.
70년대까지 의사와 생리학자들은 인간이 100m이하의 수심까지는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인간의 신체가 100m이하에 도달하면 수압을 못이겨 파열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오늘날 200m까지 NLT잠수에 성공한 사람이 나오고, 순수 인간의 근력만으로 123m까지 성공했다. 인간은 무한한 적응력의 동물이다.
123m 깊은 바다속은 얼어죽을만큼 춥고 어두우며, 지상의 13배에 달하는 압력이 몸에 가해진다. 몸과 정신의 모든 긴장을 풀고 이완시켜야 하며 그러면 너무나도 기분이 좋고 숨을 쉬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내자신이 바다 한 가운데 떠다니는 물 한방울인것처럼 느껴진다. 그 한방을의 물은 마치 우주 40억킬로 밖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은 무의 공간을 떠다니는 작은 점에 불과히다. 내자신이 우주의 작은 먼지 입자처럼 무의 공간속을 떠다는 것만 같다. 매혹적이다.
사방 어느곳을 보더라도 깊고 깊은 푸른색만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지상 어느곳에서도 이런 기분을 느낄 수는 없을 것이다. 경이롭다. 이때 느끼는 감정은 자연에 대한 겸허이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이 거대한 시공에서 방황하는 한찮은 존재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황홀하다."
- 기욤네리(126m 수중 무호흡 기록보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