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엔 관 속으로
관은 2,500년전 고대 이집트에서 기원한 것으로 알려져있지만, 이보다 훨씬 전 미노아 문명에서도 발견되었다. 대략 5,000년전 사람들도 관을 타고 사후세계 여행을 떠난것이다.
우리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권에서는 아기가 태어났을때나 결혼식에 관을 선물로 주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만큼 관을 귀하고 소중하게 여겼음을 알 수 있다.
우리처럼 수의를 관보다 더 소중하게 여기는 문화는 찾아볼 수 없으며, 일제강점기 이전에는 수의가 아니라 '수판'이라고 해서 관을 더 중요시하고 미리 준비하는 문화가 있었다. 수의든 수판이든 중요하진 않지만 일제강점기때 잔혹한 수탈로 많은 것이 뒤바뀌고 사라진건 사실이다.
북미에서는 관을 칭하는 단어가 coffin과 casket 두가지로, 혼용되어 쓰기는 하지만 코핀은 다소 저렴하고 캐스킷은 자동차 가격 만큼 비싸게 판매된다. 캐스킷이라는 단어는 보석상자라는 의미가 있어, 더 많은 이익을 남기려는 장례업자가 고가 마케팅에 차용해서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모양도 달라서 코핀은 인체모양을 본뜬 마름모꼴의 6면이고 캐스킷은 직사각형 모양의 4면이다. 쓰임과 만드는 소재로 보면 코핀은 자연에 순응하는 형태이고 캐스킷은 자연을 거스르는 형태라고 볼 수 있겠다.
우리는 매장할때 탈관하는 경우가 많은데, 관의 용도가 탈관하기전까지 운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쉽게 구할 수 있는 얇은 목재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탈관하는 풍습 역시 일제 강점기때 관재를 구하기 힘들어서 활성화된 풍습인데, 그당시 깍쟁이들이 풍수의 발복사상을 들먹이며 '관이 썩으면 흙이 내려않아 온전한 육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러 옵션들을 만들어 강매하기도 했다.
온전한 육탈이 왜 그리도 중요한지, 몸이 아프거나 일이 잘 안풀리면 조상의 묘를 파헤쳐 온전한 육탈을 확인하고, 윤달만 되면 풍수 좋은 장소로 옮겨다니느라 온 산이 몸살을 앓았다.
보공이나 횡대, 광중석회, 회다지, 묘이장 등의 행위는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을 막을뿐 아니라 죽은자를 이용해 액운을 피하고 복을 좀 받아보겠다는 매우 어리석고 미개한 행위이다. 무슨 민속백과사전에 실려있어서 그런지, 마치 미풍양속 전통인양 가르치고 실천하려는 사람들이 많은데 현대의 가치기준에 어긋나는 행동은 전통이 아니라 타파해야 할 인습이자 적폐이다. 다시 매장이 활성화되면 이런 행위는 반드시 근절되야 한다.
오늘날의 관은 목재 뿐 아니라 자연섬유, 카드보드, 윌로우, 대나무, 씨그래스 등 다양한 소재가 사용되며, 필요에 따라 맞춤 디자인되어 개성있는 모양으로도 만들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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