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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노트

절대 못 나오게 묶어라!

"절대 못 나오게 묶어라!" 우리가 몰랐던 염습의 섬뜩한 진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조금 서늘하지만, 우리가 꼭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우리 장례 문화의 '불편한 진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여러분은 장례식에서 고인을 꽁꽁 묶는 '염습' 장면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정성을 다하는 예법"이라고만 생각하셨다면, 오늘 이 글이 조금 충격적일지도 모릅니다.

 

1. 전 세계에 퍼진 '되살아나는 시신'에 대한 공포

"빠져나올 수 있으면 나와 봐!" 영화 <월하의 공동묘지>나 <드라큐라>처럼, 죽은 자가 무덤을 헤치고 나와 산 사람을 괴롭힌다는 설화는 전 세계 어디에나 존재합니다.

왜 이런 공포가 생겼을까요?

  • 성급한 매장: 과거 의술이 부족해 가사 상태인 사람을 묻었다가, 관 속에서 깨어난 사례가 종종 있었기 때문입니다.
  • 전염병의 확산: 병의 전염을 막기 위해 생매장당한 환자가 땅 위로 기어 올라왔을 때, 사람들은 그를 '귀신'이라 부르며 두려워했습니다.

핏자국이 선연한 채 비틀비틀 집으로 돌아오는 사자(死者)의 모습. 사람들은 결심했습니다. "죽은 자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게 만들자."

 

2. '결박'이라는 이름의 방어 기제

나라마다 시신이 되살아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은 다양했습니다. 엎드린 자세로 묻거나, 칼을 함께 넣거나, 아예 신체를 절단하기도 했죠.

 

그중 우리가 선택한 방법은 바로 '결박'이었습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이 공포 기반의 결박 행위가 시간이 흐르며 '예(禮)'와 '풍수'라는 그럴듯한 옷을 입게 됩니다.

 

3. 주자가례와 풍수의 오해: "감추는 것과 묶는 것은 다릅니다"

우리가 전통이라 믿는 '염(斂)'의 원류인 주자가례를 살펴보면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옷과 이불은 육신이 썩어도 형체를 감출 수 있어 사람들이 혐오하지 않게 한다."

 

여기서 말하는 염은 부패 과정을 보이지 않게 '감추는' 의미이지, 시신을 굴비 엮듯 '결박하는' 의미가 아니었습니다. 또한 "시신을 꽁꽁 묶어야 육탈이 온전해져 자손이 복을 받는다"는 풍수지리설 역시 근거를 찾기 힘든 억지 논리에 가깝습니다. 수염 하나 흐트러지지 않게 살라는 성리학적 가르침이 왜 죽어서 꼼짝달싹 못 하게 묶이는 결과로 변질되었을까요?

 

4. 대한민국 장례식에서 죽은 자는 '죄인'인가요?

사실 현대 장례에서 시신을 이토록 노골적으로 결박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입니다.

  • 해외의 경우: 시신을 편안히 잠든 모습으로 치장하고, 관의 크기도 신체의 2배 정도로 여유를 둡니다. 고별식은 '이별의 예식'이 중심이 됩니다.
  • 우리의 경우: 시신을 동여매 크기를 줄이고, 딱 맞는 비좁은 관에 넣습니다. 심지어 장례지도사 시험에서도 '얼마나 잘 묶느냐'가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되죠.

살아생전 아무리 존경받던 분이라도, 마지막 순간에는 두 손 두 발이 묶인 채 비좁은 관 속에 갇히는 모습. 우리는 어쩌면 **"죽은 자가 나를 괴롭히지 못하게 하겠다"**는 옛사람들의 치기 어린 두려움을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계승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5. 이제는 '보여주는 의식'으로 나아가야 할 때

냉동 기술과 방부 처리가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 냄새와 부패를 막기 위해 꽁꽁 묶어야 한다는 논리는 더 이상 설득력이 없습니다.

이제는 고인을 죄인처럼 묶어 '감추는 의식'에서 벗어나, 평상시의 인자한 모습 그대로 편안하게 보내드리는 '아름다운 이별의 예식'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예쁘게 잘 묶였다"라는 말이 과연 고인에게도 칭찬일까요? 죽음이 공포가 아닌 삶의 자연스러운 마무리가 되기 위해서, 우리 장례 문화 속 '결박'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여러분이 꿈꾸는 마지막 모습은 어떤가요? 꽁꽁 묶인 모습인가요, 아니면 평소처럼 편안하게 잠든 모습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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