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의 장례예식은 몇 십 년 전만 해도 이렇게 빠르게 진행되지 않았지요. 누군가 사망하면 상당한 시일에 걸쳐 복잡한 장례예식을 진행했고, 이렇게 복잡하고 긴 장례예식은 상주의 고통스러운 마음을 몇 주 동안 배려하고, 위로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장례예식은 과거와 사뭇 다릅니다. 가까운 사람을 잃은 고통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사라지지 않았지만 타인에게 보란듯 들어내지 않고 있지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남은 자의 인생은 계속된다'는 신념 아래 아무리 과도한 슬픔을 겪었을지라도 일상으로 가능한 빨리 돌아와야만 합니다.
따라서 최근의 장례예식은 빠른시일내에 모든 일을 털어버리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재빨리 돌아오게끔 되어있는 것입니다. 법과 제도적으로도 그렇게 시스템화 되어가고 있는 것이죠.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아픔. 그 아픔의 상처를 치유하는데는 1달, 2달, 1년, 아니 그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충분히 자신을 다독인 다음 그 단단한 토대가 갖추어져야만 일상으로 쉽게 복귀할 수 있습니다. 고통에 당당히 맞서고 충분히 슬퍼하고 시간을 들여 회복기를 거친다면 약 도움 없이도 아픔의 상처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시간이 필요하긴 하지만 이 시간은 오랫동안 매우 유익하게 작용할 것입니다.
사랑한 이를 화장한 후 남은 유골을 반드시 봉안시설, 수목장, 산골을 해야 하는건 아닙니다. 우리는 너무 급하게 서두르고 있습니다. 제대로 슬퍼할 시간도 없이 주위에 떠밀려 빠르게 처리해 버리고 마는거죠. 얼떨떨한 상태에서 그러고 나면 남는건 공허와 사무치는 그리움, 그리고 심한 우울증 뿐입니다.
가까이 곁에 모시고 함께 호흡하며, 시간을 두고 충분히 슬퍼할 시간을 갖도록 합시다. 아침마다 인사하고 때론 부둥켜안고 슬퍼하며, 그 앞에서 목놓아 울어봅시다. 슬픔을 내색하지 않고 항상 행복해 보일것을 요구하는 현 사회의 흐름에 반기를 드는것, 그것이 정신건강에 바람직한 일입니다. 봉안시설에 안치하거나 수목장, 산골하는 건 그 다음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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