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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 여행

화장장, 수은중독에서 벗어나라


산업공해라는 커다란 범주에서 보면 화장장의 문제는 그리 심각하지 않은 편에 속한다. 가정용 화목난로 하나와 비교해 절반수준의 분진을 방출하고, 삼겹살집 불판위 고기와 비슷한 양의 질산화물을 방출한다. 이산화탄소는 1회 화장시마다 160~400kg이 배출되고 다이옥신 등의 유해물질은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추세에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잘 걸러지지 않는 수은'이다. 화장시 잘 걸러지지 못하고 대기중으로 배출된 수은 기체는 미세한 가스형태로 떠돌아 비가와도 씻겨내려가지 않고 장거리를 이동할 수 있으며, 어느 곳이든 침전되고 축적될 수 있다. 수은은 그 자체로는 몸에 흡수되기 힘들지만 상온에서 기화되거나 태울 경우 발생되는 가스를 흡입하면 두뇌, 콩팥, 특히 신경계에 심각한 해를 끼칠 수 있다.
 
이 때문에 국내 환경과학원에서는 산업폐기물소각장, 발전소 인근지역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수은노출 수준 및 건강영향조사를 실시해 오고 있다. 그러나 화장장 근로자과 인근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조사는 아직까지 단 한 번도 실시된 적이 없다.
 
화장장의 수은노출에 관해서는 외국의 사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 환경보호국과 북미 화장협회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화장로 1기가 1시간 동안 0.23g의 수은을 대기중으로 방출한다고 한다. 시신 1구당 0.5그램에 해당된다는 것인데, 이는 영국의 결과와는 차이가 많이 난다.
 
1990년 영국에서 독자적으로 이루어진 연구결과가 <네이쳐>에 실렸는데, 1구당 3g 정도의 비율로 대기중에 방출된다고 한다. 미국의 연구결과보다 6배 많은 양으로, 상당히 우려되는 수준이다.
 
미국의 연구는 화장관련 이해단체인 북미화장협회에서 주관한 것으로 연간 수은 배출량이 145kg이라 판단하고 있지만 미국 환경단체들은 3000kg, 연간 3t이나 되는 수은이 화장장에서 대기중으로 배출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화장장에서 수은이 다량 방출되는 원인은 치과용 충치 치료재에 있다. 1830년대부터 충치치료에 광범위하게 사용된 아말감 등의 충전재에 포함된 수은이 문제인데, 이는 화장률이 높은 나라들의 대기 중 수은 배출원인 가운데 1위를 차지한다.
 
이때문에 오스트리아, 벨기에, 독일,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웨덴과 스위스는 이미 화장장에서의 수은배출을 법으로 규제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영국은 연간 750건 미만의 소규모 화장장에도 2012년까지 수은 배출양 50%를 삭감하라는 강한 규제책까지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9년 5월 환경부가 실시한 '국내 수은 유통 및 배출현황 기초조사'에서 처음으로 화장장 수은 배출에 관한 추정치를 내놓았는데, 2006년(화장실적 19만7735구) 한 해 4.3kg의 수은이 배출된 것으로 나왔다. 이는 미국('06년 화장인원 81만5369구)이나 영국('06년 화장인원 41만6881구)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수치라 산정결과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우리나라의 화장률은 2009년 기준 64.97%이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20%에도 미치지 못했었다가 2005년 처음으로 매장률을 넘어서 52.6%를 기록한 이후 매년 3% 포인트 이상 증가하고 있다. 화장률은 증가하는데 여기에 따른 화장시설이 부족하다고 새로운 화장시설을 건설하거나 기존시설에 추가로 증축하고 있다. 그러나 그때마다 지역주민들과 시끄러운 마찰이 생겨 그리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님비현상으로 인한 공공주의의 약화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국민들이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화장장에 따른 지역주민들의 님비를 이기주의로만 몰고 무시하거나 방관하지 말고, 적어도 환경영향에 관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만큼은 제시해주고 이를 바탕으로 설득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하루빨리 화장장 근로자들과 인근주민들을 대상으로 수은노출수준과  건강영향조사를 실시해 불안을 해소시키고 이에 따른 대책과 친환경적인 다른 대안도 함께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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