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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는 있지만, 대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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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비코 2026. 8. 8.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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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글에서 짚었듯, 한국 장례업은 산업으로 독립하지 못한 채 병원(의료법)과 상조회사(할부거래법)라는 서로 다른 논리 안에 흩어져 있다. 그렇다면 이 흩어진 사업자들을 하나로 묶어줄 협회는 없을까.

 

있다. 그러나 여러 개.

 

쪼개진 협회, 나누어진 조합

 

상조업계만 봐도 최소 두 개의 공제조합과 두 개의 협회가 나란히 존재한다. 선수금 피해보상을 담당하는 공제조합이 둘로 나뉘어 있고, 업계를 대표한다는 협회도 둘로 갈라져 있다. 업계에서는 이 구도를 대형 상조회사 두 곳을 중심으로 한 진영 다툼으로 부르기도 한다. 3대 상조회사 중 한 곳은 협회에는 가입했지만 조합에는 출자하지 않은 상태다.

 

장례지도사 쪽도 사정이 비슷하다. 같은 직역을 대표한다는 협회가 최소 두 곳으로 나뉘어 각자 활동하고 있다. 하나로 모이지 못한 채 나란히 존재하는 것이다.

 

장례식장업계도 다르지 않다. 반세기 넘게 이어져 온 원조 격 협회가 이미 있는데도, 대형병원 장례식장들은 별도의 임의단체를 따로 꾸려 왔다. 정식 협회가 있는데도 그 대표성을 신뢰하지 못해 자기들끼리 또 다른 모임을 만든 셈이다.

 

이 협회와 조합들이 하는 일은 대부분 이렇다. 회원사의 선수금을 보증하고, 소비자 피해를 보상하고, 회원 간 정보를 교류하고, 정부에 업계 입장을 전달한다.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것은 산업 전체를 대표하는 일과는 다르다. 자기 회원사의 이익을 지키는 이익단체의 역할이지, 병원·상조회사·장묘시설을 아우르는 장례업 전체의 표준을 만들고 정책 방향을 설계하는 산업 대표 기구의 역할이 아니다.

 

미국은 어떻게 하고 있나

 

미국에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장례서비스 협회가 있다. 개인 회원 2만여 명이 미국 내 1만 1천여 개 장례식장을 대표한다. 워싱턴 D.C.에 상근 로비스트를 두고 연방 입법·규제 사안에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낸다. 업계 최대 규모의 국제 컨벤션 겸 박람회를 주최하고, 업계 동향을 조사·발간하는 자체 연구 기능도 갖추고 있다.

 

물론 미국에도 화장 전문 협회, 묘지·화장 국제협회 같은 별도 단체들이 존재한다. 업종별로 조직이 갈라져 있다는 점은 한국과 비슷하다. 다른 점은 각 영역 안에서 이 압도적 규모의 단체가 사실상의 대표 역할을 해낸다는 것이다. 정부도, 언론도, 업계 스스로도 "미국 장례업계의 입장"을 물을 때 이 단체를 찾는다.

 

일본은 어떻게 하고 있나

 

일본의 구조는 사실 한국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 상조에 해당하는 업종과, 장례업에 해당하는 업종이 처음부터 서로 다른 업종으로 분리되어 있다. 상조업은 한국의 할부거래법과 유사하게 할부판매법의 규율을 받으며, 소관 부처의 허가를 받아야 영업할 수 있다.

 

일본 상조업계에는 사실상 업계 전체를 포괄하는 단일 협회가 있다. 현재 이 협회는 선수금 기준으로 업계의 약 98%를 포괄한다. 사실상 업계 전체를 대표하는 단일 창구인 셈이다. 이 협회는 정부 심의회에 업계 현황 자료를 직접 제출하며 정책 논의에 참여한다.

 

장례업 쪽에도 마찬가지로 단일 연합회가 있다. 1956년 설립되어 1975년 정부 인가를 받았고, 현재 전국 56개 사업협동조합, 1,186개 사업자가 소속된 일본 최대의 장제사업자 조직이다.

 

즉 일본도 상조와 장례업 분야가 서로 다른 업종으로 갈라져 있다는 점은 한국과 같다. 하지만 적어도 각 업종 안에서는 압도적 대표성을 가진 단일 협회가 정부와 대화하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처럼 같은 업종 안에서마저 협회가 두 쪽으로 갈라져 있는 상황과는 다르다.

 

한국이 놓치고 있는 것

 

정리하면 이렇다.

  • 미국 - 업종별로 조직은 나뉘어 있지만, 각 업종 안에서 압도적 규모의 단체가 사실상 산업을 대표한다.
  • 일본 - 상조와 장례업이라는 업종 분리 자체는 한국과 비슷하지만, 각 업종 안에서는 정부 인가를 받은 단일 협회가 업계 대부분을 포괄하며 정책 논의의 공식 창구 역할을 한다.
  • 한국 - 업종 간 분리(병원·상조·장례·장묘)에 더해, 같은 업종 안에서조차 협회와 조합이 최소 둘로 쪼개져 서로 다른 회원사를 대표한다. 심지어 장례식장 안에서, 그중에서도 대형병원 장례식장이라는 한 갈래만 따로 떼어 별도의 임의 친목단체까지 꾸려 왔다. 정부가 업계 전체의 입장을 듣고 싶어도 물어볼 단일 창구 자체가 없다.

이것이 앞선 글에서 짚은 문제를 한 단계 더 무겁게 만든다. 병원과 상조회사가 서로 다른 법 체계에 종속돼 있다는 구조적 문제 위에, 같은 업종 내부에서조차 대표성을 두고 다투는 분열이 겹쳐 있는 것이다. 정부가 나서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정부가 나서려 해도 대화할 상대가 하나로 모이지 않는 것 역시 별개의 문제다.

 

산업으로 인정받으려면 정부의 제도적 인정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업계 스스로도 산업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 한국의 장례 관련 협회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각자의 회원사를 대변하고 있다. 그러나 병원·상조회사·장례식장·장묘시설을 넘어 장례산업 전체의 미래를 이야기할 대표자는 없다. 정부도 하나의 산업으로 다루지 않고, 업계도 하나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협회는 많다. 하지만 산업의 대표는 없다. 이것이 한국 장례산업이 아직 산업으로 성장하지 못한 또 하나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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