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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이야기하는 산업이 삶을 축하하는 날… '세계 생명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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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비코 2026. 8. 6.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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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이야기하는 산업이 삶을 축하하는 날…42개국이 함께하는 '세계 생명 축제'

 

장례업계에도 전 세계가 함께 기념하는 날이 있다. 이름은 '세계 생명 축제(Mundo Unido por la Vida, World United for Life)'. 죽음을 다루는 산업이지만, 이날만큼은 장례보다 삶을 이야기하고, 이별보다 기억과 공동체를 기념한다. 장례 산업이 사회와 소통하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글로벌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은 2012년 라틴아메리카 묘지장례협회연합(ALPAR)이 '라틴아메리카, 삶으로 하나 되다'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 이듬해 '세계 생명 축제'로 이름을 바꾸며 국제 캠페인으로 확대됐고, 이후 빠르게 성장했다. 10여 년 만에 참여 국가는 42개국으로 늘어났고, 수백 개의 장례기업과 묘지, 추모시설이 함께하는 세계적인 행사로 자리 잡았다. 올해는 15번째 행사로, 오는 9월 20일 일요일 5대륙에서 동시에 열린다.

 

캠페인의 철학은 단순하다. 죽음을 강조하기보다 삶을 기념하자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이별하지 못했고, 그 경험은 애도 의식이 유가족의 치유와 공동체 회복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일깨웠다. 세계 생명 축제는 바로 그 경험을 바탕으로 장례와 추모 산업이 단순히 시신을 처리하는 서비스를 넘어 사람과 공동체를 연결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참여 방식도 문턱이 낮다. 등록비는 없으며, ALPAR 회원사가 아니어도 세계 어느 장례·묘지 관련 기업이나 기관이 참여할 수 있다. 공식 등록을 마친 뒤 자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행사 당일 사진과 영상을 공유하면 된다. 국가별 시차는 인정하지만 같은 날짜에 행사를 진행하는 원칙만은 유지한다. 세계가 함께하는 축제라는 상징성을 지키기 위해서다.

 

행사 내용 역시 획일적이지 않다. 촛불과 등불을 밝히는 추모 의식, 종교 예식, 콘서트와 문화공연, 나무 심기, 걷기와 달리기 행사, 어린이 프로그램, 가족 피크닉, 워크숍과 강연 등 스무 가지가 넘는 공식 활동 템플릿이 제공된다. 참가 기관들은 이 가운데 원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하거나 지역 특성에 맞게 새롭게 구성해 대면·비대면·혼합 방식으로 운영한다.

 

이 캠페인을 후원하는 국제 네트워크도 폭넓다. 국제 장례협회연맹(FIAT-IFTA)을 비롯해 미국 ICCFA와 NFDA, 영국 NAFD, 호주 AFDA, 캐나다 ASFC, 브라질,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일본 등 각국의 장례 관련 협회들이 공식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사실상 장례 산업 분야에서 가장 폭넓은 국제 공동 캠페인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아시아의 참여도 활발하다. 일본은 전일본장례협회가 공식 후원기관으로 참여하며 별도의 국가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은 더욱 적극적이다. 중국 최대 장례서비스 기업 가운데 하나인 푸서우위안 그룹을 비롯해 베이징과 상하이, 톈진, 난창, 창춘, 쑤저우, 청두 등 각지의 추모공원과 묘지, 장례 관련 기관들이 개별적으로 등록해 참여하고 있다. 몽골 역시 열 곳이 넘는 업체와 협회가 함께하고 있으며, 싱가포르와 인도, 이스라엘도 자국 기업을 통해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공식 참여 국가나 후원 기관 명단에서 아직 이름을 찾기 어렵다. 참여 자체가 무료이고 특별한 가입 제한도 없는 만큼, 이는 제도적 한계보다는 아직 국내 장례업계가 이 캠페인과 접점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세계 최고 수준의 화장률과 대형 장례 인프라를 갖춘 한국이 국제 장례문화 네트워크에서는 아직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세계 생명 축제는 사회공헌 활동인 동시에 장례기업들의 글로벌 브랜드 캠페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이 행사의 의미를 더욱 키운다. 장례산업이 죽음만 이야기하는 산업이 아니라 삶과 기억, 공동체를 연결하는 산업이라는 이미지를 꾸준히 만들어 왔기 때문이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배울 점이 적지 않다. 세계 생명 축제는 날짜와 운영 방식, 홍보 자료, 활동 템플릿을 표준화해 규모가 작은 업체도 손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해마다 참여 국가와 도시, 기업 수를 공개하며 캠페인의 성장 스토리를 축적했고, 참여 기업은 별도의 대규모 예산 없이도 국제 캠페인의 일원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얻는다.

 

팬데믹은 많은 사람들에게 '제대로 작별하지 못한 죽음'을 남겼다. 세계 생명 축제는 그 사회적 경험을 장례산업의 새로운 역할과 연결했다. 죽음을 준비하는 산업이 삶을 축하하는 날을 만든 것. 그것이 이 캠페인이 세계 42개국으로 확산된 가장 큰 이유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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