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서 가장 팔기 힘든 물건을 파는 남자
2016년, 보스턴의 한 남자가 이상한 결심을 한다. 수십 년간 관 유통업에 몸담아온 스콧 긴즈버그는 자신이 장례식장에 납품한 관이 소비자에게 넘어갈 때마다 가격이 몇 배로 뛰는 걸 지켜봐야 했다. 원가 몇백 달러짜리 상자가 장례식장 진열대에 오르는 순간 수천 달러짜리 '슬픔의 가격표'로 둔갑하는 구조. 긴즈버그는 결심했다. "이걸 그냥 아마존에서 팔면 안 되나?"
농담 같았던 그 아이디어는 실제로 아마존 입점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몇 년 뒤, 뜻밖의 파트너가 나타난다. 아마존에서 10년간 대형·중량 화물 배송을 담당했던 조슈아 시겔이었다.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동문 네트워크로 두 사람이 연결됐고, 시겔은 아내 엘리자베스와 함께 공동창업자로 합류한다. 세 사람은 이제 "관 업계의 와비파커(안경계를 뒤흔든 D2C 브랜드)"를 자처하며, 회사 이름마저 거창하게 '타이탄'으로 지었다.
장례식장을 건너뛴다는 발상
타이탄 캐스켓의 사업 모델은 놀랍도록 단순하다. 유족이 웹사이트에서 관을 고르고 결제하면, 회사가 지정된 장례식장으로 직접 배송한다. 장례식장이 끼어들 틈이 없다. 평균 판매가는 약 1,300달러 - 딱 중가형 매트리스 한 대 값이다. 기존 장례식장에서 파는 것보다 절반 가까이 저렴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드는 의문. "장례식장이 순순히 남의 회사 관을 받아줄까?" 답은 뜻밖에도 '법이 그렇게 시켰다'이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장례 규칙(Funeral Rule)'에 따르면, 장례식장은 소비자가 외부에서 구매한 관의 수령을 거부하거나 별도 수수료를 매길 수 없다. 어기면 면허가 날아간다. 즉 타이탄은 수십 년 전부터 존재했지만 아무도 제대로 활용하지 않던 연방법의 빈틈을 정확히 파고든 셈이다. 물론 현실은 매뉴얼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일부 장례식장은 여전히 유족에게 이 권리를 슬쩍 숨기거나, "그 회사 관은 질이 떨어진다"며 은근히 흠집을 내기도 한다는 후문이다.
코로나 이후, 관도 '언박싱'의 시대로
타이탄은 팬데믹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21년 한 해 매출이 전년 대비 400% 뛰었고, 취급하는 관 모델은 1,000종을 넘어섰다. 캘리포니아, 펜실베이니아, 앨라배마에 물류창고를 새로 열며 미국 대부분 지역에서 1~2일 내 배송 체계를 구축했다. 이듬해인 2022년에는 벤처캐피털 리포메이션 파트너스로부터 350만 달러의 시드 투자를 유치하며 몸집을 키웠다.
지금은 자체 웹사이트뿐 아니라 아마존 내 관 판매 1위 업체이자, 월마트·샘스클럽·코스트코 진열대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렇다. 마트에서 장바구니를 채우듯 카트에 관을 담을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최근에는 생명보험 스타트업 '엘레오스 라이프'와 손잡고 장례 사전계획 서비스로 영역을 넓히는 등, "관을 넘어 죽음 전반의 디지털 솔루션"이 되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는다.
그래도 여전히 '이단아'인 이유
미국 관 시장은 연간 40억 달러 규모지만, 이 중 D2C(소비자 직접판매) 비중은 고작 1~2%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유족은 여전히 슬픔에 잠긴 채 발걸음을 옮긴 장례식장에서, 가격 비교도 제대로 못 해본 채 관을 고른다. 타이탄이 아무리 성장해도 이 압도적인 관성을 뚫기란 쉽지 않다는 뜻이다.
업계에서는 타이탄을 두고 "흥미롭지만 발밑이 위태로운 사업"이라 평가하기도 한다. 죽음이라는 지극히 사적이고 감정적인 순간에, 온라인 쇼핑의 논리를 얼마나 자연스럽게 이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타이탄의 창업자들은 태연하다. "가족들이 모르는 게 있다. FTC가 이 업계를 감독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우리가 그 권리를 지킬 수 있게 돕는다는 사실을." 시겔의 말이다.
죽음은 누구도 피할 수 없다. 그리고 타이탄 캐스켓은 그 마지막 순간에도 '소비자 선택권'이라는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관 하나가 반값이 되는 이 조용한 혁명이, 앞으로 장례업 전체를 어디까지 흔들어놓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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