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후 더 깊게
인류 역사를 통틀어 약 1,080억 명의 사람들이 죽었다. 그리고 현재 81억명의 살아있는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다. 어떤식으로든 처리해야 할 시신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매장은 네안데르탈인 때부터 있어온 인류의 보편적이고 자연스러운 시신 처리방법이지만, 토지가 부족하다. 우리를 포함한 많은 나라들이 겪고 있는 현상이다.
대안으로 화장을 하고 있지만, 화장은 지구를 오염시킨다. 화장은 시신이 재가 되기 위해 에너지 집약적인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수은과 같은 독성 화학물질을 대기와 하천에 방출하고 질소산화물, 다이옥신 및 미립자의 부산물을 생성하여 공기를 오염시키고 기후 변화에 영향을 준다. 이후의 추모시설도 문제다.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때문에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시신처리방법이 개발되어 나오고 있지만, 정서상의 거부감과 종교, 신념 등의 이유로 정착되는 속도가 느리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더디지만 결국엔 활성화될 것이다.
그전에 묘지를 재사용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자.
동일한 장소의 묘지를 재사용하는 것은 수 천년 동안 다양한 문화권에서 지속되어 왔다.
유럽의 적층식 매장법은 기원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관습으로 한 장소에 여러명의 유골을 수직으로 밀집시켜 보관하던 집단 매장방식에서 유래된 것이다. 이것이 현대의 까보(Caveau)와 앙프(Enfeux) 등의 적층식 매장방식으로 이어져 내려왔고, 이는 묘지의 수평적 소비를 막는데 큰 기여를 했다.
이 적층식 매장법은 다시 리프트 엔 디펀(Lift and Deepen) 규칙으로 정착되었고, 기존 묘를 파묘후 더 깊게 매장하고 새로 묘를 조성하는 식으로 활성화 되었다.
영국의 공설묘지인 New Southgate Cemetery, Brompton, City of London Cemetery 세 곳이 75년 이상된 무덤을 대상으로 파묘후 더 깊게 매장하여 재사용하고 있으며, 최근 북런던에 있는 하이게이트 묘지도 재사용에 들어갔다.
호주는 무덤 재사용이 1863년부터 합법적으로 시행되어 왔다. 호주 묘지는 50년간 사용할 수 있고, 연장시 99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사용기간 만료후에는 2년간 공고 후 묘비와 비문의 사진을 찍어 영구 보존하고 재사용 규칙인 '리프트엔 디펀' 에 따라 작업을 수행한다. 무덤을 3미터 깊이로 파 기존 시신을 보존하고 그 위에 새로운 무덤을 설치한다.
개장 후 화장(봉안) 정책이 실효성이 있는가?
우리는 지난 2001년 1월 13일 이후 조성된 묘지를 대상으로 한시적 매장제도를 도입했다. 15년(3회 연장)이었으나 '개장 후 화장'이라는 법 적용에 어려움이 있어 30년(1회 연장) 후로 돌려막기를 했다. 30년 후에는 또다시 60년으로 돌려막을 것이고, 그 사이 책임자들은 퇴임을 하든지 고인이 되어있을 터이다.
개장하여 화장한 후 봉안하는 법 조항은 실효성이 없다.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1884년 일본 墓地及埋葬取締規則) 시간도 많이 걸리고 터무니 없는 비용이 예상된다. 묘지 실태조사에만 2,221억원이 소요되고, 개장 후 화장 봉안하는 비용으로 수조원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파묘후 더 깊게(Lift and Deepen)' 정책으로 나아가자
장사등에관한법률의 개장 후 화장,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인류가 수 천년 동안 해왔던 적층식 매장법이 있지 않은가!
산재된 무연묘지는 토지주 등의 당사자가 필요에 의해 알아서 파묘후 더 깊게 묻어 자연으로 돌려놓으려 할 것이고, 공원묘지는 운영주가 새로운 수입을 위해 자발적으로 리프트 엔 디펀(Lift and Deepen)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쉬운길 두고 어렵게 가지 말자. '개장 후 화장'말고 '파묘후 더 깊게(Lift and Deepen)' 정책으로 나아가자. 기존 묘지를 자연매장으로 재사용하거나 산재된 무연묘지를 자연으로 복원시키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
장사등에관한법률 7장 벌칙 40조, 설치기간이 끝난 분묘에 설치된 시설물을 철거하지 아니하거나 화장 또는 봉안하지 아니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되어있다. 이 조항은 형법159~161조와 충돌할 수 있다. 손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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