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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뉴스

우리는 왜 영정사진에 검은 리본을 달까


장례식장 영정 액자에 매달린 검은 리본. 누구도 의문을 갖지 않지만, 이것은 한국의 전통이 아니다. 출처가 분명한 외래 발명품이며, 일제 강점기 직후에 들어온 일본산 형식이다.


기원은 명확하다. 일본 메이지 시대,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무렵 출정하는 군인들 사이에서 죽음을 각오하고 미리 사진을 찍어두는 관습이 유행했다. 이 사진은 전사했을 때 영정으로 쓰였다. 장례식에서 살아 돌아온 전우가 자신이 차고 있던 상장(喪章)을 풀어 전사한 동료의 영정에 걸어준 행위가 시초였다고 전해진다. 이것이 일본 전역의 장례 관행으로 굳어지면서 오늘날의 영정 리본이 되었다.


이 형식은 보편적인 애도 문화가 아니다. 한국과 일본 외에는 같은 형식이 확인되지 않는다. 중국은 검은 액자 틀은 쓰지만 리본을 매달지는 않는다. 즉 군인의 상장을 영정에 옮겨 거는 일본 특유의 의례가, 보편적 장례 상징인 것처럼 한국에 정착한 것이다.


더 결정적인 사실은, 이 형식을 만든 일본 자신이 거기서 멀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장례업계 자료들은 한결같이 영정 리본에 종교적 근거가 없다고 명시한다. 색을 검정과 흰색이 아닌 다른 색으로 바꾸거나, 리본 자체를 생략하는 장례도 늘고 있다. 발상지에서조차 형식이 느슨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이 형식을 '전통'으로 믿으며 지키고 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이식된 영정사진 문화에 리본 장식이 더해져 정착했고, 그 기원에 대한 검토 없이 관성적으로 반복되어 왔다. 법적 근거도 없다. 순전히 장례식장과 상조업체의 표준화된 의전 절차로 굳어진 관습일 뿐이다. 그럼에도 생략하면 유족이 불안해하거나 주변에서 이상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기원이 모호한 형식이 강제력만 강하게 남은 전형적인 사례다.

 

영정사진의 검은 리본 하나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한국의 장례 절차 중 적지 않은 부분이 전통이 아니라 근대 이후 수입되고 재구성된 관습이며, 정작 그것을 만든 나라는 이미 벗어나고 있는데 한국만 원형을 '전통'으로 오인한 채 붙잡고 있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