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음은 노인복지의 부록이 아니다
지금 이 시각에도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 게시된 장사(葬事) 관련 공식 지침의 담당 부서란에는 '노인지원과'라고 적혀 있다. 2024년판 「장사업무 안내」도, 그 이전의 2022년판과 2021년판, 2020년판도 마찬가지다. 수십 년째 변함없는 이름이다.
많은 사람들은 국가의 장사행정을 별도의 장례정책 부서가 담당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화장장과 봉안시설, 자연장지, 장례식장, 무연고 사망자 처리 등 국가의 죽음 행정은 보건복지부 인구·사회서비스정책실 노인정책관 산하 노인지원과에서 담당한다.
문제는 노인지원과라는 이름 자체가 아니다. 노인정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문제는 죽음과 장례를 독립된 정책 영역으로 다루기보다 노인복지 행정의 일부로 편제한 현재의 구조에 있다.
노인지원과의 업무 범위는 방대하다. 노인일자리 정책 수립과 제도 운영, 지방자치단체 지원은 물론 노인자원봉사, 경로당과 노인복지관 운영, 노인교실, 어버이날 행사, 노인의 날 행사, 경로우대제까지 담당한다. 여기에 장사시설 설치와 운영, 매장·화장·개장, 자연장 업무가 더해진다.
경로당 운영부터 화장장 관리까지 한 과가 맡고 있는 셈이다.
「장사업무 안내」의 목차만 보아도 업무량은 사실상 독립 조직에 가깝다. 매장과 묘지, 화장시설, 봉안시설, 자연장지, 장례식장 관리, 무연고 시신 처리, 장사정보시스템, 국고보조사업 집행지침, 친환경 화장용품 운영지침, 장사시설 입지 갈등 해소 방안까지 수백 페이지에 이른다.
독립된 정책 조직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규모다.
2025년 우리나라 사망자 수는 36만 명을 넘어섰다.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속에서 죽음과 관련된 사회적 과제는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산재 사망자와 재난 희생자, 고립사한 중장년, 무연고 사망자까지 모두 장사행정의 대상이다. 연간 36만 명이 넘는 국민의 마지막 과정을 담당하는 중앙부처의 조직이 노인일자리 정책과 같은 과에 속해 있다는 사실은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
더 큰 문제는 업무량이 아니라 정책의 우선순위다.
노인일자리 사업은 수조 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고, 살아 있는 국민의 삶과 직결된다. 복지 사업은 민원이 발생하고 정치권의 관심도 크다. 반면 장사정책은 선거의 주요 의제가 되기 어렵다. 죽음은 늘 시급한 정책의 뒤편으로 밀려나기 쉽다.
그 결과 화장 수요 증가에 대한 장기적 대응은 부족하고, 봉안시설 설치를 둘러싼 갈등은 반복된다. 무연고 사망자 처리 기준은 지방자치단체마다 차이가 있으며, 장례업 종사자의 처우 문제 역시 오랫동안 제도적 관심에서 비켜나 있었다. 물론 이런 문제들이 모두 조직 편제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전담 조직의 부재가 장기적이고 일관된 정책 추진을 어렵게 만든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것은 담당 공무원의 문제가 아니다. 구조의 문제다.
사실 현재의 편제는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다. 과거에는 죽음이 사실상 노년기의 문제로 인식됐고, 묘지 관리 역시 노인복지 행정의 연장선에서 다루어졌다. 그 시대에는 나름의 합리성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대는 달라졌다.
고립사와 무연고 사망, 공영장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존엄사 논의, 생애말기 돌봄 체계 등 죽음을 둘러싼 의제들은 이미 노인복지의 범주를 넘어섰다. 죽음은 특정 연령층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시민이 맞닥뜨릴 삶의 마지막 과정이다.
장례는 단순한 시신 처리 행정이 아니다. 애도와 추모, 공공보건, 환경, 도시계획, 공동체 문화와 기억이 함께 얽혀 있는 사회적 과정이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에서 죽음은 병원에 맡겨졌고, 장례는 병원 장례식장에 종속됐으며, 국가의 장사행정은 여전히 노인복지 조직의 한 귀퉁이에 머물러 있다.
죽음이 노인복지의 부속물처럼 취급되는 구조 속에서 장사정책이 독자적인 철학을 갖기 어려웠던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개혁은 거창할 필요가 없다.
우선 노인지원과 내에 장사정책 전담팀을 명문화하고 전문 인력을 강화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나아가 노인정책관 산하에 장사정책과를 별도로 신설해 화장·봉안·자연장 정책, 무연고 사망 대응, 장례업 관리와 감독을 전담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장기적으로는 호스피스·완화의료와 연명의료결정제도, 장사정책을 함께 다루는 '생애말기정책관' 설치도 상상해볼 수 있다.
출생에는 산부인과가 있고, 청소년에게는 청소년정책이 있으며, 노동과 주거에도 독립된 행정조직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인간 생애의 마지막 과정인 죽음과 장례는 왜 여전히 노인복지의 부록이어야 하는가.
2026년 현재, 연간 36만 명이 넘는 국민의 마지막 과정을 담당하는 행정 라인의 이름은 '노인지원과'다.
죽음은 노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장사행정은 노인복지의 부록이 아니다.
국가가 이 사실을 인정하는 것, 그것이 장사정책 개혁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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