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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뉴스

장사행정 독립, 어떻게 할 것인가

 

앞선 글에서 장사행정이 노인복지의 부록으로 편제된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이번에는 다른 나라는 어떻게 하는지, 그리고 실제로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를 짚는다.


컨트롤타워의 주무과는 노인지원과


2013년 보건복지부는 재단법인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을 설립했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33조의4에 근거한 장사지원센터 업무수행기관이다.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 운영, 장사정책 연구 및 콘텐츠 개발, 장사시설 종사인력 교육, 무연고사망자 장례지원, 재해재난 사망자 장례지원이 주요 업무다. 정부는 출범 당시 진흥원을 "성숙한 장례문화 조성의 컨트롤타워"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컨트롤타워를 감독하고 지시하는 주무 부서가 노인지원과라는 점이다.


장사행정 전담 집행기관은 있다. 그 위에 장사 전담 주무과는 없다. 장례문화의 컨트롤타워를 자처하는 기관이 노인일자리 담당과의 지휘를 받는다. 전담 집행기관을 만들어놓고 주무 부서는 그대로 둔 것이다. 절반짜리 개혁이다. 장사정책과가 신설된다면 진흥원의 위상과 기능도 비로소 제자리를 잡을 수 있다.


외국은 어떻게 하나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한국의 기형성이 뚜렷해진다.


일본은 후생노동성 건강·생활위생국 생활위생과(生活衛生課)가 장사행정을 담당한다. 노인복지 담당인 노건국(老健局)과 완전히 다른 라인이다. 장사를 '공중위생' 문제로 분류한다. 죽음을 노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위생 문제로 보는 시각이 행정 편제에 반영돼 있다.


영국 잉글랜드는 법무부 산하 장례업·매장·화장정책팀이 담당한다. 스코틀랜드는 더 나아갔다. 2016년 「매장·화장(스코틀랜드)법」을 독립 제정하고 2025년 3월부터 장례업 검사 권한과 집행 규정을 발효시켰다. 2025년 4월에는 모든 장례업 종사자를 등록하는 온라인 장례업 등록부도 가동했다. 장사행정을 독립 법체계와 독립 행정 라인으로 운영하는 사례다.


싱가포르는 가장 명확하다. 국가환경청(NEA)이 장례산업 관련 모든 사안을 총괄한다. 화장 허가, 매장지 관리, 봉안 시설, 해상 유골 산골까지 단일 기관이 관장한다. 국가가 화장장과 봉안시설을 직접 운영하고 환경 기준에 따라 장사 전 과정을 규율한다.


비교하면 결론은 단순하다.

 

한국 보건복지부 노인지원과 노인복지 부록 같은 과
일본 후생노동성 생활위생과 공중위생 완전 분리
영국 법무부 장례업·매장·화장정책팀 법무행정 완전 분리
스코틀랜드 독립 법체계+검사기관 독립 행정 완전 분리
싱가포르 국가환경청(NEA) 환경위생 완전 분리


장사행정이 노인일자리 담당과 같은 과 소관인 나라는 한국뿐이다. 나라마다 분류 논리는 달라도 공통점이 있다. 죽음을 노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로 본다는 것이다.


행정 개편의 세 가지 경로


현실적인 행정 개편은 단계적으로 가야 한다.


가장 빠른 조치는 노인지원과 내에 장사정책 전담 팀을 명문화하고 인원을 강화하는 것이다. 직제령 개정 없이 즉시 가능하다. 비용이 적게 들고 저항도 적다. 다만 근본 구조는 그대로 남는다는 한계가 있다.


중기 과제로는 노인정책관 산하에 장사정책과를 별도 과로 신설하는 방안이 있다. 직제 시행규칙 개정이 필요하나 부처 내 조직 개편이므로 국회 동의 없이 가능하다. 장사법 소관 업무 전체, 화장·봉안·자연장 기준 수립, 무연고 사망 대응, 장례업 관리감독을 전담 과가 맡는다. 현 단계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안이다.


주목할 만한 대안이 하나 더 있다. 장사행정을 환경부로 이관하는 방안이다. 싱가포르 NEA 모델이 이 방향이다. 화장장 대기오염, 수은 배출 규제, 묘지 녹지 관리, 자연장지 환경 기준 등 장사행정의 상당 부분은 이미 환경 규제와 깊이 연동돼 있다. 보건복지부보다 환경부가 더 적합한 주무부처일 수 있다는 논리는 충분히 성립한다. 부처 간 이관은 정치적 저항이 크고 장기 과제에 속하지만 방향성으로는 진지하게 검토할 만하다.


장기적으로는 보건복지부 내에 생애말기(生涯末期)정책관을 신설해 장사정책과, 연명의료결정 업무, 호스피스·완화의료 정책을 하나의 라인으로 묶는 방안도 있다. 죽음을 앞둔 과정에서 사후 처리까지를 통합 편제하는 것이다. 입법과 직제 개편을 수반하므로 중장기 과제다.


행정 개편 밖에서 할 수 있는 것들


행정 개편을 기다리지 않고 지금 당장 가동할 수 있는 경로들이 있다.


첫째, 입법 경로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주무부처 전담 조직 설치 의무 조항을 삽입하는 의원입법을 추진할 수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장사행정 전담 조직 신설 촉구 결의를 이끌어내는 것도 행정 개편을 압박하는 실질적 수단이다. 법이 조직을 강제하는 방식이다.


둘째, 예산 경로다. 장사 관련 국고보조사업 예산을 노인 관련 예산과 별도 항목으로 분리 편성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예산이 분리되면 조직 분리의 논거가 생긴다. 기획재정부 예산 심의 과정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할 수 있다.


셋째, 지자체 선도 모델이다. 광역 시·도 단위에서 먼저 장사정책 전담 부서를 신설하는 선례를 만드는 방법이다. 서울시나 경기도처럼 사망자 규모가 큰 광역단체가 먼저 전담 조직을 구성하면 중앙 조직 개편의 압력으로 작용한다. 지방이 중앙을 끌고 가는 경로다.


지금 바꾸지 않으면 더 늦어진다


현실적 순서는 이렇다. 지금 당장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한 입법 압박과 광역 지자체 전담 부서 선도 모델을 동시에 추진한다. 중기적으로는 장사정책과 신설을 직제 개편으로 밀어붙인다. 장기적으로는 환경부 이관 또는 생애말기정책관 신설을 목표로 삼는다.


2025년 사망자 수는 36만 3,400명이다. 수치는 해마다 오른다. 2040년대에는 연간 70만 명 이상이 사망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사 인프라 수요는 폭증하는데 행정 역량은 노인복지 부서의 한 귀퉁이에 머물러 있다.


전담 집행기관은 만들어놓고, 10년이 넘도록 전담 주무과 하나 만들지 못했다. 연간 36만 명의 죽음을 책임지는 나라에 장사정책 전담 주무과가 없다는 현실은 결코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