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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도 지구를 오염시킨다"…다큐 '데스 붐'

 

"죽음도 지구를 오염시킨다"…다큐 '데스 붐', 아무도 묻지 않았던 장례의 진실

"우리는 죽음 이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누구나 맞이하는 죽음. 그러나 장례가 환경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 그 과정이 얼마나 많은 자원과 에너지를 소비하는지 생각해 본 사람은 많지 않다.

미국 다큐멘터리 영화 '데스 붐(Death Boom)'​은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영화는 죽음 자체가 아니라, 죽음 이후 이어지는 장례 산업의 실태를 추적하며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왔던 장례 문화에 새로운 의문을 던진다.

작품이 주목하는 것은 미국 사회에 다가오고 있는 이른바 '데스 붐(Death Boom)'이다. 전후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기에 접어들면서 앞으로 수십 년간 대규모 사망이 예상되는 가운데, 영화는 현재의 장례 시스템이 이러한 변화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차분히 짚어 나간다.

카메라는 장례식장과 화장시설, 묘지를 차례로 찾아간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현실은 예상보다 복잡하다. 시신 방부 처리에 사용되는 화학물질, 화장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 매장을 위해 필요한 넓은 토지와 지속적인 관리 비용까지. 영화는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였던 장례 방식에도 적지 않은 환경적 부담이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영화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데스 붐'은 단순히 문제를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한다. 물을 이용해 시신을 분해하는 알칼리 가수분해(Water Cremation), 미생물의 자연 분해 과정을 활용하는 ​자연 유기 환원(Natural Organic Reduction),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는 ​친환경 자연장(Green Burial)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장례 방식은 아직 널리 보급되지 못하고 있다. 영화는 법과 제도, 종교적 가치관, 기존 장례 산업의 구조가 서로 맞물리면서 새로운 장례 문화의 확산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진단한다.

작품이 던지는 질문은 환경 문제에만 머물지 않는다.

사람들은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지만 정작 죽음 이후의 과정에는 무관심하다. 영화는 이러한 사회적 인식이 장례 산업을 오랫동안 변화시키지 못한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바라본다. 죽음을 삶의 끝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의 일부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도 함께 전한다.

공포영화 감독으로 잘 알려진 일라이 로스(Eli Roth)는 이번 작품에서 제작과 내레이션을 맡아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대중적인 시선으로 풀어낸다. 배우 레오나르도 디캐프리오의 제작사 Appian Way Productions도 공동 제작에 참여해 환경 문제에 대한 메시지에 힘을 보탰다.

'데스 붐'은 2026년 미국 트라이베카 페스티벌에서 처음 공개된 뒤 같은 해 6월 미국에서 개봉했다. 국내 개봉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지만, 그 이후의 방식은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데스 붐'은 "우리는 마지막까지 지구를 배려할 수 있는가"라는 낯설지만 피할 수 없는 질문을 관객에게 던지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