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어서도 못 벗어나는 일본군의 흔적 - 위안부 할머니부터 대통령까지
여덟 장의 사진이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빈소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영정, 그 액자 위에 예외 없이 걸린 검은 리본. 그리고 또 다른 사진들이 있다. 국가가 가장 높은 격식으로 치른 대통령의 영결식. 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정에도 똑같은 검은 리본이 걸렸다.
피해자의 빈소에도, 국가 최고 예우의 빈소에도, 같은 형식이 똑같이 쓰였다. 이것이 이 형식이 얼마나 깊숙이, 얼마나 무비판적으로 한국 장례 의전 전체를 장악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분명한 증거다.
격식을 다해도 검증은 없었다
대통령의 국가장은 대한민국이 가장 신중하게, 가장 정교하게 준비하는 장례 의전이다. 국가장법에 따라 장의위원회가 꾸려지고, 수백수천 명의 장의위원이 임명되며, 영결식 절차 하나하나가 면밀히 검토된다. 그런데 그 모든 격식과 절차 속에서도, 영정 액자에 검은 리본을 매다는 일본식 형식만큼은 단 한 번도 검토 대상이 되지 않았다.
이것이 핵심이다. 의전을 다루는 그 누구도, 그 어떤 격식의 자리에서도, "이 리본이 어디서 왔는가"를 묻지 않았다. 평범한 가정의 장례식부터 국가의 가장 큰 의전까지, 예외 없이 같은 형식이 관통하고 있다는 것은 이 관행이 더 이상 누군가의 무지나 실수가 아니라, 한국 장례 산업 전체에 깊이 뿌리내린 구조적 문제라는 뜻이다.
출처는 분명하다
영정 액자에 검은 리본을 매다는 형식은 한국의 전통이 아니다. 일본 메이지 시대, 청일·러일 전쟁 출정 군인이 미리 찍어둔 사진이 전사 후 영정이 되면, 전우들이 자신의 상장을 떼어 그 영정에 걸어준 데서 비롯된 일본만의 형식이다. 1934년 조선총독부가 발표한 의례준칙 이후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에 뿌리내려, 해방 이후로도 별다른 의심 없이 국가 의전과 일반 장례식 모두에서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1965년 이승만, 1979년 박정희, 1990년 윤보선 등 역대 대통령 장례 사진에서 일관되게 확인된다.
조사 범위에서 이 형식은 한국과 일본 외에는 확인되지 않는다. 중국은 검은 액자 틀은 쓰되 리본을 매달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 일본에서조차 이 형식은 흔들리고 있다. 색을 바꾸거나 아예 생략하는 장례가 늘고 있고, 일본 장례업계 스스로 "리본을 반드시 달아야 한다는 종교적 근거는 없다"고 말한다.

위안부 할머니에서 대통령까지, 예외가 없었다
가해국에게 사죄 한마디 받지 못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빈소. 그리고 그 가해의 역사에 누구보다 단호히 맞섰던 대통령들의 국장. 이 둘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은 역설적이다. 형식의 무게가 다르고, 격식의 수준이 다르고, 의전을 준비하는 인력의 규모가 달랐는데도, 영정 위의 검은 리본만큼은 똑같았다.
이것은 누구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니다. 장례지도사도, 국가장 실무진도, 모두 "원래 그렇게 하는 것"이라는 관행을 그대로 따랐을 뿐이다. 그러나 바로 그 점이 문제다. 가장 평범한 빈소에서도, 가장 격식 높은 국장에서도, 단 한 번의 검증도 없었다는 사실. 40년간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은 채 한국의 모든 죽음 위에 같은 형식이 덧씌워져 왔다.
이제는 검증할 때다
국가장을 준비하는 장의위원회든, 동네 장례식장이든, 이 질문 하나는 반드시 던져야 한다. "이 리본이 어디서 왔는가." 종교적 근거도 없고, 한국 전통도 아니고, 세계 대부분이 쓰지 않으며, 만든 나라조차 버리고 있는 형식을, 위안부 피해자의 빈소에도 대통령의 국장에도 구분 없이 걸어온 것이 지금까지의 한국 장례 산업이다.
장례는 격식과 예우를 따지는 자리이기 이전에, 누구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를 정하는 자리다. 그 형식의 출처를 모른 채 40년을 지나왔다면, 이제는 적어도 묻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 본문에 포함된 빈소 및 영결식 사진은 YTN, OhmyNews 등 언론사의 보도 사진이며, 정식 사용 허가를 받지 않은 무단 사용임을 밝힙니다. 저작권은 각 원저작권자(언론사 및 촬영자)에게 있으며, 권리자의 요청 시 즉시 삭제 또는 출처 표기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본 사진은 비평·연구 목적의 인용으로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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