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격증은 넘치는데 현장은 왜 사람이 없나
발급 건수 5년 새 두 배…현장은 "쓸 만한 사람이 없다"
숫자는 인상적이다. 2012년 국가자격증 제도가 시행된 이후 장례지도사 자격증 누적 발급자는 4만 명에 도달했다. 2020년 연간 1,602건이던 발급 건수는 2025년 2,947건으로 5년 새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전국에 신고된 교육기관만 63개소다.
그런데 장례 현장에서 돌아오는 말은 다르다. "쓸 만한 장례지도사가 없다."
자격증이 많아질수록 자격증의 가치가 떨어지는 구조. 이것이 지금 장례지도사 제도가 빠진 함정이다.
300시간 채우면 나온다
장례지도사 자격증은 시험이 없다. 보건복지부 지정 교육기관에서 300시간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시·도지사 명의로 자격증이 발급된다. 필기도 실기 평가도 없다. 장례 관련 학과 전공자는 50시간으로 족하다.
이 구조의 문제는 명확하다. 자격증이 역량을 보증하지 않는다. 300시간을 앉아 있었다는 사실이 증명될 뿐, 그 사람이 실제로 유가족 앞에 설 수 있는지는 아무도 검증하지 않는다.
장례업계 내부에서도 오래전부터 시험 도입을 요구해왔다. 보건복지부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수년째 유지하고 있다. 시행 시기는 여전히 미정이다.
국가자격증을 취득한 신규 진입자가 현장에서 무자격 경력자에게 밀린다.
현업 장례지도사 중 전문 교육을 받은 적이 없거나 자격증을 갖추지 않은 경우가 상당수다. 민간 자격증만 보유한 경우도 있다. 이들은 제도 시행 이전부터 현장에서 도제식으로 기술을 익혔다. 유족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법, 염습의 감각, 상황을 읽는 눈... 이것은 교육원 강의실에서 나오지 않는다.
자격증은 있지만 시신을 처음 보는 신입과, 자격증은 없지만 수백 건의 현장을 거친 경력자 중에서 장례식장이 누구를 선택하는지는 자명하다. 국가자격증이 현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의무고용이 없으면 자격증은 장식이다

더 근본적인 구조 결함이 있다. 장례식장에 장례지도사 의무고용 규정이 없다.
자격증이 있어도 없어도 일할 수 있다. 자격증이 취업의 필수 조건이 아니라는 뜻이다. 취득자가 4만 명을 넘었어도, 그 자격증을 반드시 요구하는 사업장이 법적으로 강제되지 않는다. 자격증은 있으나 없으나 큰 차이가 없는 종이가 된다.
대학병원이나 국공립 장례식장은 장례 관련 학과 졸업 여부를 상당히 중요하게 본다. 그러나 일반 사설 장례식장과 상조회사 다수는 자격증보다 경력과 인맥을 먼저 본다. 자격증의 효력이 사업장 유형에 따라 들쑥날쑥하다는 것은, 제도 자체의 설계가 미완성임을 의미한다.
가르치는 내용이 현실과 다르다
자격증의 가치를 스스로 깎는 또 다른 요인은 교육 내용이다.
표준 교육과정은 장례학 개론, 염습 및 장법, 장사법규, 장사시설관리, 공중보건, 위생관리로 구성된다. 2012년 제도 시행 당시의 틀을 14년째 유지하고 있다. 그 사이 장례 현장은 완전히 달라졌다.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35%를 넘어섰다. 연고 없이 죽는 사람이 늘고, 가족 없이 장례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 일상이 됐다. 무연고 장례를 어떻게 진행하는지, 고립 사망 현장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지자체와 어떻게 협력하는지...이를 가르치는 교육과정은 없다.
사전 장례 의향을 설계하려는 사람들의 상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수목장·자연장·산분 등 새로운 장법에 대한 문의도 급증한다. 그러나 교육과정은 병원 장례식장 3일 빈소 운영 중심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았다.
유족 심리 상담, 그리프 케어(grief care), 감정노동 관리...현장에서 장례지도사에게 실제로 요구되는 역량은 교육과정에 없거나 있어도 형식적이다. 20세기형 의례 보조자 양성 틀로 21세기 장례 전문가를 찍어내고 있다. 이렇게 양성된 자격증 보유자가 현장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자격증이 늘수록 자격증이 싸진다
지금 장례지도사 자격증 제도는 악순환 구조 안에 있다.
교육 내용이 현실과 맞지 않으니 현장 적응력이 낮다. 현장 적응력이 낮으니 사업장이 자격증보다 경력을 우선한다. 사업장이 자격증을 요구하지 않으니 자격증의 시장 가치가 낮아진다. 자격증의 가치가 낮아지니 자격증을 따도 현장에서 인정을 못 받는다. 그러면서도 취득자 수는 계속 늘어난다. 자격증의 사회적 신뢰는 발급 건수에 반비례해 떨어지고 있다.
의무고용 규정 도입, 시험제도 신설, 교육과정 전면 개편...이 세 가지가 동시에 작동하지 않으면 이 악순환은 끊어지지 않는다. 셋 중 하나만 손봐도 나머지가 흔들린다. 제도는 유기체다. 부분 수술로는 낫지 않는다.
장례지도사 4만 명 시대, 현장은 여전히 사람이 없다고 한다. 자격증은 넘치는데 전문가는 부족하다. 제도가 14년째 답하지 못한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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