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 대신 물로 보내는 이별, 일본 반려동물 아쿠아메이션 장비 'MOTHER'
반려동물 장례 시장에서 '친환경'이라는 키워드가 화두로 떠오른 지 오래다. 화장의 연기와 냄새, 소음 없이 반려동물을 보내고 싶다는 보호자들의 요구가 늘어나면서, 일본에서는 이런 니즈를 정면으로 겨냥한 장비가 시장에 등장했다. 바로 반려동물용 아쿠아메이션(수분해장) 장비 'MOTHER'다.
MOTHER는 어떤 장비인가
MOTHER는 개발사 MIROKU와 판매·유통을 맡은 사이칸시스템이 협업해 만든 반려동물용 아쿠아메이션 장비로, 2026년 3월 17일부터 일본 내 판매를 시작했다. 일본 최초의 아쿠아메이션 전용 장비라는 점에서 출시 초기부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작동 원리는 기존 화장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불로 태우는 대신, 장비 내부의 액체층에 반려동물의 체구에 맞춰 알칼리수를 주입하고 완만한 물의 흐름을 더하면서 50℃ 이상으로 서서히 가열한다. 이 과정에서 유기물이 화학적으로 분해되며, 개체 크기에 따라 처리 시간은 다르지만 대략 1~2시간이면 완료된다. 남는 것은 뼈뿐이고, 이를 건조·분쇄해 유골 형태로 보호자에게 돌려준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 - '실내에 들어가는 설비'
MOTHER의 가장 큰 차별점은 설치 공간이다. 기존 화장 설비는 배연 시설이 필요해 대개 시가지에서 떨어진 교외에 위치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MOTHER는 약 15㎡의 공간만 있으면 설치가 가능한 실내형 컴팩트 설계를 채택했다. 화장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던 배연, 냄새, 소음 문제를 원천적으로 줄인 덕분에, 시내 오피스 빌딩이나 상업시설 안에서도 장례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차별화를 넘어 실질적인 이용 편의로 이어진다. 교외의 화장장까지 이동해야 했던 고령의 보호자들은 이동 부담을 덜 수 있고, 가족과 지인들도 접근성이 좋은 장소에서 함께 이별 의식에 참여하기가 한결 쉬워진다.
보호자들은 이 방식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MIROKU가 2026년 1월 전국의 반려동물 보호자 1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는 이 기술에 대한 수요를 잘 보여준다. 응답자의 80%가 기존과는 다른 형태의 장례를 원한다고 답했고, 88%는 아쿠아메이션을 하나의 선택지로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응답자들이 꼽은 매력 포인트는 화장보다 온화한 처리 과정, 뼈가 더 온전하고 깨끗하게 남는다는 점,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성, 그리고 시가지에서 장례를 치를 수 있다는 편의성 등이었다.
신중한 확산 전략
주목할 점은 MIROKU와 사이칸시스템이 이 기술을 공격적으로 밀어붙이기보다 단계적으로 확산시키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향후 계획으로는 반려동물 장례업체를 대상으로 한 장비 판매, 도입을 돕는 설명·연수 프로그램 운영, 행정·전문가와의 연계 강화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새로운 장례 문화가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과, 아직 정비되지 않은 규제 환경을 의식한 조심스러운 접근으로 해석할 수 있다.
왜 이 소식이 아시아 반려동물 장례 시장에 중요한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도 친환경 반려동물 장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실제 상용 장비가 시장에 출시돼 판매되기 시작한 사례는 아직 드물다. MOTHER는 별도의 법 개정 절차 없이 기존 규정의 틀 안에서 제품을 먼저 출시하고 시장의 반응을 통해 자리를 잡아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규제 환경에 놓인 이웃 국가들에도 하나의 참고 사례가 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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