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빠져나간 자리에 남는 물
알칼리가수분해(수분해장)를 이야기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질문이 하나 있다. "그럼 그 물은 어디로 가나요?" 뼈는 곱게 분쇄해 유가족에게 돌려줄 수 있지만, 나머지 액체는 결국 하수처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알칼리가수분해를 제도화하는 과정에서 장례 방식 자체보다도 배출수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를 두고 더 오랜 시간을 들여 논의해 왔다. 실제로 법률을 만드는 것보다 방류 기준을 마련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린 사례도 적지 않다.

정확히 무엇이 남는가
알칼리가수분해는 밀폐된 스테인리스 용기에 시신을 넣고 물과 수산화칼륨(KOH) 또는 수산화나트륨(NaOH)을 채운 뒤 열을 가해 진행한다. 저압식은 약 93℃에서 10시간 이상, 고압식은 약 150℃에서 4~6시간 정도가 일반적이다. 이 과정에서 연조직은 아미노산과 펩타이드, 당류, 지방산염(비누 성분) 등으로 완전히 분해되고, 뼈만 남아 건조·분쇄 과정을 거쳐 유가족에게 인도된다.
북미 장례업계 자료에 따르면 최종 배출수에는 소금, 아미노산, 펩타이드, 당류 등이 녹아 있으며 조직이나 DNA는 남지 않는다. 색은 연한 녹색에서 갈색을 띠고, 공정이 끝난 직후에는 pH 11~12 정도의 강알칼리성을 보인다.
많은 사람이 "사람 한 명을 처리하면 물이 얼마나 나오느냐"는 점도 궁금해한다. 장례용 설비는 제조사와 장비 용량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성인 1명을 처리하면 약 1.5톤(약 1,500리터)의 배출수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 물 대부분은 처음부터 장비 안에 채워 넣는 공정용수다. 여기에 분해된 유기 성분이 녹아 최종 배출수가 되는 것이지, 사람의 몸이 그대로 액체로 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이 액체를 곧바로 하수관으로 흘려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공정이 끝난 직후에는 강알칼리성이기 때문에 산을 이용해 pH를 중성에 가까운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 이후 pH와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 화학적산소요구량(COD), 총질소(T-N), 총인(T-P) 등 수질 기준을 확인한 뒤 공공하수관으로 보내며, 최종적으로는 일반 생활하수와 함께 공공하수처리장에서 정화 과정을 거친다.
결국 "병원체나 유전정보가 남지 않는다"는 설명과 "환경 규제를 받는 폐수"라는 사실은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 생물학적으로는 안전하지만, 환경적으로는 일정한 수질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폐수라는 점 때문에 각국의 규제 방식도 조금씩 달라진다.
눈여겨볼 사례도 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안전지침은 방사성의약품 치료를 받은 고인에게는 알칼리가수분해 적용을 권장하지 않는다. 화장과 달리 방사성 물질이 액체나 뼛가루에 남을 수 있기 때문에 치료 이력에 따라 별도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미국, 세 기관이 각각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
미국에서는 장례 인허가와 환경 규제, 하수처리 승인이 서로 다른 기관의 권한이다. 장례시설 허가는 주 정부 장의사위원회가 담당하고, 환경 기준은 주 환경청과 연방 환경보호청(EPA)이 관여한다. 실제 하수관 연결 여부는 지역 하수처리 당국이 결정한다. 문제는 이들 기관이 하나의 체계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장의사위원회 조사관이 알칼리가수분해 시설을 처음 점검하거나, 지역 하수처리 당국이 관련 방류 신청을 처음 심사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설명한다. 같은 주 안에서도 지역에 따라 승인 절차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버지니아주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별도의 실무단을 꾸렸다. 논의의 핵심은 하수관이 연결되지 않은 시설이었다. 정화조를 사용하는 시설은 장례시설 허가와 별도로 보건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이후에도 정기 점검 때마다 관련 서류를 유지하도록 제도를 설계했다. 즉 법적으로 허용됐다고 해서 곧바로 배출이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입법 과정에서 명확히 한 것이다.
최근 제도를 정비한 뉴욕주 역시 같은 접근을 택했다. 시설은 운영을 시작하기 전에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배출수가 안전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며, 방류 역시 주 정부가 정한 폐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만약 이 액체를 농업이나 산업용으로 재활용하려면 추가 처리 절차를 거쳐야 한다.
캐나다, 병원체가 남지 않는지 직접 검증했다
캐나다는 온타리오주를 비롯해 여러 주에서 알칼리가수분해를 허용하고 있다. 특히 2018년 온타리오 공중보건국은 고온·고압 방식의 안전성을 직접 검증했다. 약 177℃에서 6시간가량 처리한 경우 감염성 병원체가 살아남을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반면 약 93℃에서 장시간 운전하는 저온·저압 방식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같은 알칼리가수분해라도 운전 조건에 따라 안전성 검증 수준을 달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후 캐나다 일부 지역은 시설 인허가 단계에서 온도와 처리 시간을 중요한 기준으로 반영하고 있다.
영국, 1902년 이후 처음 등장한 새로운 장례 방식
영국에서는 오랫동안 알칼리가수분해를 금지하는 법도, 허용하는 법도 없는 애매한 상태가 이어졌다. 이런 상황은 2026년 3월 스코틀랜드가 '수화(Hydrolysis) 규정'을 시행하면서 바뀌었다. 1902년 화장법 이후 처음으로 새로운 법정 장례 방식이 제도권에 편입된 것이다.
이 규정은 스코틀랜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장례업계, 상수도 기관인 스코티시워터, 환경보호청(SEPA)이 공동으로 논의해 마련했다. 다만 법이 시행됐다고 곧바로 서비스가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시설은 환경 승인과 지자체 인허가를 모두 받아야 하며, 정부도 첫 시설 가동까지는 최소 6~9개월이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세 가지 쟁점
각국의 제도를 비교해 보면 알칼리가수분해를 둘러싼 규제는 결국 세 가지 문제로 모인다.
첫째는 배출수의 중화 과정이다. 공정이 끝난 직후 배출수는 pH 11~12 정도의 강알칼리성을 띠기 때문에 그대로 하수관으로 흘려보낼 수 없다. 대부분의 시설은 산을 이용해 pH를 방류 기준에 맞게 조정한 뒤 수질을 확인하고 공공하수관으로 보낸다.
둘째는 하수처리 당국과의 협의다. 법률에 알칼리가수분해를 새로운 장례 방식으로 인정하는 것과 실제로 하수처리장이 해당 배출수를 받아 처리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미국과 호주 사례에서 보듯 장례 관련 법은 통과됐지만, 방류 승인 절차가 마련되지 않아 시설 운영이 지연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셋째는 정화조를 사용하는 지역에 대한 별도 기준이다. 대규모 공공하수처리장이 있는 도시와 달리 농촌이나 외곽 지역은 정화조나 소규모 하수처리시설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지역에서는 토양 침투와 지하수 오염 가능성까지 함께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도시와 동일한 기준만으로는 관리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우리나라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은 현재 매장과 화장, 자연장을 기본 장사 방식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유골을 산이나 바다 등에 뿌리는 산분장도 제도화됐다. 그러나 사람을 대상으로 한 알칼리가수분해는 아직 법적 근거가 없다. 오히려 반려동물 장례 분야에서 친환경 대안으로 도입 논의가 먼저 시작된 상태다.
한국이 제도를 마련한다면 우선 알칼리가수분해를 화장의 하위 개념이 아니라 독립된 장사 방식으로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장례 절차와 환경 규제를 각각 명확하게 설계할 수 있다.
배출수 관리 기준도 장사법 개정 이후가 아니라 입법 단계부터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 미국 사례에서 반복된 문제는 장례 제도가 먼저 시행된 뒤 환경 기준을 뒤늦게 만드는 과정에서 행정 혼선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장사법과 함께 물환경 관련 규정도 동시에 정비해 pH와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 화학적산소요구량(COD), 총질소(T-N), 총인(T-P) 등 방류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는 편이 효율적이다.
시설 기준도 운전 방식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 캐나다처럼 고온·고압 방식과 저온·저압 방식을 구분해 저온 방식에는 추가적인 병원체 사멸 검증을 요구하면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방사성의약품 치료를 받은 고인에 대한 별도 규정도 필요하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처럼 체내에 방사성 물질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알칼리가수분해 적용을 제한하거나 별도의 안전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도시와 농촌을 구분한 배출 승인 체계도 중요하다. 공공하수관이 연결된 시설과 정화조를 사용하는 시설은 관리 여건이 다른 만큼 별도의 인허가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무엇보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전국 확대보다 시범사업이 적절하다. 지자체 화장시설 한두 곳에서 일정 기간 운영하며 배출수 처리와 환경 기준, 행정 절차를 검증한 뒤 제도를 보완해 나가는 것이 시행착오를 줄이는 방법이다.
요약
알칼리가수분해 후 발생하는 배출수는 성인 1명 기준 약 1.5톤(약 1,500리터) 정도다. 대부분은 공정에 사용하는 물이며, 여기에 분해된 유기 성분이 녹아 있는 형태다. 병원체나 유전정보는 남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강알칼리성 폐수이기 때문에 중화와 수질 검사를 거쳐 공공하수처리장에서 최종 처리해야 한다.
결국 세계 각국이 가장 오래 논의한 대상은 장례 방식 자체보다 배출수 관리였다. 미국은 여러 기관의 권한이 겹치면서 행정 절차가 복잡해졌고, 캐나다는 운전 조건에 따라 안전성 검증 수준을 달리했으며, 영국은 최근에서야 법적 틀을 마련했다. 아직 제도 도입 논의가 초기 단계인 한국은 이러한 해외 사례를 참고해 장사법 개정과 환경 기준 마련을 함께 추진한다면 시행착오를 줄이고 보다 체계적인 제도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공정용수 사용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장비도 발전하고 있다. 일부 제조사(American Crematory Equipment)는 신형 알칼리가수분해 시스템이 기존 설비보다 공정용수를 최대 90%까지 줄일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다만 이 수치는 해당 업체가 자사 장비와 기존 설비를 비교해 제시한 성능으로, 업계 전체의 표준으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실제 장례용 알칼리가수분해 장비의 물 사용량은 제조사와 설비 용량, 운전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최신 장비일수록 공정용수 절감과 에너지 효율 개선에 초점을 맞춰 개발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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