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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반려동물 수분해장 현황

아시아 반려동물 수분해장(알칼리 가수분해) 현황 - 한국·일본·대만·싱가포르 비교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화장을 대체할 친환경 장례 기술인 '수분해장(Alkaline Hydrolysis)'이 아시아 각국에서 서로 다른 속도로 자리 잡고 있다. 물과 알칼리 용액으로 사체를 분해하는 이 기술은 연소 과정이 없어 대기오염 물질 배출이 없고, 이미 미국·캐나다·영국 등 16개국에서 상용화됐다. 그러나 같은 기술을 두고 한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는 전혀 다른 국면에 놓여 있다.

 

 

한국 - 법은 가장 먼저 만들었지만, 가장 늦게 움직인다

 

한국은 2022년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수분해장을 동물장묘업의 하나로 인정하며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국내 기업 네오메이션은 자체 개발한 장비 'NP40'의 시제품 검증을 마쳤고, 21그램·리본컴퍼니 등과 손잡고 경기·경상권 거점 구축을 추진 중이다.

 

문제는 실행 단계다. 서비스 운영을 위해서는 '동물장묘업 시설 및 설치 기준' 고시 제정이 뒤따라야 하는데, 행정예고 이후 이미 3년이 지났지만 농림축산식품부는 여전히 고시를 마련하지 못했다. 수분해 처리 후 배출되는 액체의 유해물질 검사를 맡을 검사기관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 지연 사유다. 더구나 수분해장은 이미 합법 시설로 분류돼 있어 규제샌드박스 적용 대상도 되지 않는다. 그 결과 실증 사업을 추진할 통로조차 마땅치 않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일본 - 법 개정 없이 이미 상품을 출시했다

 

일본은 정반대 경로를 택했다. 별도의 법 개정이나 고시 제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기존 폐기물·환경 규정 안에서 사업자가 먼저 제품을 시장에 내놓았다.

 

사이칸시스템은 MIROKU社와 협업해 개발한 반려동물용 아쿠아메이션 장비 'MOTHER'를 2026년 3월 17일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다. 물과 알칼리 용액을 개체 크기에 맞게 주입하고 50℃ 이상으로 가열하는 방식으로, 처리 시간은 약 1~2시간이다. 특히 실내 설치가 가능한 컴팩트형(약 15㎡)으로 설계돼 시가지 오피스 빌딩이나 상업시설에서도 시공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기존 화장 방식의 고질적 문제였던 배연·냄새·소음을 줄여, 교외의 화장장 대신 도심형 장례시설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2026년 1월 실시한 반려인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80%가 기존과 다른 장례 형태를 원한다고 답했고, 88%가 아쿠아메이션을 선택지로 고려하겠다고 응답했다. 다만 회사는 장례업체 대상 장비 판매와 도입 교육, 행정·전문가와의 연계를 통해 신중하고 단계적으로 보급하겠다는 방침이어서, 규제 리스크를 의식한 조심스러운 확장 전략을 취하고 있다.

 

대만 - 중앙은 열어뒀지만 지자체마다 결론이 다르다

 

대만 농업부는 반려동물 사체를 화장 외의 방식으로 처리하는 것을 중앙 차원에서 금지하지 않는다. 원칙은 단 하나, 강산·강알칼리 배출 등 환경오염이 없어야 한다는 것뿐이다. 구체적인 처리 방식의 허용 여부는 지방정부 규정에 위임돼 있다.

 

이 위임 구조 때문에 지자체별로 결론이 갈린다. 타오위안시는 반려동물 사체를 화장으로만 처리하도록 명시한 반면, 가오슝시 자치조례는 '중앙 주무기관이 인정하는 기타 방식'까지 허용한다. 환경부 수질보호사 공무원은 반려동물 수화(水化)가 최근 등장한 업종이라 평가한 뒤, 기존 규정에 따라 하수도 배출이 가능하며 수질오염방지법에 별도 규정을 신설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소수의 수화 업체가 이미 영업 중이며, 화장 대신 수화를 택한 반려인들의 이용 후기도 나오고 있다. 다만 업체 수가 워낙 적어 선택지가 넓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싱가포르 - 규제 공백을 창업 기회로 삼았다

 

싱가포르는 애초에 반려동물 매장 자체가 자가 주택 소유자가 아니면 불법이고, 인구의 85%가 정원 없는 고층 아파트에 거주해 대부분 화장을 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 틈새를 파고든 것이 아쿠아메이션이다. 동물복지 전문가 조 캄은 싱가포르 최초의 반려동물 아쿠아메이션 서비스를 준비하며,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반려동물 인구 중 친환경을 중시하는 틈새시장을 겨냥했다. 현재는 에버펫 같은 업체가 이미 반려동물 워터크리메이션 서비스를 운영 중이며, 엄격한 안전·지속가능성 기준을 따른다고 홍보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명시적인 금지 규정이 없는 영역에 사업자가 먼저 진입해 서비스를 시작한 뒤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경우로, 한국식 '고시 제정'이나 '행정예고' 같은 별도 절차 자체가 쟁점이 되지 않았다.

 

왜 같은 기술이 이렇게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가

 

네 나라를 나란히 놓고 보면 병목 지점이 뚜렷이 갈린다. 한국은 법적 근거를 가장 먼저 만들었음에도 후속 행정 절차(고시)에 발이 묶여 있고, 일본과 싱가포르는 오히려 명시적 허용 절차 없이 사업자가 먼저 움직이며 실제 서비스 출시는 더 빨랐다. 대만은 중앙이 문을 열어뒀지만 지자체 조례가 제각각이라 지역별 편차가 큰 경우다.

 

결국 관건은 '기술의 안전성 논쟁'이 아니라 '누가 먼저 움직이도록 허용하는 행정 설계를 갖췄는가'에 가깝다. 한국의 3년째 지연이 유독 두드러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