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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분장, 천주교 신자는 안된다?

 

산분장, 천주교 신자는 금지란다.

지난해 1월 24일,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으로 산분장(散粉葬)이 합법화됐다. 화장한 유골을 곱게 분쇄해 지정된 장소에 뿌리는 방식이 이제 법적으로 가능해진 것이다.

정부는 이 방식의 이용률을 2027년까지 30%로 높이겠다는 계획까지 발표했다. 봉안당 포화, 묘 관리 인력 부족, 1인 가구 증가 같은 현실 문제를 풀기 위한 선택이다.

그런데 566만 한국 천주교 신자에게는 다른 이야기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산분장이 합법화된 바로 그해, 2025년 10월 추계 정기총회에서 이 문제를 공식 안건으로 올리고 기존의 금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국가는 장려하고, 교회는 금지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교회는 왜 산분장을 금지하나

근거는 2016년 교황청 신앙교리성이 발표한 훈령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하기 위하여」다. 한국 주교회의는 이 훈령을 받아들여 같은 해 국내 지침을 만들었고, 2017년에는 「산골에 관한 질의응답」을 통해 입장을 더 구체화했다.

핵심 논리는 이렇다.

"유골을 자연에 뿌리는 행위는 하느님을 자연 안에만 얽매인 분으로 축소할 위험이 있다. 이는 자연을 유일한 현실로 보는 자연주의, 혹은 범신론적 사고와 연결된다."

가톨릭교회는 죽은 이의 몸이 언젠가 부활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유골은 그 부활을 기다리는 존엄한 대상이므로, 성스러운 장소에 안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2025년 10월 주교회의 기자간담회에서 의장 이용훈 주교는 이렇게 밝혔다.

"수목장이나 유골을 뿌릴 때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범신론, 또는 애니미즘의 입장을 갖고 있거나, '부활을 부정한다'는 의미로 한다면 이는 가톨릭 교리에 어긋나는 사항이다."

교리에 반하는 의도가 없더라도, 산골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교회의 공식 입장이다.

 

매장 원칙적으로 권장
화장 교리 부정 목적이 아니면 허용
유골 봉안 묘지·납골당 안치 허용
산골·산분장 금지 (2025년에도 재확인)
가정 보관 허가 없이 금지
수목장 조건부 허용 (유골함+이름 표식 필수, 뿌리는 형태는 금지)
장신구 가공·분산 보관 금지


수목장은 조건이 있다. 유골을 유골함에 담아 땅에 묻고, 반드시 이름을 적은 표식을 세워야 한다. 유골을 나무 주위에 뿌리는 방식은 산골로 간주해 허용하지 않는다.

"사목 현장에서 혼란이 불가피하다"

주교회의 스스로 인정한 말이다. 산분장이 합법화된 지금, 현장에서는 신자들의 문의와 혼란이 실제로 늘고 있다.

상황을 보면 이해가 간다. 묘를 돌봐줄 자녀가 없는 어르신, 비용 부담이 적은 방식을 찾는 가족, 그냥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소박한 마음을 가진 신자. 이들 모두 국가 법률상으로는 산분장을 선택할 수 있지만, 교회 지침으로는 금지된 선택 앞에 놓인 것이다.

교황청은 2023년에 조금 유연해 졌다.

2023년 12월, 교황청은 이탈리아 볼로냐 교구의 질의에 답하면서 두 가지를 새로 허용했다.

- 여러 사람의 유골을 한 공간에 혼합 안치하는 공동 납골(communal cinerary) 허용
- 교회 당국 승인 하에, 유족이 유골 일부를 고인에게 의미 있는 장소에 보관하는 것 허용

그러나 산골 금지는 그대로다. 

 

한국 천주교는 이 2023년 완화 내용조차 반영하지 않은 채, 2016년 원칙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산분장 이용률을 2027년까지 30%로 높이겠다고 한다. 고령화, 봉안당 포화, 묘지 부족이라는 현실에서 나온 정책이다.

교회의 입장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부활 신앙을 기반으로 한 오래된 전통이 있고, 그것을 지키려는 진지한 이유가 있다.

묘를 돌봐줄 사람도 없고, 봉안당 비용도 부담스럽고, 조용히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신자의 마음을, 교회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그 마음이 범신론인지, 부활 신앙의 부정인지 판단하는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그 기준 없이 '금지'라는 결론만 내려진 지금의 구조는, 앞으로 더 많은 현장의 혼란으로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