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葬事) 담당 부처, 이제는 환경부로
왜 보건복지부가 아닌 환경부여야 하는가
세계 각국이 장례 행정을 어느 부처에서 담당하는지 살펴보면 영국은 법무부, 미국은 FTC(연방거래위원회), 싱가포르는 국립환경청, 러시아는 건설주택공공사업부이다. 나라마다 장례를 바라보는 철학이 다르고, 그 철학이 주무 부처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지금 한국의 장사 행정, 누가 담당하나
현재 한국에서 장사(葬事) 행정의 주무부처는 보건복지부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 그 근거이고, 화장장·납골당·수목장림 허가부터 장례식장 기준, 무연고 사망자 처리까지 전부 보건복지부 소관이다.
왜 복지부냐고? 이유는 역사에 있다. 한국의 장묘 법제는 시신 위생 처리와 전염병 예방이라는 공중보건 논리에서 출발했다. 매장이 지하수를 오염시킬 수 있고,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시신이 감염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맥락에서 보건 당국이 이 영역을 맡아온 것이다. 여기에 노인 복지 정책의 마지막 단계, 즉 생애 말기 공공 서비스라는 개념이 덧붙으면서 복지부 체계는 더욱 굳어졌다.
지금도 그 논리가 유효한가?
숫자 하나가 모든 걸 말해준다
2024년 기준, 한국의 화장률은 92%를 넘었다.
이제 한국에서 땅에 묻히는 사람은 10명 중 1명도 안 된다. 시신 위생 처리라는 원래의 정책 목표는 사실상 달성됐다. 화장이 이렇게까지 일반화된 사회에서, 남은 질문은 전혀 다른 차원에 있다.
화장하고 나면 골분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화장로에서 나오는 대기오염은 누가 관리하는가? 수십 년치 묘지는 어떻게 정리하고 자연으로 돌려보내는가? 자연장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이 질문들 중 단 하나도 보건의 언어가 아니다. 전부 환경의 언어다.
다른 나라들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국제 사례를 보면 방향이 분명히 보인다.
싱가포르는 국립환경청(NEA)이 담당한다. 작은 국토에서 묘지 면적을 최소화하는 것이 국가적 과제였기에 화장 의무화와 함께 환경 기관이 전면에 나섰고, 엄격한 대기오염 기준을 화장 시설에 적용하며 환경과 장사를 하나의 틀 안에서 관리한다.
홍콩도 식품환경위생서(FEHD) 소관이다. 도시 국가 특성상 묘지 수급과 위생을 통합 관리하는 구조다.
영국도 환경식품농무부 (DEFRA)에서 수질 및 환경 보호 측면에서 매장 관련 규제에 관여한다.
러시아는 건설주택공공사업부(Minstroy)가 새 법안을 주도하고 있다. 장사 시설을 공공 인프라로 보는 시각이 제도 설계에 반영된 결과다.
대만은 내정부(내무부) 민정사가 담당하지만, 주목해야 할 것은 따로 있다. 2002년 장사관리법 개정 이후 수목장·바다장 등 자연장 확대와 환경 부담 최소화가 정책의 핵심이 됐다는 점이다. 어느 부처가 담당하든, 정책의 언어 자체가 이미 환경 중심으로 이동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후생노동성이 여전히 주무를 맡고 있지만, 산림청과 국토교통성이 수목장·자연장 정책을 함께 다루는 방향으로 전환 중이다.
선진 장사 행정의 방향은 환경으로 수렴하고 있다. 이건 트렌드가 아니라 구조적 필연이다.
한국 장사 행정의 세 가지 결정적 문제
문제 1. 화장로 관리가 두 부처로 쪼개져 있다
화장로 허가는 보건복지부, 배출 기준 관리는 환경부. 지금 이렇게 이원화되어 있다.
화장 시설을 새로 짓거나 운영할 때 환경부 기준이 허가 단계부터 충분히 반영되기 어렵고, 민원이 생겼을 때 어디에 책임이 있는지도 불명확하다. 화장로 1기에서 나오는 대기오염 물질은 결코 가볍지 않다. 다이옥신, 수은, 미세먼지가 포함된다. 주민 민원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다. 허가와 관리가 같은 부처 안에서 이루어져야 이 문제를 일관성 있게 다룰 수 있다. 지금 구조는 애초에 작동하지 않게 설계되어 있다.
문제 2. 자연장은 명백한 환경 행정인데, 복지부가 담당하고 있다
수목장, 잔디장, 화초장, 해양장. 이 모든 자연장 방식은 골분이 직접 토양이나 해양 생태계와 접하는 행위다. 골분의 pH, 중금속 함량, 해양 생태계에의 영향, 수목장림의 산림 건강성 문제는 환경부가 가진 전문성의 영역이다.
그런데 지금은 환경부가 아닌 복지부가 이 기준을 만들고 허가를 내린다. 전문성의 명백한 미스매치다. 이건 행정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 품질의 문제다.
문제 3. 기후 의제로서의 장사,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화장 1건당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약 160kg이다. 한국에서 연간 약 30만 명이 사망하고, 그 중 92%가 화장된다. 거칠게 계산해도 연간 약 4만 4천 톤의 CO₂가 화장 과정에서만 나온다.
저탄소 화장로 기술 개발, 친환경 수의·관 재질 기준, 자연장의 탄소 격리 가능성 연구. 이 모든 것이 탄소 감축 의제다. 그런데 지금 어느 부처도 이를 장사 정책과 연결해서 다루지 않는다. 환경부가 주무를 맡았다면 자연스럽게 연결되었을 의제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허공에 떠 있다.
"그래도 복지 기능은 어떻게 하냐"
당연히 나올 우려다. 하지만 이건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무연고 사망자 공영 장례, 저소득층 장례비 지원, 노인 돌봄 연계 사전 장례 지원 같은 복지적 기능은 분명히 존재한다. 이것까지 환경부로 넘기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복지적 성격의 사업은 보건복지부 또는 지자체가 계속 담당하면 된다.
부처 이관이란 모든 권한을 한 번에 통째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정책의 중심축을 어디에 두느냐를 재설계하는 일이다.
싱가포르, 홍콩 모두 환경 기관이 주무를 맡으면서도 저소득층 장제비 지원은 별도 복지 체계로 운영한다. 양립은 이미 증명된 모델이다.
이건 단순한 부처 조정 이야기가 아니다
장사 행정의 역사를 되짚으면 세 단계가 보인다.
첫 번째는 위생의 시대다. 죽음은 처리해야 할 위생 문제였다. 보건 당국이 담당한 것은 당연했다.
두 번째는 복지의 시대다. 죽음은 생애 마지막 공공 서비스의 대상이 됐다. 복지부 체계가 이 역할을 담당했다.
세 번째는 환경의 시대다. 죽음은 국토, 생태계, 탄소 순환의 문제가 된다. 어느 부처가 이를 책임질 것인가.
한국은 지금 두 번째와 세 번째 사이 어딘가에 멈춰 서 있다. 화장률 92%라는 숫자는 이미 세 번째 시대로 들어섰음을 증명하지만, 제도는 아직 첫 번째와 두 번째 시대의 낡은 틀 안에 갇혀 있다.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야 한다.
엔딩연구소의 제언
구체적인 순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자연장(수목장·잔디장·해양장) 전 분야의 환경부 단일 관리 체계를 먼저 정비한다. 이미 접점이 있는 영역이고, 제도적 저항도 가장 적다.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둘째, 화장로 허가와 대기오염 관리의 환경부 일원화를 추진한다. 허가와 관리의 이원화 문제를 해소하는 가장 시급한 과제다.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
셋째, 묘지 총량 관리와 구 묘지 녹지 전환 등 국토·환경 연계 사업을 환경부 주도로 재편한다.
넷째, 이 모든 흐름이 쌓이면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의 주무부처를 환경부로 명시하는 전면 개정이 자연스럽게 뒤따를 것이다.
장사 행정이 환경부의 소관이 되는 날, 그것은 단순한 행정 개편이 아니다.
한국 사회가 죽음을 처리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자연으로 돌아가는 과정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선언이다.
그 선언을 제도가 먼저 할 수 있다. 그리고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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