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도 후추시 다마영원(多磨霊園, Tama Cemetery) 내에 있는 미타마당(みたま堂) 먼저 감상하자.









다마영원이 선택한 '하카지마이'라는 해법
도쿄도 후추시와 고가네이시에 걸쳐 있는 다마영원(多磨霊園). 128헥타르, 일본 최초의 공원형 공동묘지다. 1923년 개원 이래 100년이 넘었다. 정치인, 군인, 작가 등 수많은 저명인사가 잠들어 있고, 봄이면 벚꽃 명소로도 알려진 곳이다.
그런데 지금 이 유서 깊은 묘원에서 조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묘를 정리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하카지마이(墓じまい). 직역하면 '묘 끝내기'다. 묘석을 철거하고, 유골을 꺼내어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합장묘에 맡기고, 구획을 묘원에 반환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한국어로 가장 가까운 표현은 '묘지 정리' 혹은 '이장'이지만, 일본에서 하카지마이는 단순한 이장을 넘어 하나의 사회현상이 됐다.
이유는 명확하다. 세 가지다.
첫째, 승계자가 없다. 저출산과 1인 가구 증가로 묘를 관리할 자녀 세대가 사라지고 있다. 둘째, 거리가 멀다. 고향을 떠나 도시에 정착한 자녀 세대에게 지방의 선산이나 묘원은 관리하기 어려운 짐이 됐다. 셋째, 비용이 부담이다. 묘석 유지와 연간 관리료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전통 묘지 대신, 초기 비용이 낮고 관리 부담이 없는 수목장이나 합장묘를 선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다마영원도 예외가 아니다. 개원 100년이 넘다 보니 승계자 없이 무연화되는 묘의 수가 상당하다. 매년 많은 사람들이 하카지마이를 진행하고, 반환된 구획이 다시 공모에 나온다.

숫자가 말해주는 것
2024년 다마영원의 신규 공모 현황을 보면 현실이 드러난다. 묘석을 세우는 형식의 일반 묘지 모집 수는 1,095구획이었는데, 접수 건수는 3,686건으로 경쟁률이 약 3.4배였다. 그런데 핵심은 이 1,095구획의 대부분이 하카지마이 후 반환된 구획을 재모집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새로 만든 묘지가 아니다. 누군가가 정리하고 떠난 자리를 다시 쓰고 있다.
묘지를 정리하는 사람도 많고, 묘지를 새로 원하는 사람도 많다.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존재하는 이 구조를 도쿄도는 제도로 연결했다.

강제하지 않고 유인한다... 시설 변경 제도
한국 장사법은 설치기간이 끝난 묘에 대해 개장 후 화장·봉안을 강제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처벌한다. 일본은 유인한다.
다마영원을 포함한 도쿄도 도립 묘원은 시설 변경 제도를 운영한다.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묘지를 반환하고 합장 매장시설로 유골을 옮기면, 개장 비용을 우대해주고 이후 관리료도 받지 않는다. 사실상 무료에 가깝다. 신청자와 배우자는 같은 합장시설에 생전 예약도 가능하다.
강제가 아니라 유인이다. 부담을 줄여주고 선택을 쉽게 만들어서, 사람들이 스스로 묘를 정리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결과는 어떤가. 매년 수천 구획이 반환되고, 그 자리가 다시 채워진다. 새 산을 깎지 않아도 묘지가 순환된다.

수목장을 묘원 안으로 끌어들였다
다마영원은 2012년부터 수림형 합장매장시설을 도입하기 시작했고, 이후 시설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현재는 3호기를 운영하고 있다. 유골 1구당 8만 6천 엔, 분말 유골이면 2만 8천 엔부터다. 별도의 자연장지를 조성한 것이 아니다. 기존 공원묘지 안에 수림형 자연장을 제도적으로 편입시킨 것이다.
선택지가 늘어났다. 전통 묘석 형식, 합장묘, 수목장. 같은 묘원 안에서 형편과 가치관에 따라 고를 수 있다. 묘원이 단일한 형태의 시설이 아니라 다양한 장례 문화를 수용하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왜 같은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가
한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고향을 떠난 자녀 세대가 관리하기 어려운 지방 선산을 수목장이나 자연장으로 옮기려는 수요는 실제로 존재한다. 저출산, 1인 가구 증가, 핵가족화라는 사회 구조도 일본과 다르지 않다. 묘를 관리할 후손이 없거나 줄어드는 현실도 같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것이 사회현상으로 가시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네 가지다.
첫째, 분묘기지권이 막는다. 분묘기지권은 타인의 토지에 묘지를 설치한 경우, 토지 소유자의 동의 없이도 그 묘지를 유지·관리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는 관습법이다. 대법원 판례로 확립된 이 권리는, 분묘가 존재하는 한 토지 소유자도 함부로 철거하거나 이장을 강제할 수 없게 만든다.
문제는 이 권리가 사실상 영구적이라는 데 있다. 일본의 묘지는 사용 기간이 정해져 있고 관리비가 발생한다. 기간이 끝나거나 비용이 부담되면 하카지마이를 선택할 동기가 생긴다. 한국의 분묘기지권은 다르다. 비용도 없고, 기한도 없고, 누가 강제할 수도 없다. 영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데 굳이 치울 이유가 없다. 정리하고 싶은 사람도 못 하고, 치워달라고 요구할 수도 없는 구조다.
2001년 장사법 개정 이후 조성된 묘에 대해서는 분묘기지권이 인정되지 않도록 했지만, 그 이전에 설치된 묘는 여전히 관습법의 적용을 받는다. 전국에 산재한 수천만 기 분묘 중 상당수가 여기에 해당한다.
둘째, 자발적 이장을 유인하는 제도가 없다. 일본의 시설 변경 제도처럼 비용을 지원하고 대안 시설을 연결해주는 공공 제도가 한국에는 사실상 없다. 이장하려면 개장허가 신청, 화장, 봉안 비용을 전부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 움직일 이유가 없으니 움직이지 않는다.
셋째, 수목장·자연장 인프라가 부족하다. 이장하고 싶어도 접근 가능한 대안 시설이 가까이 없으면 선택 자체가 어렵다. 다마영원처럼 기존 묘원 안에 수목장을 편입, 이장시키는 방식이 한국에는 아직 일반화되지 않았다.
넷째, 2031년 이전에는 법적 압박이 없다. 시한부 매장제도의 만료가 2031년이므로 아직 현실적 강제가 시작되지 않았다. 일본은 묘지 사용 기간 만료와 관리비 누적이 하카지마이의 실질적 동인이었다. 한국은 그 압박이 아직 체감되지 않는 것이다.

2031년이 가까워지면 달라질 수 있다
법적 만료 시한이 현실로 다가오면 이장 수요가 한꺼번에 터질 가능성이 있다. 준비된 제도적 경로가 없으면 혼란이 크다. 일본이 시설 변경 제도와 수목장 편입으로 수요를 미리 분산시킨 것처럼, 한국도 지금 그 경로를 설계해야 한다.
강제로 파낼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 정리하게 할 것인가. 다마영원의 하카지마이 급증은 답을 이미 보여주고 있다. 정리할 수 있는 제도와 유인이 있을 때 사람들은 스스로 움직인다. 2031년을 앞둔 한국이 읽어야 할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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