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龍巖그룹의 '진용전(真龍殿)'... 화려한 규모와 순조로운 승계, 그러나 스스로 만든 위험
대만 봉안업계 1위 그룹 룽옌(龍巖)이 운영하는 眞龍殿(진용전)은 규모와 상징성 면에서 대만을 대표하는 봉안당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이 화려한 시설의 이면에는, 그룹이 별도로 벌인 다른 사업의 실패가 眞龍殿 자체의 안정성마저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이 자리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眞龍殿의 건립 배경과 승계 과정을 먼저 짚고, 이어서 그룹이 안도 다다오와 함께 벌인 '光之系列(빛의 전당 시리즈)' 사업이 어떻게 眞龍殿을 볼모로 삼는 구조로 이어졌는지 살펴본다.



진용전의 개요와 건축적 특징
眞龍殿은 신베이시(新北市) 싼즈구(三芝區) 바이샤완(白沙灣)에 자리한 룽옌그룹의 대표 봉안당으로, 2002년 준공됐다. 설계는 중정기념당(현 자유광장) 설계로 유명한 궁전 건축의 대가 이중요(李重耀) 박사가 맡았고, 시공은 일본 아오키건설(青木建設)이 SRC 철골구조와 외벽 프리캐스트 공법으로 진행했다. 최초 예산은 8억 대만달러였으나 최종 공사비는 58억 대만달러까지 늘어나, 준공 당시 대만 내 최고가·최대 규모 봉안당으로 화제가 됐다.
건물은 산비탈에 걸쳐 25층(지상 20층+G1~G5) 규모로 조성됐다. G1·G2층은 실내주차장(222대 수용), G3·G5층은 안치단 구역, G4층은 봉안 전용 차로와 의식장·서비스 데스크로 쓰인다. 1층은 생활관(간이식당·아동놀이방), 2~4층은 예배대전(9m 높이 삼보불상 안치), 5~18층은 안치단 구역이며, 20층은 '제천전(祭天殿)' 전망대로 운영된다.



규모의 경제... 38만 위(位)라는 압도적 숫자
2018년 보도에 따르면 眞龍殿에는 총 38만 개의 안치단을 배치할 수 있다. 이는 대만 산충구(三重區) 전체 인구수에 맞먹는 규모다. 1990년대 대만을 휩쓴 봉안당 투자 열풍은 원래 북해복좌가 처음 촉발했지만, 이를 본격적인 시장으로 키운 것은 룽옌이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조기 구매자들에게는 매년 오르는 안치단 가격이 시세차익 기대를 안겼고, 룽옌의 연간 매출이 약 51억 대만달러 수준이었던 데 비해 眞龍殿 안치단 전체를 판매하면 1,000억 대만달러 이상의 가치로 추산되니, 사실상 이 건물 하나가 그룹의 핵심 캐시카우로 작동해온 셈이다.



경영권 승계... 순조로운 세대교체 사례
眞龍殿을 만든 룽옌그룹의 지배구조는 앞서 다룬 국보그룹(북해복좌 운영사)과는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창업주 이세총(李世聰, 1958년생)은 1992년 룽옌인본을 설립했다. 2017년 뇌졸중을 계기로 승계 준비에 들어갔고, 2020년에는 뇌종양 진단을 받으며 승계가 본격화됐다.
원래 후계자로 거론되던 아들 이준의(李俊毅)는 가업 승계를 거부하고 캐나다에서 AI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길을 택했다. 이에 따라 2020년 12월 장녀 케리 리(Kelly Lee, 李凱莉)가 이사장으로 취임하며 "장녀 승계(傳女不傳子)"가 이뤄졌다. 2023년 3월 8일 창업주 이세총이 향년 65세로 별세했고, 이후 케리 리 체제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룽옌은 대만 봉안업계에서 지배구조가 가장 안정적인 그룹으로 꼽힐 만하다. 그러나 같은 그룹이 벌인 또 다른 사업에서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光之系列... 안도 다다오의 이름을 건 10년 미완성 프로젝트
룽옌그룹은 2009년경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安藤忠雄)와 협업해 신베이(光之殿堂), 타오위안(光之迴廊), 가오슝(光之丘), 한때 타이중(光之映象)까지 총 4곳에 '5성급' 프리미엄 봉안당을 기획했다. "지금 30만~60만 대만달러에 안치단을 사두면, 완공 후에는 150만 대만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투자 논리로 판매됐고, 판매원에게는 안치단 1개당 판매가의 10%(일반 직장인 한 달 급여 수준)라는 파격적 수수료가 지급됐다.
판매 실적은 다음과 같다.
- 신베이 光之殿堂: 평균 60만 대만달러에 약 2만 개 안치단 판매, 약 115억 대만달러 모집. 신베이시 정부가 승인한 건축허가는 5,000개 안치단분에 불과해, 실제 판매량이 허가량의 4배에 달한다. 환경영향평가 미통과와 인근 주민 반대로 건축허가 자체가 지금도 나지 않고 있다.
- 타오위안 光之迴廊: 평균 30만 대만달러에 7,000여 개 안치단 판매, 약 24억 대만달러 모집. 예정부지가 富岡 국민중·소학교로부터 500m 이내(학교 인근 500m 이내 장묘시설 설치 금지 규정)에 위치해, 학교를 이전하지 않는 한 건축허가 취득이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 가오슝 光之丘: 평균 30만 대만달러에 7,000여 개 안치단 판매, 약 21억 대만달러 모집. 光之系列 중 유일하게 건축허가를 취득해 공사가 진행 중이나, 미준공 상태에서 먼저 판매한 것 자체가 법규 위반 소지로 논란이 됐다.
- 타이중 光之映象: 환경영향평가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사업을 접고, 판매액에 연 2% 이자를 얹어 전액 환불했다.
세 곳 합산 약 3만~4만 개 안치단, 160억 대만달러(한화 약 7,000억 원) 규모다.



眞龍殿을 이용한 회피 수법... 기존 봉안당을 볼모로 삼다
대만 장사관리 법규상 미완공 봉안시설은 선분양(預售)이 원천 금지되어 있다. 건축허가·사용집조·안치단 설치허가 3종을 모두 취득해야 비로소 판매가 가능하다. 이 규제를 피하기 위해 룽옌이 쓴 방법이 바로 이미 완공된 眞龍殿을 끼워 파는 것이었다.
소비자에게 光之系列 안치단을 직접 파는 대신, 이미 완공되어 합법적으로 판매 가능한 眞龍殿의 안치단 하나를 형식상 팔면서, 여기에 "인수증(認購憑證)"이라는 별도 문서를 끼워 파는 방식을 쓴 것이다. 이 인수증은 "향후 光之系列이 완공되면 그때 별도 매매계약을 체결해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안치단으로 교환해주겠다"는 약정인데, 교환 시점을 특정하지 않아 회사가 몇 년을 미뤄도 계약 위반이 성립하지 않는 구조였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신베이·타오위안 두 곳에서만 팔린 光之系列 안치단이 2만 6,000여 개에 달하는데, 眞龍殿에는 그만큼의 여분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소비자는 안도 다다오의 작품을 사려고 큰돈을 냈지만, 서류상으로는 "眞龍殿의 평범한 안치단"을 산 것으로 처리됐다. 光之系列 완공이 10년 넘게 미뤄지는 사이, 실제로 구매자 가족이 사망해 안치가 필요해진 경우 아직 짓지도 않은 光之系列을 기다릴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眞龍殿에 "임시 안치(暫厝)"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를 두고 "대만에서 장제스·장징궈 두 총통 말고는, 룽옌 고객만이 유일하게 임시 안치를 강요받는다"고 꼬집었다.
이는 단순히 光之系列 구매자 개인의 불편에 그치지 않는다. 애초에 다른 목적(光之系列 완공 전 임시 방편)으로 설계되지 않았던 眞龍殿의 안치단 재고가, 光之系列의 규제 회피 수단으로 예정에 없이 소모되고 있다는 뜻이다. 眞龍殿이 38만 개라는 압도적 규모를 자랑하고는 있지만, 그 여유분이 眞龍殿 자체의 정상적 수요가 아니라 다른 사업의 법적 리스크를 떠안는 용도로 잠식되고 있다면, 장기적으로 眞龍殿의 안치단 소진 속도와 재고 관리 자체가 왜곡될 수 있다.



소비자 피해와 소송 실패
10년 넘게 완공이 미뤄지면서 환불을 요구하는 소송이 다수 제기됐지만, 인수증 구조 때문에 소비자 대부분이 패소했다. 계약서상으로는 회사가 아무 의무도 어기지 않은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전직 영업사원의 증언에 따르면, 회사는 시끄러워질 만한 개별 건에 대해서는 비공식적으로 합의·배상하면서도, 이후 해당 영업사원에게 당시 지급한 수수료를 다시 추징하는 방식으로 손실을 전가했다고 한다. 심지어 조직폭력배가 영업사원을 납치해 폭행하며 안치단을 웃돈을 얹어 되사도록 강요한 사례까지 보도됐다.
업계 관계자는 두 가지 법적 문제도 지적한다. 첫째, 룽옌이 光之系列 판매대금을 재무제표상 매출로 인식했지만 실제 거래(안치단 인도)는 완료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회계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 둘째, 미완공 시설의 사실상 선분양 자체가 장사관리 법규 위반이며, 건축허가를 받을 수 없음을 알면서도 계속 판촉했다면 사기죄 성립 가능성까지 거론된다는 것이다.
룽옌은 이에 대해 상장기업으로서 항상 법규를 준수해왔고, 투자 목적으로 구매를 권유한 적이 없으며, 제보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냈다. 2024년 보도 기준으로는 光之系列 인수증 판매는 이미 중단된 상태다.



영리법인이라는 구조 자체의 불안정성
眞龍殿과 光之系列은 같은 그룹 안에서 정반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하나의 뿌리에서 나온 두 개의 증상이다. 眞龍殿은 순조로운 세대교체와 안정적인 완공·운영을 보여주는 성공 사례처럼 보이지만, 그 안정성과 여유 재고는 光之系列이라는 실패한 사업의 법적 리스크를 흡수하는 완충재로 소모되고 있었다. 상장 영리법인이 매출 목표와 영업 인센티브 극대화를 위해 유명 건축가 브랜드를 앞세워 미완공 자산을 선분양하고, 이를 규제 회피 문서(인수증)로 포장하는 과정에서, 애초에 무관해야 할 眞龍殿까지 이 스킴의 부품으로 끌려 들어갔다.
앞서 살펴본 북해복좌(국보그룹) 사례 역시 같은 결론을 가리킨다. 지배주주가 계열 보험사의 고객자금을 이용해 별도 계열사 주식을 조작하고, 그 부당이득이 봉안시설 운영법인(福座開發公司)으로까지 흘러들어가 법원이 이 회사를 몰수절차 당사자로 지목한 사건이었다. 두 그룹 모두 봉안시설 자체는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었지만, 그 정상 운영은 "지배구조 리스크와 무관하다"기보다는 "아직 문제가 표면화되지 않았다"는 쪽에 가까웠다.
이 두 사례를 겹쳐 보면 하나의 공통된 구조가 드러난다. 봉안시설 운영주체가 영리법인일 경우, 지배주주의 개인적 이해관계(주가·경영권·매출 실적)가 안치자·계약자 보호보다 우선될 수 있는 통로가 항상 열려 있다. 재단법인 구조에서는 지배주주라는 개념 자체가 없고 이사회는 신인의무를 지며 자산 처분에 주무관청의 허가가 필요하지만, 주식회사 구조에서는 이런 견제장치 없이 자금과 자산이 총수 개인의 판단에 따라 계열사 사이를 오갈 수 있다. 북해복좌에서는 이 통로가 주가조작 자금세탁으로, 룽옌에서는 다른 사업의 선분양 리스크를 떠안기는 방식으로 각각 다르게 나타났을 뿐, 근본 구조는 같다.
즉 眞龍殿과 光之系列, 그리고 북해복좌 사건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특정 회사의 개별적 일탈이 아니라, 봉안시설을 영리법인이 운영하는 구조 자체가 안고 있는 근본적 불안정성이다. 시설이 아무리 화려하고 운영이 정상적으로 보여도, 그 안정성은 지배구조가 흔들리는 순간 함께 흔들릴 수 있는 조건부 안정성에 지나지 않는다.
※ 光之系列 관련 형사 고발·기소 여부, 소비자단체 집단소송의 최종 결과는 확인하지 못했다. 현재(2026년) 시점 기준 光之殿堂·光之迴廊의 건축허가 취득 여부, 미해결 계약 건수도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회계법 위반 의혹은 업계 관계자의 발언에 근거한 것으로, 금융감독당국의 공식 조사·제재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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