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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일본의 '엔딩노트'는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가

엔딩노트

by 다비코 2026. 9. 11.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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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초의 엔딩노트는 '유언노트'였다.

 

죽음을 준비하는 노트에서 삶을 설계하는 도구로 옮겨가고 있다.

 

일본의 엔딩노트라고 하면 흔히 고령자가 임종을 앞두고 남기는 기록장 정도로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2025년부터 2026년에 걸친 일본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지자체와 정부기관, IT기업, 금융기관까지 뛰어들면서 엔딩노트는 훨씬 넓은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다. 최근 흐름을 네 가지 축으로 정리한다.

 

1. 민간 상품에서 공공 인프라로

 

엔딩노트는 오랫동안 장례업체나 출판사가 만들어 파는 상품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국가기관이 직접 만들어 무료로 배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와카야마지방법무국은 2025년 1월, 총 28페이지 분량의 「미래로 잇는 나의 상속(엔딩)노트」를 PDF로 공개했다. 상속, 유언, 후견이라는 법무국 고유 업무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단순한 법률 안내서가 아니라 앞으로의 인생을 생각하는 계기로 쓰이도록 설계된 점이 특징이다.

 

2026년 1월에는 삿포로법무국이 홋카이도 내 여러 법무국과 지방법무국, 그리고 사법서사회와 공동으로 「엔딩노트, 당신에게 전하는 나의 마음」을 제작해 창구에서 무료 배포를 시작했다. 법무국이 취급하는 상속, 유언, 후견 정보를 담되 전문 자격사 단체가 함께 만들었다는 점에서 신뢰도를 높인 사례다.

 

일본에서 엔딩노트는 이제 사서 쓰는 것이 아니라 행정기관 창구에서 받아오는 것이 되어가고 있다.

 

2. 종이에서 디지털로, 타깃 연령은 낮아진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디지털화다. NTT데이터는 2025년 12월부터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디지털 엔딩노트 서비스인 Memory Container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단순히 종이 노트를 온라인으로 옮긴 것이 아니다. 자산 정보, 가족에게 남기고 싶은 말, 생전의 의사 등을 한곳에 모아두고, 정보 항목별로 누구에게 언제 어디까지 공개할지를 세밀하게 설정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은행 창구에서 유족이 상속 절차를 밟을 때, 미리 설정해둔 조건에 따라 정보가 자동으로 전달되는 구조다.

 

더 흥미로운 대목은 타깃층이다. NTT데이터는 이 서비스의 주 이용 대상을 40대부터 60대 전반으로 설정했다. 자녀 진학, 주택 구입, 부모의 상속 등 인생의 변화가 잦은 시기에 정보를 계속 갱신해가는 도구로 포지셔닝한 것이다. 엔딩노트가 더 이상 노후 준비가 아니라 중년의 자산 및 생활 관리 도구로 옮겨가고 있다는 뜻이다.

 

3. 죽음을 준비하는 노트가 아니라 지금을 잘 살기 위한 노트

 

일본우편그룹 산하 생명보험사인 간포생명보험이 2025년 9월 공개한 작성 가이드는 이런 인식 변화를 잘 보여준다. 이 글은 엔딩노트를 죽음을 의식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나답게 살기 위한 노트로 정의한다. 유언장과 달리 법적 효력은 없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자유롭게 자기 속도로 채워나갈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한편 일본우편 자체도 60대 1인 가구를 겨냥한 콘텐츠를 통해 신원보증계약, 사후사무위임계약 같은 실무적인 준비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보험사와 우편 서비스, 결이 다른 두 회사가 각자의 방식으로 엔딩노트와 종활 콘텐츠에 뛰어들고 있는 셈이다.

 

4. 가족이 없어도 되는 엔딩노트, 1인가구 시대의 대응

 

2025년 9월, 문예춘추에서 「오히토리사마(혼자 사는 사람)를 위한 엔딩노트」라는 64페이지짜리 책이 출간되었다. 상속 전문가가 감수한 이 책은 의료, 간병, 자산, 상속, 장례, 묘지는 물론 디지털 자산, 반려동물, 기부, 유언, 연명치료, 장기기증, 헌체까지 폭넓게 다룬다.

 

기존 엔딩노트가 내가 죽으면 가족이 알아서 처리하도록 남기는 것이었다면, 이 책이 말하는 엔딩노트는 가족이 없어도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삶과 사후처리가 이어지도록 만드는 도구에 가깝다. 1인가구 증가라는 인구구조 변화가 엔딩노트의 성격 자체를 바꾸고 있다.

 

5. 지자체는 한발 더 나아간다, 등록제와 종합 종활지원

 

가장 구조적인 변화는 지자체 단위에서 일어나고 있다.

 

시즈오카시는 2022년도부터 검토를 시작해 2024년 1월부터 순차적으로 종합 종활지원 체계를 가동했다. 엔딩노트 배포(누적 6,000권), 종활 우량사업자 인증, 종활정보 등록과 전달, 그리고 의지할 친족이 없는 시민을 위한 엔딩플랜 서포트(사후사무 위임 포함)까지 한 세트로 묶은 구조다. 엔딩노트 한 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노트 작성에서 행정 등록, 인증받은 민간사업자, 실제 사망 후 집행까지 이어지는 파이프라인을 만든 것이다.

 

후생노동성이 2025년 2월 정리한 전국 지자체 조사에 따르면 가마쿠라시, 즈시시, 기후시, 오부시, 다하라시 등 여러 지자체가 종활정보 등록제를 운영하고 있다. 주민이 직접 행정기관에 긴급연락처, 엔딩노트 보관 장소, 장례와 묘지 희망사항 등을 등록해두면 위급 상황이나 사망 시 경찰, 소방, 의료기관 등에 정보가 전달되는 방식이다. 대부분 무료로 운영되며 등록자 대다수는 독거 고령자다.

 

6. 그럼에도 분명히 선을 긋는 부분

 

이렇게 확장되고 있지만 일본의 공공기관들은 한 가지는 명확히 한다. 엔딩노트는 법적 문서가 아니라는 점이다. 유언장처럼 법적 효력을 갖지 않고, 가족이나 기관이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도 없다.

 

그래서 최근 흐름은 오히려 역할을 잘게 나누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유언은 법적 효력을 갖는 의사표시를 담당한다. 임의후견과 성년후견은 의사결정 지원을 담당한다. 사후사무 위임은 사망 후 실무 처리를 담당한다. 행정기관 등록은 긴급 시와 사망 시 정보 전달을 담당한다.

 

엔딩노트는 이 모든 것을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하되, 법적 효력이 필요한 부분은 각각의 전문 제도로 넘기는 구조다.

 

정리

 

일본의 엔딩노트는 지금 이런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종이에서 디지털로, 고령자에서 40대와 60대로, 개인 기록에서 가족 공유로, 죽음 준비에서 인생설계로, 민간상품에서 공공서비스로, 단순 기록에서 실제 행정과 사후지원 연계로 옮겨가고 있다.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일본의 엔딩노트는 마지막에 남기는 기록에서 살아있는 동안 계속 업데이트하며 필요한 순간 가족, 행정, 금융, 복지를 연결하는 생활설계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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