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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와 홍어, 화해 없이 남은 것

엔딩노트

by 다비코 2026. 8. 28.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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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떠난 뒤에도, 어머니는 여전히 두 가지를 차례상에 올리신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6년이 됐다. 어머니는 올해로 여든이 되셨고, 자식들도 어느새 오십대 후반이 됐다. 그런데도 추석이 되면 어머니는 여전히 차례상에 두 가지를 나란히 올리신다. 당신이 손수 구운 돔배기, 그리고 아버지가 생전에 즐겨 드시던 홍어.
 
이상한 일이다. 아버지가 안 계신 지 오래인데, 어머니는 굳이 홍어를 산다. 냄새가 강해서 당신은 좋아하지도 않는 음식을, 해마다 잊지 않고 챙기신다.
 
어머니는 경상도 분이고, 아버지는 전라도 분이셨다. 두 분이 결혼하겠다고 했을 때 양가 어른들 얼굴이 밝지만은 않았다는 이야기를, 나는 한참 뒤에야 들었다. 지역이 다르다는 게 이유였다고 했다.
 
그리고 두 분은, 사실 사이가 그리 좋지 않으셨다. 크고 작은 일로 자주 다투셨다. 젊어서도 그랬고, 나이가 들어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자식으로서 그 다툼 사이에서 눈치를 보며 자란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
 
돔배기는 소금에 절인 상어고기다. 어머니는 그렇게 부패를, 시간이 만드는 변화를 막아내는 방식으로 음식을 만드셨다. 홍어는 삭힌 음식이다. 아버지는 시간이 흘러가도록 그냥 내버려 두는 쪽이었다. 하나는 변화를 막았고, 하나는 변화를 받아들였다. 음식만 그런 게 아니었다. 갈등을 대하는 두 분의 방식도 꼭 그랬다. 어머니는 눌러 담았고, 아버지는 부딪혔다.
 
그런데 언젠가 알게 됐다. 상어와 홍어가 사실 같은 연골어류라는 걸. 뼈대도, 몸속 성분도 다르지 않다는 걸. 다만 그 성분을 다루는 방식만 완전히 갈렸을 뿐이라는 걸.
 
이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는, 두 분도 결국 같은 걸 원했던 거라고 정리하고 싶었다. 방식은 달랐지만 마음은 같았을 거라고. 그런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계속 홍어를 올리시는 걸 지켜보면서, 그렇게 쉽게 정리할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사실 어릴 적, 두 분이 돔배기와 홍어를 두고 다투시던 기억도 있다. 무슨 일로 시작됐는지는 가물가물하지만, 결국은 어느 쪽 음식을 상에 올릴지의 문제로 번졌던 것 같다. 그때는 그냥 흔한 부부싸움인 줄만 알았다. 두 분이 사실은 같은 연골어류를 놓고, 서로 다른 방식으로 다투고 계셨다는 걸, 그때의 나는 알 리가 없었다.
 
한번은 여쭤본 적이 있다. 아버지도 안 계신데 왜 굳이 홍어를 사시냐고. 어머니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으셨다. "그냥 하는 거지" 정도였다. 그 대답이 오히려 오래 남았다.
 
어쩌면 어머니도 스스로 설명이 안 되는 걸지도 모른다. 평생을 다투며 살았던 사람인데, 그 사람이 없는 자리에서까지 그 사람의 몫을 챙기는 이유를. 화해였다고 하기엔 두 분은 화해한 적이 없었다. 그리움이라고 하기엔, 두 분이 함께 있을 때 어머니 입에서 아버지에 대한 좋은 말을 들은 기억이 많지 않다. 그냥 습관이라고 하기엔, 그 습관을 시작한 게 다투지 않게 된 뒤, 그러니까 아버지가 이 세상에 없는 뒤부터라는 게 걸린다.
 
나는 이제 이걸 다른 방식으로 이해해보려 한다. 어머니는 아버지와 화해한 게 아니다. 다만 아버지의 방식을, 아버지가 사라진 뒤에도 지우지 않기로 하신 것 같다. 좋아하지 않았어도, 동의하지 않았어도, 그 냄새 강한 생선 한 마리를 상 위에 남겨두는 것으로.
 
영남과 호남도 어쩌면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우리는 종종 다르다는 걸 넘어서서 사실은 같다는 결론으로 서둘러 가려 한다. 사투리도 다르고, 응원하는 팀도 다르고, 갈등을 대하는 방식도 다르지만, 뼈대는 같으니 결국 하나라고. 하지만 어쩌면 그 결론이 꼭 필요한 건 아닐지도 모른다. 뼈대가 같다고 해서 방식까지 같아질 필요는 없다. 화해하지 않아도, 같은 상 위에 나란히 놓일 수는 있다.
 
이번 추석에도 우리 집 차례상에는 돔배기와 홍어가 나란히 오를 것이다. 한쪽은 어머니가 여전히 만드시는 것이고, 다른 한쪽은 어머니가 여전히 사 오시는 것이다. 아버지는 없지만, 아버지의 방식은 아직 그 자리에 있다. 나는 그 낯선 짝을 이제 굳이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그냥,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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