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언장이라 하면 흔히 떠올리는 장면이 있다. 노년의 손이 떨리는 필체로 한 자 한 자 눌러 쓰는 종이, 그리고 마지막에 찍는 붉은 인감. 그러나 이 오래된 풍경이 머지않아 바뀔 전망이다. 2026년 6월 17일, 일본 참의원 본회의에서 민법 개정안이 가결되어 성립되었다. 이 법률의 핵심에는 PC나 스마트폰으로 작성한 유언을 법무국이 보관해주는, 이른바 '디지털 유언' 제도가 자리하고 있다.
법안의 성립 과정
이번 개정의 흐름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먼저 절차상의 단계를 구분해야 한다. 이 개정안은 2026년 4월 3일 각의결정을 거쳐, 같은 해 6월 17일 참의원 본회의에서 최종 가결·성립되었다. 각의결정과 성립은 별개의 단계다. 각의결정은 정부가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의사를 굳힌 단계에 불과하며, 법률로서 확정된 것은 6월 17일의 성립을 통해서다.
이후 해당 법률은 같은 해 6월 24일 공포되었으며, 레이와(令和) 8년 법률 제45호로 명명되었다. 다만 성립과 공포가 이루어졌다고 해서 곧바로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짚어둘 필요가 있다.
제도 신설의 배경
이 제도가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일본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들이 자리한다. 자녀가 없는 가구의 증가, 그리고 소유자를 알 수 없는 부동산, 즉 빈집 문제와 같은 심각한 사회적 배경을 반영하여 '유언 작성의 문턱을 극한까지 낮추는 것'을 목적으로 이번 개정이 이루어졌다.
그 문턱이 실제로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주는 조사 결과도 함께 언급되곤 한다. 한 매체에서는 60\~79세 고령층 중 유언장을 이미 작성한 사람이 3.4%, 즉 대략 서른 명 중 한 명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를 인용하고 있는데, 이 통계의 원출처나 정확한 조사 방법까지는 확인되지 않아 참고 수준으로만 받아들이는 편이 안전하다. 다만 수치의 정확성과 별개로, 유언을 남기는 편이 좋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으나 실행에 옮기기까지의 심리적·물리적 부담이 상당하다는 점만큼은 여러 자료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식 명칭과 절차
세간에서는 '디지털 유언'이라는 별칭으로 널리 불리고 있으나, 법률상의 정식 명칭은 '보관증서유언(保管証書遺言)'이다.
구체적인 작성 절차는 다음과 같은 흐름으로 이루어진다. 먼저 PC나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유언서의 전문(全文)을 작성하고, 서명 혹은 이를 대신하는 조치를 취한 뒤, 법무국에 보관을 신청한다. 이후 유언서 보관관 앞에서 전문을 구술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는 대면 방식은 물론 화상회의를 통해서도 가능하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재산목록뿐 아니라 유언서 전문까지 포함해 전 과정을 디지털 기기로 완결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다만 공정증서유언과 달리 공증인 등 공무원의 개입이 없는 만큼, 유류분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지, 상속인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법적으로 정확한 표현인지 등에 대한 확인은 온전히 작성자 본인의 책임으로 남는다.
무엇이 달라지는가
이번 개정에서 실무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날인, 즉 도장을 찍는 요건의 폐지다. 그동안은 유언장 전문을 자필로 작성하더라도 날인을 빠뜨렸다는 이유만으로 유언 자체가 무효가 되어버리는 함정이 존재했다. 개정 이후에는 이러한 위험이 사라지게 된다.
그러나 여기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오해 하나는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날인이 사라진다고 해서 자필증서유언 자체가 완전히 컴퓨터로 작성 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날인은 불필요해지지만 '전문·날짜·성명을 본인이 직접 쓰는', 즉 자서(自書)하는 규정은 그대로 유지된다. 결국 '디지털 유언'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하더라도, 손으로 직접 쓰는 행위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보관 방식과 절차가 디지털화되는 것에 가깝다고 이해하는 편이 정확하다.
함께 개정된 또 하나의 축
이번 법 개정을 유언 제도의 변화로만 이해한다면 절반의 그림만 보는 셈이다. 성립한 개정법의 큰 축은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앞서 살펴본 디지털 유언, 즉 보관증서유언의 창설이며, 다른 하나는 성년후견제도의 재검토다. 고령화가 심화되는 사회에서 재산 관리와 의사결정 지원 체계 전반을 함께 손보았다는 점에서, 이번 개정은 단순한 유언 절차의 간소화를 넘어 상속·후견 제도 전반의 재정비로 읽을 수 있다.
시행 시기
법이 성립하고 공포되었으니 당장 이용할 수 있으리라 기대할 수 있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시행은 공포일로부터 3년 이내라는 가장 늦은 구분으로 정해져 있으며, 구체적인 시행일은 정령을 통해 추후 확정될 예정이라 현시점에서는 이용이 불가능하다. 다만 모든 조항이 동일한 속도로 시행되는 것은 아니어서, 날인 요건의 폐지는 공포일로부터 1년 이내에 시행될 예정이므로 보관증서유언 본체보다 먼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보관증서유언 자체의 시행 시점과 관련해서는 2029년 전후를 목표로 한다는 전망이 일부 자료에서 제기되고 있으나, 이는 확정된 일정이 아니라 시스템 정비 소요 기간을 근거로 한 추정치에 가깝다. 정확한 시행일은 향후 정령 공포와 법무성의 공식 발표를 통해 확인해야 할 사항이다.
이번 디지털 유언 제도는 단순히 기술적 편의를 더한 행정 개편에 그치지 않는다. 유언 작성의 진입장벽을 낮추려는 이번 시도가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유언 작성으로 이끌지, 그리고 시행까지 남은 수년의 공백 동안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이 두 물음이 앞으로 이 제도의 성패를 가늠하는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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