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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엔딩

한국의 화장로, 왜 '대차식'만 고집하는가

한국의 화장대란,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요즘 장례를 치르다 보면 "화장 예약이 언제 나요?"라는 말이 당연한 인사처럼 오간다. 서울에서는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3일 안에 화장을 마치지 못하는 경우가 이미 절반에 달한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숫자부터 보자

2024년 한국의 화장률은 94%다. 2000년에는 33.5%였으니 불과 20여 년 만에 사실상 전 국민이 화장을 선택하는 나라가 됐다. 같은 기간 사망자 수는 연평균 1.5% 늘었지만 화장 건수는 연평균 6%씩 급증했다. 2024년 하루 평균 사망자는 약 982명. 여기에 2024년 12월 한국은 공식적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앞으로 사망자 수는 더 빠르게 늘 수밖에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서울의 연간 사망자는 2040년에 지금보다 49% 더 많아질 전망이다.

 

서울은 이미 한계에 왔다

전국 화장시설은 62곳, 화장로는 382기다. 그런데 인구의 절반이 사는 수도권에 화장시설이 단 7곳뿐이다. 서울 시민의 화장을 책임지는 곳은 서울추모공원(서초구 원지동)과 서울시립승화원(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딱 두 곳이다.

 

그 결과가 수치로 나타난다. 사망 후 3일 안에 화장을 마치는 비율, 즉 '3일 차 화장률'은 2019년 81.3%에서 2023년 52.9%로 뚝 떨어졌다. 코로나19가 극심했던 2022년에는 6일장이 속출하고, 몇 시간 거리의 지방으로 원정 화장을 떠나는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화장이 너무 늦게 끝나 납골당에 가지 못한 유족들을 위한 유골함 임시 안치 시설까지 생겨났다.

 

근본 원인은 화장로 방식에 있다

시설이 부족한 것만이 문제일까. 더 깊은 원인이 있다. 현재 한국 화장로의 대부분은 '대차식(臺車式)'이다. 이동 가능한 수레(대차) 위에 관을 올려 화장한 뒤, 달궈진 대차 전체를 로 밖으로 꺼내어 유골을 수습하는 방식이다. 화장이 끝날 때마다 뜨거운 대차를 식히는 데 약 15분이 걸리고, 그 때문에 화장로 1기당 하루 처리 건수가 고작 4~5건에 불과하다. 급격한 온도 변화가 반복되면서 내부 부품이 빨리 망가진다. 화장로 1기당 연간 유지보수비가 2억 원을 훌쩍 넘고, 서울추모공원 한 곳에서만 14년간 부품 교체에 300억 원 이상을 쏟아부었다는 것이 정보공개 자료로 확인됐다.

 

대차식은 원래 일본 고유의 '수골(收骨)'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화장이 끝난 후 유가족이 젓가락으로 직접 유골을 집어 함에 담는 일본 특유의 장례 의식에 맞게 설계된 구조다. 일제강점기에 한반도에 이식된 이후, 별다른 재검토 없이 지금까지 관행처럼 유지되어 온 것이다.

 

한국 등 일본의 강제적 영향을 받은 아시아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일체식(캐비닛식)' 화장로를 쓴다. 밀폐된 구조 안에서 고온을 유지한 채 연속 작업이 가능해 1구당 화장 시간이 약 40분이고 하루에 24~30건 처리가 가능하다. (출처-Egreen-news) 대차식의 5배 이상 효율이다. 독일산 제품 기준 내구 연한은 25년 이상이고 연간 관리비는 대당 약 4,000만 원으로 대차식의 5분의 1 수준이다.

 

왜 대차식만 고집하는가

명백한 비효율이 수십 년째 바뀌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단순히 관행의 문제만은 아니다.

 

첫 번째는 '존엄성' 논리다. 화장 전문가 일부가 오랫동안 집요하게 제기해온 주장이 있다. "한국 문화에서는 오히려 대차식이 고인의 존엄성을 더 잘 보장한다"는 것이다. 대차식은 화장이 끝난 후 달궈진 대차가 밖으로 나오면서 고인의 유골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원형 그대로 펼쳐지는데, 이것이 '온전한 수습'이며 유족에 대한 예우라는 것이다. 반면 낙하식 일체형에서 유골이 아래로 떨어지는 방식은 시신을 함부로 다루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열기가 채 식지도 않은 철판 위에 고인의 뼈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펼쳐져 나오는 그 광경이 정말 존엄인가. 유족들은 그 충격적인 장면을 '마지막 인사'라는 명목으로 마주해야 한다. 이것이 고인을 인격체로 예우하는 것인가, 아니면 연소된 잔해를 확인시키는 행정적 절차에 가까운 것인가. 더구나 현재 한국의 화장장에서 유골 수습은 대부분 장례지도사가 도구로 처리하며, 유가족이 직접 참여하는 의례적 절차가 정착된 것도 아니다. 대차식의 구조가 실제 의례에서 존엄성 강화로 이어진다는 근거는 없다. 정작 비인간적인 것은 유족에게 평생 지워지지 않을 장면을 '예우'라는 이름으로 강요하는 대차식 고수다.

 

두 번째는 업계의 구조적 이해관계다. 대차식 화장로는 내화 부품의 수명이 짧고 교체 주기가 빠르다. 화장로 1기당 연간 유지보수비가 2억 원을 넘는 이 구조는, 화장로 제조사와 유지보수 업체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입원이 된다. 반면 내구 연한이 25년에 달하는 일체식으로 전환하면 이 시장 자체가 크게 줄어든다. 기술 전환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유인이 공급자 측에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세 번째는 조달 관행과 행정의 경로 의존성이다. 국내 화장장은 대부분 공공 기관이 운영한다. 화장로 교체나 신설에는 공공 입찰 절차와 사전 검증이 수반되는데, 국내에 납품 실적이 없는 일체식 캐비닛형은 검증된 제품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반면 대차식은 수십 년간 납품 실적이 쌓여 있어 조달 과정에서 유리하다. '검증된 것을 쓴다'는 행정 논리가 기술 전환을 가로막는 또 하나의 장벽이 된다.

 

네 번째는 일본산 화장로 의존 구조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대차식 화장로의 상당수는 일본 제조사 제품이거나 그 기술을 이전받은 국내 생산품이다. 서울추모공원에 설치된 화장로도 일본 미야모토 공업소의 제품이다. 대차식을 고집하는 것이 기술적·문화적 이유만이 아니라, 장기간 형성된 공급망과 기술 의존 구조의 반영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결국 대차식 고집은 존엄성의 문제도, 전통의 문제도 아니다. 업계 이해관계, 행정 관행, 공급망 의존이 서로 맞물려 변화를 억제하는 구조적 문제다. 일제강점기에 이식된 방식을 '전통'으로 착각하고 '존엄'이라는 명목으로 포장하는 사이, 실제 비용은 유족이 치르고 있다. 오히려 화장이 며칠씩 지연되고 가족이 원정 화장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야말로 고인의 존엄을 실질적으로 훼손하고 있다. 보여주는 장례에서 기억하는 장례로, 전시되는 유골에서 정제된 안식으로. 이 전환을 가로막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이해관계와 관성이다.

 

국내에 캐비닛식 화장로는 없나

현시점에서 일체식 캐비닛형 화장로를 정식 도입해 운영 중인 국내 화장장은 공식 자료로 확인되지 않는다. 서울시립승화원이 2025~2026년에 걸쳐 교체 중인 이른바 '스마트 화장로'도 대차식에서 일체식으로의 방식 전환인지 여부는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여기서 짚어둘 것이 있다. '스마트 화장로'나 '자동 멀티챔버'라는 표현이 곧 일체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멀티챔버는 연소 효율과 배기가스 처리를 위해 연소실을 복수로 구성하는 방식이고, 대차식·일체식은 시신 투입과 유골 수습 방식의 구분이다. 이 두 개념은 별개다. 즉 대차식 멀티챔버도 존재하며, 중국과 일본에서는 실제로 대차식 구조를 유지하면서 멀티챔버화·자동화를 결합한 제품이 상용화되어 있다.

 

문제는 자동화 수준을 아무리 높여도 대차식이라면 화장 완료 후 달궈진 대차를 꺼내는 과정이 반드시 수반된다는 점이다. 이 냉각 과정이 처리 효율의 핵심 병목이며, 자동화로는 극복할 수 없는 대차식의 구조적 한계다. 반면 캐비닛식 멀티챔버는 유골을 로 안에서 바로 수거하거나 하부 호퍼로 자동 낙하시키기 때문에 냉각 대기가 없다. 따라서 '스마트 화장로로 교체한다'는 말이 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한다는 뜻은 아니다.

 

서울시는 뭘 하고 있나

서울시는 2024년 9월 서울추모공원에 화장로 증설 공사를 시작해 2025년 8월 15기 체제로 가동을 시작했고, 서울 전체 하루 처리 가능 건수는 207건으로 늘었다. 서울시립승화원 화장로 교체가 2026년 12월 완료되면 하루 최대 249건까지 처리할 수 있어, 2040년 예상 수요인 하루 227건을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서울시는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으로 충분할지는 미지수다. 교체 대상이 여전히 대차식이라면 효율 한계와 고비용 유지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수요는 계속 늘어난다.

 

결국 무엇이 필요한가

신규 화장장 부지 확보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화장장은 어느 지역에 들어서든 극심한 반발을 부른다. 그렇다면 현실적인 선택지는 세 가지다.

 

첫째는 화장로 방식 자체를 빠르게 바꾸는 것이다. 기존 시설에서 대차식을 일체식으로 교체하면 같은 기수로 처리 용량을 몇 배 늘릴 수 있고, 유지비도 대폭 줄어든다. 부지 문제 없이 기존 시설 안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즉각적인 방안이다. 기존 화장장 부지 내 증설 여지가 있다면 증설도 병행해야 한다. 지금처럼 대차식을 대차식으로 교체하는 데 그치는 것은 같은 문제를 반복하는 것에 불과하다.

 

둘째는 운영시간 연장이다. 현재 대부분의 화장장은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만 운영한다. 일체식 화장로는 고온을 항시 유지하는 구조이므로 야간 연속 운영에 훨씬 유리하다. 화장로 방식 전환과 함께 야간 운영을 도입하면 기존 시설만으로도 하루 처리 용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 시설을 더 짓기 전에 운영 시간을 먼저 늘리는 것이 순서다.

 

셋째는 화장장 인근에 공공 안치시설(Public Mortuary/Morgue) 과 이별호텔을 도입하는 것이다. 화장 예약이 밀릴 경우 시신을 안치할 장소와 유족이 머물 공간이 동시에 부족해진다. 화장장 인근에 공공 안치시설과 지역주민이 운영하는 이별호텔을 설치하면, 화장 일정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유족이 심리적·물리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화장장 주변을 혐오시설 밀집지가 아닌 추모 복합 공간으로 재편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님비를 핌피(PIMFY)로 전환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안 중 하나다.


3일 안에 부모님을 보내드리지 못하는 일이 이미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문제는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다. 일제강점기에 이식된 방식을 '전통'으로 착각하고, 유족에게 충격적인 광경을 '존엄'이라는 이름으로 강요해온 낡은 관행이 문제다. 고인의 마지막이 불에 탄 뼈의 형체로 기억되길 원하는 유족은 없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그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부록: 세계의 자동 멀티챔버 화장로

멀티챔버는 연소실을 복수로 구성하는 방식이다. 1차 챔버에서 시신을 연소하고 2차 챔버에서 발생 가스를 완전 연소시켜 배출가스와 냄새를 억제한다. 이것은 투입·수습 방식(대차식 vs 일체식)과는 별개의 개념이다. 따라서 대차식 멀티챔버와 캐비닛식 멀티챔버가 모두 존재한다.

 

캐비닛식 멀티챔버의 대표 주자는 네덜란드의 Facultatieve Technologies(FT)다. 1908년 설립된 세계 최대 화장로 제조사로, 35개국에 1,300기 이상을 설치했다. 대표 제품 FT III는 1구당 화장 시간 75~90분으로, 9시간 기준 하루 최대 6건 처리가 가능하다. 연료 소비는 기존 대차식 대비 최대 70% 절감되며, 내화재 바닥은 3,500회 화장까지 교체 없이 견딘다. 초기 도입 비용이 높더라도 14~18개월 내 투자비 회수가 가능하다는 것이 제조사 측 주장이다. 화장로에서 나오는 폐열을 전기로 전환하거나 인근 건물 난방에 재활용하는 열에너지 회수 시스템도 제공한다. 미국의 B&L N-20AA, Cremsys CFS3000, 캐나다의 Pyrox 등도 같은 캐비닛식 멀티챔버 계열이며 24시간 연속 운영이 가능하다.

 

대차식 멀티챔버의 경우 중국의 OY(링저우 시리즈) OYJ5000·6000·7000이 대표적이다. 대차식 투입 방식을 유지하면서 멀티챔버 구조와 완전 자동 제어, AGV 로봇 유골 운반을 결합한 제품이다. 일본의 미야모토 공업소도 대차식 자동화 모델을 지속 개발하고 있으며, 현재 서울추모공원에 설치된 화장로도 미야모토 공업소의 대차식 자동화 제품이다.

 

두 방식의 처리 효율 차이는 결국 냉각 과정 유무에서 갈린다. 캐비닛식 핫스타트 멀티챔버는 1기당 하루(9시간) 6~10건 이상 처리가 가능한 반면, 대차식은 냉각 시간 포함 시 4~5건 수준에 그친다. 멀티챔버 도입과 자동화만으로는 이 구조적 차이를 극복할 수 없다. 현재 한국 화장장이 겪고 있는 잦은 고장, 높은 유지비, 낮은 처리 효율, 환경 민원이라는 네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기술적 대안은 이미 세계 시장에 충분히 존재한다. 도입 의지와 정책적 결단만이 남아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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