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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 여행

중국, 복녕원이 보여주는 순환형 안식

중국 산둥성 칭다오시 도심의 허파라 불리는 서가동산(徐家东山)에 자리 잡은 '복녕원(福宁园)'


'묘지'가 아닌 '복된 자리(福位)'에 머물다

1999년 설립된 복녕원은 차가운 화강암 비석이 점유하던 공간을 10만여 그루의 생명으로 채우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이는 장식 없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간다는 '반박귀진(返璞归真)'의 철학을 공간적으로 구현한 것입니다.

"전통적인 묘비를 청아하고 독특한 기념석으로 대체하여 중국 도시형 원림 공묘의 선구자가 되었다."

이곳은 수목장 구역인 '음복림(荫福林)'을 비롯해 화초장, 잔디장뿐만 아니라 예술적 감각이 돋보이는 화병장(花瓶葬)과 분경장(盆景葬) 등 독창적인 안치 방식을 선보입니다. 또한 공원의 담장을 안치 시설로 활용한 복벽(福壁)은 공간 효율성을 극대화한 도시형 장례 모델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100여 종의 명귀 식물이 뿜어내는 생명력은 이곳을 '도시 생태 공묘 샘플'로 불리게 했으며, 석재의 차가운 침묵 대신 잎새의 속삭임으로 고인을 기억하게 합니다.

 

이곳은 유골함을 분해되는 재질(녹말 등)로 사용하여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연으로 돌아가게 하거나, 나무 주변에 직접 산골하는 방식을 채택합니다. "신체발부 수지부모"와 "입토위안(入土爲安, 땅에 묻혀야 편안하다)"는 전통 관념 때문에 초기에는 반감이 컸으나, 최근에는 경제적 부담과 환경 보호 인식 덕분에 수용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복녕원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기술이 '비석 없는 묘지'를 가능케 한다는 것입니다. 유족들은 무거운 돌덩이 대신 안치 시설에 부착된 작은 QR 코드를 통해 고인의 생전 영상과 기록을 마주합니다.

물리적 비석이 사라진 자리는 꽃과 나무가 채우고, 고인의 삶에 대한 서사는 디지털 공간에서 무한히 확장됩니다. 이는 해외 거주 유족들이 온라인으로 그리움을 전하는 '온라인 제례' 시스템과 결합하여 공간적 제약을 허뭅니다. 결국 기술은 차가운 기계적 도구가 아니라, 물리적 흔적을 최소화하면서도 기억의 밀도는 높여주는 '지속 가능한 추모'의 핵심 열쇠인 셈입니다.

2026년 개정된 중국의 '장례관리조례'는 공공성(Public Welfare)과 친환경성을 장례 문화의 핵심 가치로 천명했습니다. 복녕원은 이러한 정책적 흐름에 발맞춰 정부 보조금을 통한 공익적 장례를 실현하는 동시에, 안치 기간이 지나면 자연 소멸되거나 공간을 재사용하는 '20년 순환 이용 시스템'을 정착시키고 있습니다. 이는 '영원한 소유'라는 인간의 욕망과 '한정된 국토'라는 현실 사이의 모순을 해결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