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을 여는 데 필요한 건 '신고' 뿐이다
장례지도사 교육기관을 열려는 사람이 넘어야 할 첫 관문은 '허가'가 아니라 '신고'다. 「장사법」 제29조의3①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을 갖추고 시·도지사에게 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2018년 법 개정으로 이 신고가 '수리를 요하는 신고'임이 명시됐고 2019년 6월 12일부터 시행됐지만, 이는 재량적 심사를 거치는 인·허가와는 성격이 다르다. 정해진 서류와 기준만 갖추면 관청은 사실상 이를 받아들여야 하는 구조에 가깝다.
그 '정해진 기준'이라는 것도 막상 들여다보면 진입장벽이라 부르기 민망한 수준이다. 시행규칙 별표3에 따르면 강의실과 사무실 면적을 합쳐 80㎡ 이상이면 되고, 인체모형은 단 2개, 수시·염습·입관·영좌·상주용품은 10명당 1세트만 갖추면 된다. 소방시설과 화장실 정도의 상식적인 안전기준을 빼면, 이는 웬만한 소규모 학원 창업 요건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시신을 다루는 고도의 실무 능력을 가르치는 기관치고는, 물리적 진입장벽이 지나치게 낮다.
'경력'이라는 안전장치, 무엇을 검증하고 있는가
법은 교육기관장에게 "장사 또는 교육업무에 5년 이상 종사한 경력"을 요구한다. 언뜻 최소한의 전문성 검증 장치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허점이다. '장사 경력'과 '교육업무 경력' 중 어느 한쪽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시신을 단 한 번도 다뤄본 적 없는 사람도 학원이나 교육기관을 5년 운영한 경력만으로 원장 자격을 얻는다. 실제 업무 경험과 교육 역량 사이의 연결고리가 법 조문 단계에서부터 끊어져 있는 셈이다.
가르치는 사람의 자격 기준도 마찬가지로 느슨하다. 전임교수요원은 "장례, 보건학, 법학 등 관련 분야" 박사학위 소지자거나, 전문학사 이상 학위에 관련 분야 업무경력 5년이면 된다. '관련 분야'의 범위가 넓게 열려 있어, 장례 실무와 직접 관련이 적은 학위·경력으로도 교수요원 요건을 채울 길이 있다. 결국 "누가 가르치는가"에 대한 검증이 "그 사람이 실제로 장례와 유족 상담에 능한가"보다는 "서류상 경력 연수를 채웠는가"에 머문다.
교육원이 가르치고, 교육원이 평가한다
설치 단계의 허술함은 그나마 시작에 불과하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운영 단계에 있다. 교육과정을 마친 사람의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국가가 아니라 교육기관 자신이다. 「장사법」 제29조의2③은 시·도지사가 "무시험검정하고 자격증을 교부"하도록 규정하는데, 이때 시·도지사가 확인하는 건 교육기관이 발급한 수료증명서와 현장실습확인서뿐이다. 현장실습 평가조차 시행규칙 별표2에 따라 "장례지도사 교육기관의 장 또는 교수 1명과 현장실습기관의 실습지도자가 협의하여" 정한 방식으로, 60점 이상이면 합격 처리된다. 채점 기준을 만드는 사람과 채점하는 사람, 그리고 그 결과를 발급하는 사람이 사실상 한 몸인 구조다.
문을 닫게 할 방법이 안 보인다
가장 눈에 띄는 공백은 '사후 관리'다. 「장사법」은 개별 장례지도사의 부정행위에는 명확한 제재 규정을 두고 있다. 제29조의5는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자격증을 교부받은 경우 시·도지사가 자격을 취소하거나 정지하도록 못박는다. 사설묘지나 사설화장시설도 마찬가지다. 제30조는 위반 시 이전·개수 명령은 물론 허가취소, 시설 폐쇄, 사용금지, 업무정지까지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교육기관 자체에 대해서는, 운영 부실이나 부정 교육을 이유로 신고를 취소하거나 폐쇄를 명령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 법에서 확인되는 건 교육기관이 스스로 신고하는 '변경신고'와 '휴·폐업신고'뿐이다. 개인 자격은 취소할 수 있고, 다른 장사시설은 폐쇄할 수 있는데, 정작 그 사이에 있는 교육기관만 제도적 사각지대에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국비 지원 이수형 자격 전반의 공통적인 구조인지, 성격이 비슷한 요양보호사(노인복지법) 제도와 비교해봤다.

요양보호사교육기관의 경우는 '신고'가 아니라 시·도지사 심사를 거치는 '지정'제이고, 「노인복지법」 제39조의3②은 거짓·부정한 방법으로 지정받은 경우(이 경우 취소 의무), 지정기준 미달, 1년 이상 미운영, 검사 거부·방해, 서류 허위 작성 등 지정취소 사유 5가지를 법률에 명시하고 있으며 취소 시 청문도 의무다. 게다가 요양보호사는 교육이수만으로 끝나지 않고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 주관하는 국가시험까지 통과해야 한다. 즉 유사한 성격의 돌봄 인력 제도조차 장례지도사보다 훨씬 촘촘한 검증 장치를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허점이 만드는 결과
설치의 낮은 문턱과 운영의 느슨한 감독이 겹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경력 없는 사람도 원장이 될 수 있고, 일단 신고가 수리되면 그 이후의 교육 품질을 국가가 정기적으로 다시 들여다볼 장치는 뚜렷하지 않으며, 합격 판정은 가르친 사람이 스스로 내린다. 국비 지원까지 얹히면, 교육의 질과 무관하게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가 완성된다. 전국의 신고된 장례지도사 교육기관은 63개소에 이른다. 이들 기관이 저마다 다른 품질로 같은 이름의 국가자격을 찍어내고 있다는 우려는 낮은 설치기준, 자체평가 방식의 검정, 불분명한 사후 감독에서 비롯된다.
무엇을 손봐야 하는가
유사한 성격의 돌봄 인력 제도조차 교육기관을 '지정'제로 심사하고, 지정취소 사유를 법률에 못박고, 교육이수와 별도로 국가시험이라는 독립된 관문을 두고 있다. 장례지도사에게 필요한 건 이 구조를 부분적으로 흉내 내는 게 아니라, 통째로 옮겨오는 것이다.
근본적인 해법은 네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평가·인증 권한을 교육기관에서 완전히 떼어내는 것이다. 교육은 민간이 맡되 합격 여부는 국시원 같은 독립기관이 결정하는 구조로 가면, '심판이 곧 선수'라는 문제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실제로 대한장례지도사협회도 이미 2025년 국가시험 전환을 추진해왔으므로, 방향 자체는 업계 내부에서도 이미 같은 곳을 가리키고 있다. 둘째, 최초 신고 문턱만 높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3~5년 주기의 재지정 심사를 도입해야 한다. 지금 구조는 한 번 수리되면 사실상 영구적이라, 적발되지 않는 한 부실 기관도 계속 남는다. 셋째, 국비 지원 방식을 성과연동형으로 바꿔야 한다. 지금은 교육비가 선지급되기 때문에 교육원의 수익은 모집 인원에 좌우된다. 지원금의 일부를 수료 후 일정 기간 현장 근속이 확인된 시점에 정산하는 방식으로 바꾸면, 교육원의 유인이 '발급 건수'에서 '현장 정착'으로 옮겨간다. 넷째, 교육원별 취업률·근속률 공시를 의무화해, 규제가 놓치는 부분을 훈련생 스스로 걸러낼 수 있는 시장의 견제 장치로 보완해야 한다.
다만 국가시험 전환은 법 개정과 시험 인프라 구축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그 사이 재지정 심사·성과연동 지원·정보공시는 시행규칙 개정만으로도 먼저 도입할 수 있다. 시험 없는 국가자격이라는 구조적 문제는 이미 지적됐고, 심지어 그 개혁의 방향도 이미 업계 스스로 제시하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이를 실제 입법과 예산으로 옮기는 속도다.
원장님의 두 번째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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