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것 하나. 이 나라의 사망자 수는 앞으로 계속 늘어난다
경기를 타지 않는 사업, 인구구조가 보증하는 사업을 찾고 있다면 답은 이미 나와 있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한국의 연간 사망자 수는 2020년 31만 명에서 2030년 40만 명을 넘어서고, 2070년에는 70만 명까지 늘어난다. 2020년 대비 2.3배다. 실제로 2024년 사망자는 35만 8,569명으로 전년보다 1.7% 늘었고, 2025년에는 36만 3,389명을 기록했다. 65세 이상 인구는 2024년에 이미 1,000만 명을 돌파했고, 2025년을 기점으로 고령인구 비중이 20%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여기에 1인 가구 고령화까지 겹친다. 65세 이상 1인 가구 비중은 2022년 26.0%에서 2052년 51.6%까지 오를 전망이다. 혼자 살다 혼자 죽는 인구가 늘어난다는 뜻이고, 이는 곧 '누가 이 죽음을 처리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정리하면 이렇다. 저출산으로 태어나는 사람은 줄고, 고령화로 죽는 사람은 는다. 이른바 '다사사회'다. 그리고 다사사회의 다음 단계는 저출산 대책처럼 정책 슬로건으로 끝나지 않는다. 매일 늘어나는 시신을 물리적으로 어딘가에 안치해야 하는, 지극히 구체적이고 회피 불가능한 인프라 문제로 이어진다.

그런데 정작 '안치' 인프라는 텅 비어 있다
수요는 느는데 공급은 오히려 줄고 있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무연고 사망자는 2020년 3,316명에서 2024년 6,139명으로 4년 만에 85.1% 늘었다. 최근 5년간 누적으로는 2만 3,643명이 연고 없이 세상을 떠났고, 2024년 기준 이들 중 76%는 가족이 있음에도 시신 인수와 장례를 포기하거나 지자체에 떠넘긴 경우였다. 고립사 사망자도 2021년 3,378명에서 2025년 약 6,000명으로 늘었는데, 50~60대 중장년층이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고령화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더 구조적인 사회 변화다.
정작 이들을 받아줄 시설은 늘지 않았다. 서울만 봐도 장례식장은 2020년 67개소(안치시설 867구)에서 2022년 61개소(817구)로 오히려 줄었다. 코로나19가 정점이던 2022년 3월에는 화장로 부족으로 사망 3일 차 화장률이 20%까지 떨어졌고, 서울시는 폐원을 앞둔 병원 분원 건물을 급히 정비해 임시 안치실로 써야 했다. 한국에는 애초에 몇 달 단위의 장기 체류를 전제로 설계된 '전문 공공안치시설'이 존재하지 않는다. 무연고 시신은 연고자를 찾는 법정 공고 기간 동안 병원 부속 영안실이나 화장장 대기용 안치실을 임시방편으로 전전할 뿐이다.
공공이 움직이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 공백을 공공이 채우지 못하는 건 무능해서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움직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첫째, 화장시설 신·증축은 지자체 소관인데 님비 저항이 거세다. 평택시처럼 화장장 부지 확보를 두고 수년째 논의만 이어지는 지역이 적지 않다. 둘째, 예산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안치·장사시설 확충 이야기가 나오면 "산 사람도 힘든데 죽은 사람 시설에 예산을 쓰냐"는 반론이 곧바로 따라붙는다. 표가 되지 않는 사업에 정치적 자원을 투입할 유인이 약하다. 셋째, 보건복지부가 5년마다 장사시설 수급종합계획을 세우긴 하지만, 실제 집행은 결국 지자체의 자율적 추진에 맡겨져 있어 속도가 느리다.
즉 공공이 관심 없어 보이는 것은 사실 '무관심'이 아니라 '구조적 지연'에 가깝다. 그리고 그 지연이 길어질수록, 공백은 고스란히 유가족과 지자체 예산(결국 세금)의 부담으로 쌓인다.
이웃 나라가 먼저 보여준 답, 민간이 채우면 시장이 된다
일본은 우리보다 몇 걸음 먼저 이 문제를 겪었고, 답도 먼저 나왔다. 도쿄·지바·가나가와·사이타마 등 수도권의 한 민간 장례업체는 지자체 복지 부서를 상대로 구(具)당 약 16만 5,000엔(약 146만 원)짜리 시신 임시안치·처리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단순 계산으로도 잠재 시장 규모가 연 69억 엔, 우리 돈으로 약 613억 원에 달한다는 추산이 나온다. 일본 역시 안치시설의 온도·위생 기준을 관리하는 제도가 아직 현실을 따라가지 못해 시장이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점까지, 한국과 판박이다.
국내 상조시장의 흐름도 이 기회를 뒷받침한다. 2026년 상조업계는 가입자 1,100만 명, 선수금 11조 원 시대를 맞이했고, 업계 스스로 단순한 장례 서비스에서 벗어나 생애주기 전체를 관리하는 '라이프 큐레이터'로 정체성을 확장하는 중이다. 전문안치센터는 이 확장의 다음 단계로 정확히 들어맞는다.
정리하면 세 가지 조건이 동시에 갖춰졌다.
1. 구조적으로 우상향하는 수요 - 사망자 수는 최소 20~30년간 꺾이지 않는다.
2. 공공의 만성적 공급 공백 - 예산·부지·정치적 유인 부족으로 쉽게 메워지지 않는다.
3. 기존 상조업계의 서비스 확장 니즈 - 이미 자본과 고객망을 갖춘 플레이어들이 다음 아이템을 찾고 있다.
이 세 조건이 한꺼번에 맞물리는 시장은 흔치 않다.
사업모델은 이미 네 갈래로 구체화되어 있다

넷 중 하나만 고를 필요는 없다. 실제로 시장을 선점하는 쪽은 독립형 시설을 기반으로 지자체 위탁 계약과 상조사 제휴를 동시에 붙이는 하이브리드 모델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지자체 위탁운영형'만큼은 순수 영리자본보다 장례지도사협회 같은 직능단체가 사단법인 형태로 직접 운영을 맡는 편이 더 매끄러울 수 있다. 이미 국가자격 인력 풀과 재난 지원 활동 이력을 갖춘 조직이 운영 주체로 나서면, 지자체 입장에서도 위탁 심사에서 '최소한의 공공성'을 근거로 내세우기 쉬워지고, 요금 남용 논란도 줄어든다. 민간 자본이 다른 세 모델을 주도하는 동안, 이 한 축만큼은 협회가 가져가는 그림도 검토해볼 만하다.
진입 전 체크리스트
- 입지 선정: 혐오시설 갈등이 최소화되는 산업단지·도로 IC에 인접한 교통 거점·의료단지 인접 부지, 화장시설·병원 접근성 확보
- 법적 근거 확인: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및 시행령상 지자체 위탁 요건, 관할 조례 사전 검토
- 인허가 사전 컨설팅: 관할 보건소·지자체 위생과에 시설 기준(저온 안치기, 감염관리, 부대시설)을 미리 협의
- 파트너십 구축: 지자체 복지부서(무연고자·공영장례 담당), 인근 병원 장례식장, 상조회사, 특수청소업체
- 요금체계 설계: 안치 일수 기준 개인 고객 요금과 지자체 공공서비스 계약 요금을 이원화
- 커뮤니케이션 전략: '혐오시설'이 아닌 '엔딩케어', '존엄한 이별' 프레임으로 지역사회 설득
놓치면 안 되는 리스크
낙관만 하기엔 이르다. 사회적으로 아직 '혐오시설' 프레임이 강해 부지 확보 협상이 순탄치 않을 수 있고, 저온 설비·감염관리 인프라 특성상 초기 투자비(CAPEX)가 적지 않다. 안치시설의 온도·위생 기준을 규정하는 법·제도도 아직 정비되는 과정에 있어, 이 부분의 변화는 계속 주시해야 한다. 지자체와의 위탁 계약 역시 협상 난도가 높은 편이니, 실제 인허가 요건과 계약 조건은 사업을 구체화하는 단계에서 관할 지자체 및 보건복지부 고시를 통해 최종 확인하는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안치는 입구일 뿐, 진짜 가치는 그다음이다
여기서 놓치면 안 되는 게 하나 있다. 안치센터는 그 자체로 끝나는 사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죽음 직후, 유족이 가장 경황없고 판단력이 떨어진 순간 제일 먼저 문을 두드리는 곳이 안치센터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곳은 상업적 확장의 기회이기 이전에, 공공성이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빈소를 어디서 차릴지, 화장 예약을 언제로 잡을지 같은 장례 절차부터, 사망신고·화장 허가·장제급여 신청처럼 유족이 가장 번거로워하는 사후 행정업무, 발인 이후에도 이어지는 봉안·추모 서비스까지 - 유족이 가장 취약한 시점에 마주치는 첫 창구가 바로 안치센터다.
이 첫 창구를 누가, 어떤 태도로 운영하느냐에 따라 유가족의 경험은 완전히 달라진다. 판단력이 흐려진 유족에게 값비싼 패키지를 끼워 팔거나, 확보한 개인정보로 무분별한 교차판매를 시도하는 사업자가 시장을 선점하면 결국 가장 힘든 시기를 지나는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 실제로 상조업계 초기에 반복됐던 과다청구·강매 논란도 이 지점에서 비롯됐다.
그래서 안치센터는 장례-사후행정-추모로 이어지는 여정 전체의 관문으로 설계하되, 그 설계 원칙은 '더 많이 팔기'가 아니라 '한 번 온 유족이 여러 곳을 헤매지 않게 하기'에 맞춰야 한다. 요금 체계와 선택 가능한 서비스 메뉴를 미리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망신고·장제급여 신청 같은 행정 절차는 수수료 없이 대행해주는 식이다. 이런 원칙은 순수 영리자본보다, 앞서 말한 사단법인 형태의 직능단체가 운영할 때 지키기가 훨씬 수월하다. 협회는 회원의 장기적 신뢰와 직업적 평판 자체가 자산이라, 눈앞의 매출보다 유족 경험의 질을 우선할 유인이 자연히 크다.
결국 안치센터가 쥐는 게 '장례 전체 여정의 첫 결정권'이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다만 그 결정권을 누가 갖느냐에 따라, 이 여정은 유족을 두 번 울리는 장사가 될 수도 있고, 가장 힘든 순간에 기댈 수 있는 믿을 구석이 될 수도 있다.
공공이 느린 지금이, 민간에게는 가장 빠른 타이밍이다
사망자 수가 향후 수십 년간 거의 유일하게 확실히 증가하는 수요 지표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공공은 예산과 부지 갈등, 정치적 유인 부족이라는 구조적 이유로 이 공백을 빠르게 메우지 못한다. 이 틈에서 표준을 먼저 세우는 사업자가 결국 시장의 룰을 가져간다. 일본이 이미 그 초기 단계를 보여주고 있고, 한국의 상조업계는 이미 그 다음 아이템을 찾고 있다. 지금 필요한 건 시장이 무르익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 시장을 먼저 설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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