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전문안치센터'라는 사업을 검토할 때 가장 먼저 참고해야 할 나라는 일본이다. 초고령사회를 우리보다 먼저 겪었고, 화장장 부족 문제도 먼저 터졌고, 그 공백을 메우는 민간 사업도 먼저 등장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 사업을 둘러싼 법적 공백과 지역 갈등, 뒤늦은 제도화 과정까지 이미 한 차례 다 겪었다. 이 글은 그 15년의 흐름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 본다.
왜 일본에서 먼저 이 사업이 생겼나
도쿄는 인구 1,300만 명이 넘는 도시인데 화장시설은 26곳뿐이다. 전국적으로도 화장시설은 약 5,100곳에 그친다. 고령화로 사망자가 늘면서 이 격차는 갈수록 벌어졌고, 도시 지역에서는 사망 후 화장까지 며칠씩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일상화됐다. 문제는 그 대기 기간 동안 시신을 어디에 두느냐였다. 좁은 도시형 주택에서는 예전처럼 자택에 안치하기 어렵고, 병원 영안실도 회전율이 빠듯했다. 이 틈을 메우며 등장한 게 '이타이 호테루'(遺体ホテル), 이른바 '유체 호텔'이다.

라스텔 구보야마 - 세계 최초라 불린 첫 사례
이 업종의 원조 격인 '라스텔 구보야마'(ラステル久保山)는 요코하마시 니시구에서 문을 열었다. 만든 곳은 원래 묘지·묘석 기획·개발·판매를 해오던 니치료쿠(ニチリョク)라는 회사로, 장례업계에서는 다소 이단아로 통하던 곳이었다. 외관과 로비는 영락없는 비즈니스호텔이었고, 개업 준비 중에는 지나가던 회사원이 "오늘 묵을 수 있나요"라고 물어볼 정도였다고 한다.
이후 신요코하마에 문을 연 '라스텔 신요코하마'는 지상 9층 건물에 27구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커졌다. 안치실은 5도 이하로 냉장 유지되고, 유족은 카드를 발급받아 개별 면회실 센서에 태그하면 냉장 안치실에서 관이 기계로 운반되어 오는 방식이다. 24시간 365일 면회가 가능하고, 월평균 안치 일수는 약 5일, 1박 요금은 1만 2,000~2만 2,000엔 수준이다. 오피스 밀집 지역에 있다 보니 "맨션 주민이나 장례를 치르지 않는 사람들의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게 운영사 측 설명이었다.
이 모델은 순식간에 확산됐다. 도쿄·지바·가나가와·사이타마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유사 시설이 늘었고, 개중에는 지자체 복지부서와 계약해 무연고 시신의 임시 안치·처리를 위탁받는 사업자도 나타났다.
법의 이중 사각지대 - 아무도 이 업종을 규정하지 않았다
여기서부터가 진짜 문제다. 이 사업은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자라났다.
일본의 장사 관련 기본법인 '묘지, 매장 등에 관한 법률'(1948년 법률 제48호)은 화장·매장의 기준, 화장장·묘지·납골당의 기준을 정하고 있을 뿐, 사망 후부터 화장·매장까지 시신을 어떻게 보관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를 영업으로 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았다. 유일하게 적용되는 조항은 '사망 후 최소 24시간이 지나야 화장·매장할 수 있다'는 규정뿐이다.
그렇다면 '보관'이라는 행위 자체는 창고업법(1956년 법률 제121호)으로 규율되지 않을까 싶지만, 이마저도 비켜간다. 창고업법 시행규칙 운용지침은 "영업행위의 일부만 떼어보면 '보관'이라 할 수 있어도, 전체적으로 보면 '공양' 등 다른 성격의 행위로 인정되는 영업형태는 창고업이 아니다"라고 규정한다. 유체 보관은 이 조항에 따라 창고업법 적용에서도 제외된다.
정리하면 이렇다. 묘지매장법은 안치를 다루지 않고, 창고업법은 의도적으로 유체 보관을 제외한다. 그 결과 이 업종은 영업 자격, 시설 기준, 품질관리 기준 그 어느 것도 법적으로 요구받지 않는 채 성장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영업 자격 요건 같은 법적 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찌감치 나왔지만, 정작 장례업체가 위탁해 시신 보관 물량을 처리하는 시설에는 자격 요건도, 품질관리 기준도 대응하는 법규가 없다는 게 계속 확인됐다.
주민들이 먼저 반응했다 - 오타구의회의 의견서
법이 침묵하는 사이, 갈등은 현장에서 먼저 터졌다. 도쿄 오타구 의회는 '御遺体保管所를 업으로 행하는 것에 관한 법정비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국가에 제출했다. 내용은 이렇다.
오타구 내 한 지역에서 화장장까지 시신을 운송하기 전 냉장 보관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御遺体保管所'라는 시설이, 지역 주민에게 아무런 설명도 없이 영업을 시작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지역은 주택 외에도 상점, 병원, 보육원, 학교가 있어 그동안 주민들이 평온한 일상을 영위해온 곳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느닷없이 '御遺体保管所'가 들어서면서, 통학로이기도 한 도로를 영구차와 침대차가 일상적으로 오가고, 시신이 밤낮없이 드나들게 됐다.
의회는 이런 시설의 영업과 시신 반출입이 주민의 종교적 감정과 상충하며, 공중위생과 교통안전 측면에서도 큰 불안을 주어 주민의 평온한 생활을 위협하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본래 이런 장례 관련 행위는 묘지매장법에서 규율되어야 마땅한데, 정작 그 법에는 안치 방법이나 이를 업으로 하는 것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점, 창고업법 역시 적용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조목조목 짚으며 국가에 입법을 촉구했다.
이 의견서가 나온 시점은 라스텔 구보야마가 문을 연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다. 즉, 이 업종은 탄생과 거의 동시에 지역사회와의 마찰을 일으켰고, 그 갈등이 10년 넘게 이어지며 국가 법정비를 압박하는 동력이 됐다는 뜻이다.
국가가 침묵하는 동안, 도시가 먼저 움직였다 - 치바시의 지도요강
국가 입법이 지연되는 사이, 일부 기초자치단체는 자체적으로 절차형 규범을 만들어 대응했다. 대표적인 게 치바시의 '유체보관소 등의 설치, 관리 및 운영에 관한 지도요강'이다.
이건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례가 아니라 '지도요강(指導要綱)'이라는, 일본 행정법 특유의 연성 규제 수단이다. 사업주에게 협력을 요청함으로써 인근 주민과의 분쟁을 사전에 방지하고 양호한 주거환경을 지키는 게 목적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위반해도 형사처벌은 없지만,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건축확인 등 인허가가 지연되는 방식으로 사실상의 구속력을 갖는다.
적용 대상은 유체보관소, 장제장, 엠바밍 시설의 신축·개축·증축이며, 절차는 8단계로 짜여 있다.
구체적 시설 기준도 상세하다. 부지는 폭 6미터 이상 도로에 접해야 하고, 외벽에서 인접 대지 경계선까지 1미터 이상 이격해야 한다. 유체는 유체안치용 냉장고 등으로 적절히 보관해야 하며, 유체·관 운반 시 외부에서 보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소음·향 냄새 대책, 폐기물·배수 적정처리, 화환·간판은 부지 내에서만 설치하는 것도 명시돼 있다. 설명 대상이 되는 '근린관계주민등'은 부지 경계로부터 100미터 이내 토지·건물 소유자 및 점유자로 정의된다.
이 요강은 2025년 4월 1일 개정을 거쳤다. 기존에는 설명 대상에 사무소·점포의 '건물점유자'가 빠져 있었고 신고 기한도 불명확했는데, 개정을 통해 건물점유자를 명시적으로 포함시키고 표지판설치신고는 인허가 절차 개시 60일 전까지, 설명보고서는 그로부터 10일 후이자 절차 개시 20일 전까지로 기한을 못박았다. 시행 10여 년이 지나서도 계속 다듬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마침내, 국가가 움직였다 - 2025년 10월의 후생노동성 가이드라인
오타구의회가 법정비를 촉구한 지 십수 년, 치바시 같은 기초자치단체들이 각자 절차를 만들어 버텨온 끝에 국가 차원의 대응이 나왔다. 후생노동성은 2025년 10월 29일, '사업자 등에 있어서의 적절한 御遺体 취급 등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장송 과정에서 시신을 처치·보관하는 등 시신을 다루는 사업자 및 그 종업원이 일상적으로 시신을 접할 때 유의해야 할 사항을 정리한 문서로, 의료종사자에 의한 시신 취급은 이 가이드라인의 대상으로 상정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병원이 아니라 정확히 장의·안치 업계를 겨냥한 문서다.
거의 같은 시기인 2025년 10월 31일에는 '화장장의 경영·관리에 관한 지도감독'에 관한 통지도 개정됐다. 두 문서 모두 지자체를 통해 전국에 배포됐다.
다만 이것도 여전히 '가이드라인'이자 '통지'다. 법률도 조례도 아니고, 위반 시 벌칙이 있는 것도 아니다. 사업자가 유의했으면 하는 사항을 국가가 정리해 알리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이 업종은 2025년 말 현재까지도 여전히 '연성 규범'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 다만 15년 가까이 국가 차원의 어떤 언급도 없던 것과 비교하면, 이건 분명한 방향 전환의 신호다.
15년의 타임라인
| 2011년경 | 라스텔 구보야마 개업 - 세계 최초의 '유체 호텔' |
| 2011년경 | 오타구의회, 국가에 법정비 촉구 의견서 제출 |
| 2010년대 중반 | 수도권(도쿄·지바·가나가와·사이타마) 전역으로 업종 확산 |
| 2010년대 후반 | 치바시 등 일부 기초자치단체, 자체 지도요강 제정 |
| 2021년 전후 | 전문가들, "모텔·여관 개조 영안실"에 대한 규제 필요성 재차 제기 |
| 2025년 4월 | 치바시 지도요강 개정 - 설명 대상 확대, 신고 기한 명문화 |
| 2025년 10월 | 후생노동성, 국가 차원 '적절한 御遺体 취급 가이드라인' 최초 제정 |
한국에 주는 시사점
이 사례가 한국에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법이 비어 있어도 시장은 생긴다. 그리고 시장이 생기고 나면, 갈등이 법정비보다 훨씬 빨리 온다. 일본은 라스텔 개업과 거의 동시에 오타구의회 수준의 반발을 겪었고, 국가가 실제로 응답하기까지는 10년 넘게 걸렸다. 그 공백기 동안 기초자치단체들이 임기응변으로 만든 지도요강이 사실상의 업계 표준 역할을 했다.
한국이 지금 전문안치센터 사업을 설계한다면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하나는 일본처럼 법 없이 시장부터 만들고 갈등과 함께 성장하는 길, 다른 하나는 치바시 지도요강 수준의 자율 기준(이격거리, 냉장 기준, 반경 100m 이해관가자 설명 절차, 소음·냄새 차단)을 사업자 스스로 먼저 세우고 들어가는 길이다. 앞서 정리한 대로 장례지도사협회 같은 직능단체가 이 자율 기준을 먼저 설계한다면, 한국은 일본이 10년 넘게 걸려 도달한 지점에 훨씬 빨리, 갈등 없이 도착할 수 있다.
데이터 출처: Toyo Keizai Online(라스텔 니치료쿠 인터뷰), 東京中央訪問看護リハビリステーション(라스텔 신요코하마 현장 취재), Smithsonian Magazine·Seattle Times·Bioethics 저널(이타이 호테루 배경), EconoTimes(유체보관시설 규제 공백 보도), 오타구의회 결의·의견서(2011년경), 치바시 건축지도과(유체보관소 등 지도요강 및 시행요령, 2025년 4월 개정), 후생노동성 생활위생과(사업자 등에 있어서의 적절한 御遺体 취급 등에 관한 가이드라인, 2025년 10월 29일 제정 / 화장장 경영·관리 지도감독 통지, 2025년 10월 31일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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