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죽은자는 거짓말을 안 한다.
이진수는 이십오 년 동안 그 사실을 믿어왔다. 시신이 스테인리스 테이블 위에 눕혀지는 순간, 그 사람의 일생이 몸 위로 고스란히 떠올랐다. 얼마나 외로웠는지, 무엇을 먹고 살았는지, 마지막 순간이 얼마나 무서웠는지. 살아 있는 사람들은 표정으로, 말로, 침묵으로 거짓을 꾸민다. 그러나 죽은 사람의 몸은 속이지 않는다. 진수는 그 정직함이 좋았다. 아니, 정확히는 그 정직함에 기대어 살았다.
장례지도사로 일한 이십오 년 동안 그는 수천 명의 마지막을 돌봤다. 수의를 입히고, 손을 모으고, 얼굴의 경직을 풀었다. 가족들이 오열하는 동안 그는 울지 않았다. 슬프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이 자리에서 흔들리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죽은 자의 곁에는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필요했다. 진수는 언제나 그 사람이었다.
동생 이선수는 유품정리사였다. 형보다 다섯 살 어리고, 형보다 충동적이었으며, 형보다 사람 냄새를 더 잘 맡았다. 선수는 고독사 현장을 정리했다. 아무도 찾지 않는 방, 아무도 모르게 죽어간 사람의 흔적을 지우는 일. 형제는 늘 농담처럼 말했다.
산 사람보다 죽은 사람이 편하다.
그 말이 농담인지 진심인지, 두 사람 모두 끝까지 확인하지 않았다.
2.
성경책은 낡고 표지가 너덜거렸다. 선수는 습관처럼 책을 펼쳐 흔들었다. 고독사 현장을 정리하다 보면 그런 곳에 돈이 끼어 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노인들은 은행을 믿지 않았고, 가족을 믿지 않았으며, 결국 책 속을 믿었다.
노란 봉투가 바닥에 떨어졌다.
선수는 봉투를 집어 들었다. 안을 들여다보는 그의 눈이 한 번 크게 열렸다가 천천히 좁아졌다. 양도성 예금증서였다. 사천만 원. 연고자 없이 죽은 노인의 낡은 성경책 속에서 나온 사천만 원.
그는 봉투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다시 집어 들었다. 창밖을 확인했다. 인적이 없었다. 규정대로라면 신고해야 했다. 연고자가 없으니 국가로 귀속될 것이었다. 선수는 그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의 손은 봉투를 주머니로 향하지도, 다시 선반으로 돌려놓지도 않고, 그 사이 어딘가에서 오래도록 떨고 있었다.
그날 저녁, 선수는 형의 차 조수석에 앉아 봉투를 내밀었다. 진수는 봉투를 펼쳐보고 오래 침묵했다. 차창 밖으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신고했어?"
"아직."
빗소리가 차를 감쌌다. 진수는 앞을 보고 있었다. 선수는 형의 옆얼굴을 보았다. 형의 표정에서 망설임이 지나가는 것을, 그리고 그 망설임이 무언가로 굳어지는 것을 선수는 보았다.
"우리가 고생한 보람이라고 생각하자."
형은 끝까지 선수를 보지 않았다. 창문에 빗줄기가 흘러내렸다. 무언가가 번지는 것처럼.
그것이 시작이었다. 두 사람 모두 그것이 시작임을 알았지만, 아무도 그 말을 꺼내지 않았다.
3.
문이 열리자 탐욕은 소리 없이 자랐다.
진수는 염습을 하며 금니를 뽑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손이 떨렸다. 형광등이 깜빡이는 새벽 염습실에서, 오래 함께한 도구를 들고 시신의 어금니 앞에 섰을 때, 이십오 년치의 무언가가 그의 팔을 붙드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오래가지 않았다. 두 번째부터는 손이 떨리지 않았다. 세 번째부터는 형광등이 깜빡이는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선수는 유품을 정리하며 귀중품을 따로 챙겨 암시장에 내다 팔았다. 고독사한 노인의 서랍에서, 무연고 사망자의 선반에서. 그는 그것을 '죽은 자가 주는 선물'이라고 불렀다. 처음에는 농담처럼 말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농담이 아니게 되었다.
형제는 처음으로 비싼 술을 마셨다. 처음으로 좋은 음식을 먹었다. 선수는 낡은 트럭을 새것으로 바꿨다. 진수는 오래 살던 반지하를 벗어났다. 그들은 서로를 보며 웃었다. 죽은 자들이 살아 있는 자들에게 나누어주는 것들. 어차피 땅속에 묻히거나 재로 변할 것들. 그것을 받는 것이 무슨 잘못이냐고, 형제는 말하지 않은 채로 서로에게 물었다.
그러나 인간의 논리는 언제나 더 큰 탐욕을 향해 문을 연다.
4.
한명준 회장의 장례 의뢰가 들어온 것은 그해 가을이었다.
재벌 그룹의 창업주. 향년 팔십이 세. 유족 측에서 전담 지도사를 직접 지명했고, 진수의 이름이 거론되었다. 진수는 빈소에서 유족 대표 한태준을 만났다. 차갑고 계산적인 눈을 가진 중년 남자였다.
한태준은 봉투 하나를 밀었다. 진수가 펼치자 사진이 나왔다.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 거대하고 차갑게 빛나는 핑크 다이아몬드.
"6캐럿입니다. 감정가 사십억. 아버지께서 이것과 함께 화장되기를 원하셨습니다. 손가락에서 절대 빠져서는 안 됩니다. 화장 당일까지 직접 확인하겠습니다."
진수는 사진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유족분들 뜻에 따르겠습니다." 그의 표정은 흔들리지 않았다. 이십오 년 동안 단련된 얼굴이었다. 그러나 눈 속에서 반지가 빛나고 있었다. 사진 속 반지가 그 눈에 반사되어.
그날 밤 선수의 트럭 조수석에 앉아 사진을 내밀었을 때, 선수는 천천히 차를 갓길에 세웠다.
"사십억."
"감정가."
"팔면?"
"루트 있으면 이십억도 가능하지."
선수는 핸들을 꽉 쥐었다. 한참 침묵하다가 물었다. 이건 다른 거 아니냐고. 지금까지는 어차피 묻히거나 태워질 것들이었다고. 근데 이건 유족이 알고 확인하겠다고 했다고.
"화장 직전에 바꿔치기하면 돼. 비슷한 모조품 구하면 구별 못 해."
형은 이미 계획하고 있었다. 선수는 그것을 알았다. 그리고 물었다.
"언제부터 이런 생각을 한 거야, 형."
"성경책 열었을 때부터."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선수는 오래 형의 옆얼굴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시동을 걸었다. 어두운 골목에서 건네받은 모조 반지가 선수의 주머니 속에서 빛을 숨기고 있었다.
5.
장례 이틀째 밤이었다.
진수는 CCTV 루프를 걸었다. 사십 분. 선수는 영안실 야간 직원 박기준이 새벽 한 시가 넘으면 라면을 먹으러 나간다는 것을 진수에게서 들었다. 두 사람은 검은 옷을 입고 복도 끝에 섰다. 진수의 목에는 장례지도사 ID카드가 걸려 있었다. 선수의 손에는 작은 가방이 들려 있었다.
카드키를 대자 문이 열렸다. 냉기가 쏟아졌다. 선수는 무의식적으로 반걸음 물러섰다. 그것이 마지막 망설임이었다.
영안실 안은 고요했다. 안치대 위에 관이 놓여 있었다. 조화. 향냄새. 차갑게 보관된 공기. 진수는 익숙한 걸음으로 관 앞에 섰다. 선수는 뒤따르며 사방을 살폈다.
진수가 관 뚜껑을 열었다.
한명준 회장이 누워 있었다. 수의를 입고 정갈하게. 그의 손가락에 반지가 선명했다. 선수는 그 순간 처음으로 깨달았다. 그동안 자신이 정리해온 고독사 현장의 시신들과 이 사람은 달랐다. 이 사람은 방금 전까지 살아있던 사람처럼 보였다. 아니, 지금도 살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선수의 목소리가 잠깐 흔들렸다.
"...반지."
진수가 장갑을 끼고 시신의 손을 들었다. 반지를 빼내려 했다. 손가락이 뻣뻣했다. 힘을 주었다.
그 순간 소리가 들렸다.
"거기서 뭐 하세요."
박기준이었다. 손에 도시락을 들고, 영안실 입구에 서 있었다. 그의 눈이 관을, 진수의 장갑 낀 손을, 선수의 가방을 차례로 스쳤다. 그 눈빛이 변하는 것이 보였다. 그는 뒷걸음질치며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려 했다.
선수가 움직였다.
진수는 소리가 나는 방향을 보지 않았다. 그는 시신의 손을 내려놓고, 반지를 천천히 빼냈다. 그의 손은 떨리지 않았다. 바닥에서 도시락이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쓰러지는 소리. 그리고 정적.
잠시 후 선수가 벽에 등을 기댔다. 두 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진수가 그를 보지 않은 채로 말했다.
"같이 넣어. 관에. 같이 입관시켜."
선수는 형의 옆얼굴을 보았다. 완벽하게 무표정이었다. 이십오 년 동안 죽음 앞에서 흔들리지 않도록 훈련된 얼굴. 선수는 그 얼굴이 처음으로 무서웠다.
관 뚜껑이 닫혔다.
진수는 모조 반지를 회장의 손에 끼웠다. 다시 관 뚜껑을 열고 한명준의 얼굴을 잠깐 들여다보았다. 회장의 표정은 평온했다. 진수의 표정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관 뚜껑이 다시 닫혔다. 두 사람은 말없이 영안실을 나왔다.
6.
다음 날 화장장의 굴뚝에서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진수는 유족들 옆에 서서 절차를 안내했다. 그의 표정은 전날과 같았다. 완벽한 직업인의 얼굴. 그것이 오히려 선수를 불안하게 했다.
화부 오씨는 오십팔 세였고 이 일을 삼십 년 넘게 해왔다. 수골실에서 유골을 수습하던 그가 멈춘 것은 한 시간쯤 지나서였다. 그는 천천히 다시 확인했다. 두 번, 세 번.
"이게 왜 두 개야."
오씨의 눈이 가늘어졌다. 오래 일한 사람의 눈이었다. 그는 복도로 나가 핸드폰을 꺼냈다.
그 순간 복도 끝에서 진수가 오씨를 보았다. 오씨가 번호를 누르는 것을 보았다.
진수는 주차장으로 걸어가며 선수에게 전화했다. 낮고 빠른 목소리로 말했다.
"화부가 알았어. 지금 나와."
7.
차는 북쪽을 향해 달렸다.
해가 졌다. 뒷좌석에는 귀금속이 든 가방이 놓여 있었다. 라디오에서 뉴스가 흘러나왔다. 한명준 전 회장 장례식이 엄수되었고, 장례 관련 직원 한 명이 연락이 두절되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는 소식이었다. 선수가 라디오를 껐다.
침묵이 차 안에 가득 찼다.
선수는 형의 재킷 주머니를 보았다. 반지는 형이 갖고 있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처음 성경책의 봉투를 형에게 내밀었던 날부터, 형은 언제나 그것을 쥐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자신은 언제나 그것을 내미는 사람이었다.
"형. 반지."
"응."
"나한테 줘."
"나한테 있는 게 안전해."
"무슨 기준으로 형한테 있는 게 안전해?"
진수는 조용히 하라고 했다. 선수의 목소리가 올라갔다. 처음부터 형이 눈 감자고 했다고, 성경책 그때부터 형이 시작한 거라고. 진수가 차갑게 말했다.
"넌 신고 안 하고 나한테 먼저 보여줬잖아."
선수는 말이 막혔다. 그 말이 맞기 때문에. 그리고 그 말이 틀리기 때문에.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사람. 박기준이. 그건 내가 한 거 아니야. 형이 시킨 거잖아. 같이 넣자고 한 거 형이잖아."
"그래."
"그래? 그게 다야?"
"달라지는 게 있어?"
선수는 형의 옆얼굴을 보았다. 형은 도로만 보고 있었다. 이십오 년 동안 시신 앞에서 흔들리지 않던 얼굴. 그 얼굴이 지금 선수를 향하지 않았다. 선수는 그 순간 깨달았다. 형은 처음부터 준비가 되어 있었다. 성경책을 열었을 때부터가 아니라, 어쩌면 그보다 훨씬 전부터.
선수가 형의 재킷을 잡아챘다.
"반지 내놔!"
차가 흔들렸다. 진수가 핸들을 잡으려 했지만 선수가 놓지 않았다. 좁은 차 안에서 두 사람은 멱살을 잡았다. 형제의 목소리가 뒤엉켰다. 헤드라이트가 가드레일을 향했다. 경고음이 울렸다. 진수가 핸들을 꺾으려 했지만 너무 늦었다.
굉음.
가드레일이 찢겼다. 차가 경사면을 굴렀다. 금속이 부서지는 소리. 유리가 깨지는 소리. 귀금속들이 쏟아지는 소리.
그리고 정적.

8.
다음 날 새벽, 안개 속에서 구조대가 도착했다.
전복된 차 안에는 수많은 귀금속에 파묻힌 진수가 있었다. 조수석은 비어 있었다. 문이 열려 있었다. 진수의 손은 귀금속들 사이에 펼쳐져 있었다. 반지는 없었다.
같은 시각, 사고 현장 인근 숲에서 선수는 비탈을 기어올랐다. 온몸이 피투성이였다. 그의 손에는 반지가 쥐어져 있었다. 나무를 잡고 겨우 일어서서, 숲 사이로 스미는 희미한 새벽빛 속에서 반지를 들여다보았다. 핑크 다이아몬드. 새벽빛을 받아 차갑게 빛났다. 그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리고 얼마나 무거운지.
손이 떨렸다.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선수는 숲 속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숲에서 사흘을 버텼다. 경찰이 발견했을 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
진수는 장례식에 가지 못했다.
자격이 없었다. 아니, 무서웠다. 그는 이십오 년 동안 타인의 마지막을 정리해왔지만, 동생의 마지막만큼은 보지 못했다. 연고자 없음으로 처리된 동생의 묘가 어느 구석진 공동묘지에 있다는 것을 그는 나중에야 알았다.
9.
사고로부터 일 년이 지났다.
장례지도사 면허는 취소됐다. 조사가 시작됐을 때 진수는 먼저 던졌다. 어차피 오래 못 버텼을 것이었다. 그는 재개발 구역의 파묘꾼이 되었다. 철거되는 골목의 경계에 놓인 무연고 공동묘지들. 이장 안내 현수막이 바람에 펄럭이는 곳. 진수는 낡은 점퍼를 입고 삽을 들었다.
살이 빠졌다. 눈빛이 흐려졌다. 그러나 손만큼은 여전히 익숙했다. 이십오 년의 손이었다.
이 일을 택한 것은 벌이 때문만이 아니었다. 죄 지은 놈이 죽은 사람 곁에 있어야 한다는, 스스로도 믿지 않는 이상한 논리가 있었다. 동료 파묘꾼 천씨 노인은 진수의 손을 보고 익숙하다고 했다. 진수는 예전에 비슷한 일을 했다고만 말했다. 천씨는 더 묻지 않았다.
밤이면 잠들지 못했다. 눈을 감으면 영안실이 보였다. 관 뚜껑이 보였다. 박기준의 얼굴이 보였다. 선수의 손이 보였다. 침대 옆 작은 선반에는 사진 한 장이 있었다. 두 형제가 나란히 설렁탕집에 앉아 있는 사진. 누가 찍어줬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진수는 사진을 뒤집어 놓곤 했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뒤집었다. 사진 속 선수는 웃고 있었다.
10.
그날 아침, 이장할 목록을 확인하던 진수의 손가락이 멈췄다.
번호들 사이에 이름이 있었다. 이선수. 1983 — 2026. 연고자 없음 처리된 묘. 재개발 구역에 편입된 공동묘지의 가장 구석진 자리에 있었다.
진수는 오래 종이를 내려다보았다. 종이가 손에서 미세하게 떨렸다.
묘는 묘지 구역 끝자락에 있었다. 작은 봉분. 묘비에 이름만 있었다. 진수는 그 앞에 서서 한참을 움직이지 못했다. 이십오 년 동안 수천 명의 마지막 앞에서 흔들리지 않았던 사람이, 동생의 이름 석 자 앞에서 무릎이 꺾였다. 그는 흙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말이 나오지 않았다. 말이 없는 게 아니라, 말이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눈물이 떨어졌다. 닦지 않았다. 흙에 떨어진 눈물 자국은 금방 스며들었다. 마치 처음부터 거기 있었던 것처럼.
그날 밤 진수는 컨테이너 숙소에서 사진을 꺼내 오래 들여다보았다.
설렁탕집에 앉아 웃고 있는 선수. 사진 속 진수의 표정은 웃음도 아니고 슬픔도 아닌, 지금 이 얼굴과 닮아 있었다. 그 시절에도 이미 이 얼굴이었다는 것을, 진수는 처음으로 알았다.
11.
다음 날 아침, 천씨가 진수를 찾았다.
"이 씨! 이 씨!"
대답이 없었다. 천씨는 묘지 구역을 둘러보다 발걸음을 멈췄다.
이선수의 봉분 앞. 흙이 파여 있었다. 그러나 어수선하지 않았다. 정갈하게, 오랜 숙련자의 손으로 다듬어진 것처럼, 봉분이 열려 있었다. 천씨는 천천히 다가갔다.
열린 무덤 안에 관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이진수가 누워 있었다.
눈을 감고 있었다.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있었다. 마치 스스로 염을 한 것처럼. 이십오 년 동안 타인의 마지막을 정리해온 손이, 마지막으로 자기 자신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표정이 있었다.
평온했다.
천씨는 말을 잃었다. 한참 서 있다가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모아진 진수의 손 안에 무언가가 쥐어져 있었다. 낡은 사진이었다. 설렁탕집에 나란히 앉아 있는 두 형제. 선수는 웃고 있었다. 진수는 지금 이 얼굴과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새벽빛이 묘지 위로 서서히 번졌다. 포클레인이 멈춰 있었다. 바람이 불었다. 잡초가 흔들렸다.
열린 무덤 하나가 그 풍경 속에 있었다. 작고, 조용했다.
두 형제는 마침내 말이 필요 없었다. 죽은 사람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
"산 사람보다 죽은 사람이 편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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