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엔딩산업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일본의 엔딩산업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의 엔딩산업이 장례식, 묘지, 납골, 장례용품처럼 사망 직후 발생하는 서비스를 중심으로 형성됐다면, 최근에는 그 범위가 생전의 생활관리에서 사후의 행정·상속·디지털 유산·유품·주거 문제까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그 변화가 한눈에 드러나는 곳이 바로 제12회 엔딩산업전 2026이다.
2026년 9월 10일부터 11일까지 도쿄 아리아케 GYM-EX에서 열린 이번 전시회는 주최 측이 사전에 200개사 규모를 예고했고, 전년도(163개사·1만3천여 명 방문)를 넘어서는 스케일로 진행됐다. 주최 측은 엔딩산업전을 장례·매장·공양·상속 등 종활산업 전반의 최신 설비와 서비스가 모이는 일본 최대 규모의 전문 전시회로 소개하고 있으며, 올해 전시의 주요 과제 역시 장례의 단가 향상만이 아니라 업무 효율화, 고객 확보, 인력 확보, 토지 활용 등으로 확대됐다. 전시장을 관통하는 변화는 분명하다. 일본의 엔딩산업은 더 이상 '장례를 파는 산업'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죽음을 계기로 발생하는 삶의 마지막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는 산업으로 변하고 있다.

1. 엔딩노트는 종이가 아니라 '작동하는 시스템'이 되고 있다
최근 일본의 엔딩노트 변화를 살펴보면 중요한 흐름 하나가 발견된다. 엔딩노트가 단순히 자신의 희망사항을 기록해 두는 수첩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제12회 엔딩산업전에는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서비스들이 등장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GOOSE다. 홈넷이 선보인 GOOSE는 스마트폰의 일상적인 이용 과정에서 이상 징후를 감지하는 '지켜보기' 기능과 함께 65개 항목의 종활·일상 정보를 디지털로 관리하는 로그노트 기능을 갖추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정보 공개 방식이다. 평상시에는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 필요한 경우에는 가족에게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상시 공개'와 '유사시 공개'의 구조를 갖췄다. 이것은 기존의 엔딩노트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종이에 "내가 죽으면 이 계좌를 정리해 달라"고 적어놓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누가 그 노트의 존재를 알고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 실제로 필요한 정보를 찾을 수 있는지, 그리고 사망 이후 누가 실행할 것인지까지 연결되어야 한다. 엔딩노트의 문제는 이제 '무엇을 쓸 것인가'에서 '어떻게 전달되고 실행되게 할 것인가'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2. '생전에서 사후까지'를 하나의 서비스로 묶는다
이번 전시에서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메모리스다. VerticallimIT가 공개한 '메모리스'는 건강한 시기의 준비에서 사망 이후의 실무까지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종활 플랫폼을 표방한다. 회사는 기존의 종활 서비스와 엔딩노트가 사후 절차나 자산 정리에 집중해 왔다고 보고, 생전의 건강관리와 사후의 구체적인 절차를 연결하는 모델을 제시했다.
여기에서 중요한 개념은 '동시 관리'다. 건강할 때 자신의 정보를 관리하고, 자신의 의사를 기록하고, 가족에게 전달할 정보를 정하고, 이후 실제 사망이 발생했을 때 필요한 절차로 연결하는 것이다. 결국 엔딩노트는 책상 서랍 속에 보관되는 문서가 아니라 사람의 생애 마지막 과정에 실제로 개입하는 플랫폼으로 변하고 있다. 이는 일본의 엔딩노트가 최근 '죽음 준비'에서 '삶의 설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3. 디지털 유산은 새로운 '상속재산'이 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분야가 디지털 유산이다. GOODREI가 공개한 '디지·타쿠셀'은 디지털 자산을 생전에 정리하고, 사망 이후 본인의 의사와 계약에 따라 필요한 정보를 승계하거나 삭제하는 서비스다. 문제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오늘날 한 사람의 스마트폰에는 은행계좌나 증권계좌뿐 아니라 사진, 메시지, 업무자료, 검색기록, SNS, 구독서비스, 암호화폐 등 수많은 정보가 들어 있고, 그중에는 가족에게 반드시 전달해야 하는 정보도 있고 반대로 가족에게조차 보여주고 싶지 않은 정보도 있다.
실제로 GOODREI가 40~60대 이상 기혼자 4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자산은 가족에게 남기고 싶지만 스마트폰의 사적인 내용까지 공개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는 '디지털 유산과 프라이버시의 충돌'이 나타났다. 이 문제는 종이 엔딩노트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따라서 앞으로의 엔딩노트는 남길 것, 전달할 것, 삭제할 것을 구분하는 디지털 관리체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4. 죽은 뒤에도 '나와 대화하는' 시대가 시작된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파격적인 분야는 AI다. 한 참가업체가 공개한 '영활AI(永活AI)'는 사진·영상·음성·문서뿐 아니라 한 사람이 살아오면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가치관과 경험을 바탕으로 AI를 구축하고, 가족이 그 AI와 대화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표방한다. 이번 엔딩산업전에서 처음 공개됐으며, 현장에서 실제 대화형 AI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기술이 실제로 얼마나 보급될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산업적 의미는 상당하다. 기존의 추모는 사진과 영상, 유품, 편지 등을 통해 이루어졌지만, AI를 이용하면 고인의 생전 기록과 가치관을 기반으로 '대화'라는 새로운 추모 방식이 등장한다. 예컨대 자녀가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 "아버지라면 이럴 때 어떻게 했을까?"라고 묻는 상황을 상상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을 실제 고인의 부활이라고 볼 수는 없다. AI가 재현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생전에 남겨진 자료와 설정된 정보에 기반한 가상의 응답이다. 그럼에도 엔딩산업의 관심이 '고인의 시신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서 '고인의 기억과 가치관을 어떻게 남길 것인가'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게 보여준다.
5. 장례식장은 디지털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AI와 디지털 기술이 장례식 자체에도 들어오고 있다. 사이칸시스템은 AI로 사진을 움직이는 기술, 메타버스 영묘, 3D 공간 스캐너와 함께 반려동물 전용 아쿠아메이션 장치를 선보였다. 아쿠아메이션은 불 대신 물과 알칼리 용액으로 유체를 분해하는 친환경 장송 기술로, 해외에서는 사람에게도 적용되는 사례가 있지만 일본에서는 아직 사람을 대상으로 한 법적 정비가 이뤄지지 않아 현재로서는 반려동물 화장 영역에서 먼저 상용화되고 있다. 화장 특유의 연기·냄새 문제를 해소해 도심 시설에서도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이 이 기술의 핵심 강점으로 꼽힌다.
한편 TOIVENOI는 LINE 미니앱과 CRM을 결합해 장례업무를 디지털화하는 한편 디지털 종활서비스와 AI 영정사진 생성기 등을 제시했다. 사이칸시스템의 기술이 유체·공간 자체를 다루는 하드웨어형 혁신이라면, TOIVENOI는 고객 접점과 데이터를 관리하는 소프트웨어형 혁신에 가깝다. 장례식장의 변화는 단순히 무인화나 자동화의 문제가 아니다. 고인의 사진과 영상, 가족의 기억, 온라인 공간, 고객관리 데이터가 하나의 장례 서비스 안으로 들어오면서, 장례는 물리적인 공간에서만 이루어지는 행사가 아니라 디지털 정보가 결합된 복합적인 경험으로 바뀌고 있다.

6. 장례회사의 경쟁력은 '장례를 잘 치르는 것'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이번 전시를 보면 장례업체를 위한 업무지원 서비스도 상당히 많다. 예를 들어 신카(シンカ)의 '카이쿠라'는 전화·대면·메일·SMS·LINE 등 고객과의 여러 접점을 하나의 클라우드에서 관리하고, 생성AI를 활용해 상담 내용의 문자화와 요약 등을 지원한다. 또한 신쿠에이토(シンクエイト)는 고객관리부터 견적·청구까지를 클라우드에서 관리하는 장례업무 시스템을 선보였다.
이는 일본 장례업계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와 관련된다. 고령화와 인구감소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장례 건수는 늘어날 수 있지만, 장례업체에서 일할 사람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경쟁은 '누가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할 것인가'보다 '누가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은 업무를 안정적으로 처리할 것인가'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AI와 클라우드가 장례산업에 들어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7. 묘지와 사찰도 새로운 사업모델을 찾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눈여겨볼 또 하나의 흐름은 토지와 공간의 재활용이다. 오라(オーラ)는 사찰의 유휴부지에 트레일러하우스를 설치해 숙박시설, 워크스페이스, 지역교류 공간, 재난대피 장소 등으로 활용하는 사업을 소개했다. 이는 단순히 사찰의 부수입을 만드는 문제가 아니다. 인구감소와 가족구조 변화로 기존의 묘지와 사찰이 유지되기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죽음과 관련된 공간을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다시 사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묘지도 마찬가지다. 이번 전시에서는 묘지 관리와 원격 참배, 묘역 관리 등의 서비스가 등장했다. 묘지에 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사람을 대신해 참배하거나 LINE 등을 이용해 원격으로 묘지를 관리하는 방식이다. 묘지는 더 이상 '한 번 분양하면 끝나는 공간'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8. 유골의 처리 방식도 다양해진다
장례산업이 변하면서 유골을 어떻게 남길 것인가에 대한 선택지도 확대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유골을 결정체로 가공해 주얼리나 오브제로 남기는 한국 기업 LUCETE가 참가했고, 알고르단자 재팬은 유골이나 모발을 이용해 메모리얼 다이아몬드를 제작하는 서비스를 소개했다.
전통적인 선택지는 납골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납골에 두지 않고, 유골 자체를 새로운 형태로 바꾸는 방식이 하나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는 한국에서도 앞으로 중요한 논점이 될 수 있다. 특히 화장률이 높은 사회에서는 '화장 이후 유골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장례의 마지막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엔딩산업의 핵심 시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

9. 유체 관리와 장례현장의 전문화도 계속된다
한편 이번 전시가 전통적인 장례산업을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존 분야에서는 전문성이 더욱 세분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통미는 연간 1만5천 건의 실적을 바탕으로 유체 전용 케어 제품군 'RINNE'를 선보였다. 부패취와 사후 변화를 단순히 감추는 것이 아니라 보존·보습·탈취 등을 통해 관리하는 제품이다.
이는 장례산업의 또 다른 변화를 보여준다. 장례가 단순한 의례가 아니라 유체 관리, 보존, 복원, 운송, 위생, 환경관리 등 전문 서비스의 결합체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전문안치센터나 유체호텔과 같은 새로운 사후관리 인프라 역시 이러한 국제적 흐름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10. 일본의 엔딩산업은 '죽음의 순간'을 넘어가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발견되는 여러 서비스를 하나의 그림으로 연결하면 상당히 흥미로운 구조가 나타난다. 한 사람의 삶을 따라가 보면, 생전에는 건강관리에서 시작해 엔딩노트, 디지털 자산 정리, 상속 설계, 주거·부동산 정리로 이어지고, 임종과 사망의 국면에서는 안부확인, 사망, 장례, 유체 관리, 화장·매장·새로운 장송 방식이 뒤따르며, 사후에는 상속, 디지털 유산, 유품·주거 정리, 묘지·납골 관리, 추모, 그리고 고인의 기억과 가치관의 보존으로 마무리된다.
과거의 장례산업은 이 가운데 '장례'라는 한 구간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일본에서 등장하는 서비스들은 이 모든 단계를 연결하려 한다. 바로 이 점이 제12회 엔딩산업전 2026이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변화다.
엔딩산업은 '죽음을 파는 산업'이 아니다
이번 전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장례용품보다 오히려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AI, 클라우드, 디지털 유산, 상속, 부동산, 빈집, 유품, 건강관리, 묘지관리, 기억의 보존, 그리고 가족과의 관계다. 이것들은 모두 장례식 그 자체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한 사람의 죽음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모두 연결되어 있다. 사람이 죽으면 장례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계좌가 남고, 스마트폰이 남고, 집이 남고, 물건이 남고, 관계가 남고, 기억이 남는다. 일본의 엔딩산업은 이제 바로 이 '남겨진 것'을 향하고 있다.

엔딩노트의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
이 변화는 최근 일본에서 나타나는 엔딩노트의 변화와도 정확히 연결된다. 과거의 엔딩노트가 "내가 죽으면 이렇게 해주세요"라는 사후 지시서에 가까웠다면, 새로운 엔딩산업이 만들어내는 것은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그리고 내가 떠난 뒤 무엇이 어떻게 이어질 것인가"라는 훨씬 넓은 질문이다.
그래서 엔딩노트 역시 변할 수밖에 없다. 무엇을 장례식장에서 할 것인지뿐 아니라, 어떤 정보를 남길 것인지, 무엇을 가족에게 전달할 것인지, 무엇을 삭제할 것인지, 누가 사후 절차를 실행할 것인지, 집과 재산은 어떻게 할 것인지, 디지털 흔적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그리고 나의 기억과 가치관을 어떻게 남길 것인지까지 포함해야 한다. 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전달되어야 하고, 실행되어야 한다. 이번 제12회 엔딩산업전 2026은 바로 그 변화를 산업의 언어로 보여주고 있다.
맺으며
제12회 엔딩산업전 2026을 단순한 일본의 장례박람회로 바라보면 많은 것을 놓치게 된다. 이곳에서 만나는 기업들은 죽은 사람을 위한 관이나 장례용품만을 만들고 있지 않다. 누군가가 살아 있을 때부터 정보를 관리하고, 죽음에 대비하고, 사망 이후 가족이 겪게 될 행정과 상속을 처리하고, 디지털 흔적을 정리하고, 남겨진 집과 물건을 처리하고, 고인의 기억을 보존하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결국 산업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장례에서 엔딩으로. 그리고 엔딩에서 다시 삶 전체로. 일본 엔딩산업의 다음 경쟁은 누가 더 화려한 장례를 만들어내느냐가 아니라, 한 사람의 죽음으로 발생하는 수많은 문제를 누가 더 잘 연결하고 해결하느냐에 달려 있는지도 모른다. 제12회 엔딩산업전 2026은 그 변화의 방향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무대였고, 그 무대에서 가장 크게 보이는 단어는 의외로 '장례'가 아니었다. 삶, 정보, 가족, 재산, 기억 그리고 사후의 실행이다.
| 민간에 맡겨진 죽음 (1) | 2026.09.05 |
|---|---|
| 한국장례문화진흥원 통합은 장사행정의 퇴행인가 (0) | 2026.09.04 |
| 화장 유골이 '가루'에서 '돌'이 되던 날 (1) | 2026.09.02 |
| 면허로 지키는 나라, 신뢰로 버티는 나라 - 미국과 영국의 장례지도사 제도 (0) | 2026.09.01 |
| "시험 없는 국가자격, 학원만 배 불린다" (0) | 2026.08.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