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직업, 정반대의 규제. 미국은 면허 없이는 개업조차 못 하게 막아두었고, 영국은 원한다면 오늘 당장 장례업을 시작할 수 있다. 언뜻 보면 완전히 다른 두 체계지만, 두 나라 모두 공통으로 지키려는 것이 있다. 자격증을 몇 장 발급했느냐가 아니라, 그 자격을 현장에서 실제로 믿을 수 있느냐다.
한국은 어느 쪽에 가까울까. 법적으로는 미국처럼 국가자격 제도를 갖추고 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교육과 평가를 민간 교육원이 사실상 자체적으로 틀어쥔 구조가 오래 이어져왔다. 국가가 표준을 정하고 검증하는 게 아니라, 교육원이 커리큘럼을 짜고 교육원이 평가하고 교육원이 수료증을 내주는 구조다. 이 글에서 살펴볼 미국과 영국의 사례는, 이런 구조가 왜 한계에 부딪히는지 - 그리고 그 한계를 넘은 나라와 넘지 못한 나라가 어떻게 갈렸는지를 보여주는 참고선이 될 수 있다.
미국. 51개 주, 51개의 면허 왕국
미국은 독일식 국가 단일 설계와는 다르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엄격하다. 하나의 직업을 국가가 통째로 설계하는 대신, 50개 주와 워싱턴DC 등 51개 관할권 전부가 각자 면허를 발급하고 관리한다. 면허가 없으면 어느 주에서도 합법적으로 영업할 수 없다.
면허를 따려면 세 개의 관문을 순서대로 통과해야 한다.
1단계, 교육. 미국장례서비스교육위원회(ABFSE)가 인증하는 시신과학(mortuary science)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한다. 준학사(2년) 또는 학사(4년) 과정이며, 방부처리·회복미용술·장례서비스법·애도상담·경영학까지 커리큘럼이 촘촘하다.
2단계, 국가시험. 국제장례서비스시험위원회(ICFSEB)가 주관하는 국가고시(NBE)를 봐야 한다. 창의적 영역(Arts)과 기술적 영역(Sciences) 두 섹션을 모두 통과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3단계, 현장 수습. 대부분의 주는 1~2년의 감독 아래 실무 수습을 요구하고, 일부 주는 최대 3년까지 요구한다.
교육 시작부터 면허 취득까지, 보통 3~5년이 걸리는 셈이다.
같은 나라 안에서도 다른 온도차
문제는 이 기준이 주마다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는 공인 과정 이수, 1년 수습, 주·전국 두 시험을 모두 요구한다. 뉴욕은 공인 과정과 국가고시에 더해 1년 레지던시를 얹는다. 텍사스는 공인 과정, 국가고시, 주법 시험에 2년 수습까지 요구하며 가장 까다로운 축에 속한다.
반대편 끝에는 콜로라도가 있다. 방부처리나 장례지도 자체에 아예 면허를 요구하지 않고, 자율 인증만 운영한다.
미국이 진짜로 지키는 것은 '자격'이 아니라 '가격'
여기가 독일·한국식 제도와 미국이 가장 크게 갈라지는 지점이다. 전문성 자격 규제는 주가 맡지만, 소비자 가격 보호는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별도로 직접 규제한다.
1984년 4월 30일 발효된 FTC의 '장례 규칙(Funeral Rule)'은 장례업체가 소비자에게 정확하고 항목화된 가격 정보를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못 박았다. 이전에는 방부처리가 법적으로 항상 필요하다고 거짓 안내하거나, 항목별 가격 공개를 거부하거나, 원치 않는 상품을 억지로 묶어 파는 관행이 흔했는데, 이 규칙이 대부분 걷어냈다.
이 규칙은 선언에 그치지 않는다. 위반 시 과태료가 4만 달러를 넘을 수 있고, FTC는 매년 잠입 조사로 준수 여부를 점검한다. 적발된 업체는 전미장례지도사협회(NFDA)가 운영하는 '장례규칙위반자프로그램(FROP)'에 참여해 법률 검토와 교육·시험·모니터링을 받는 조건으로 민사처벌을 면제받을 수 있다.
정리하면 미국은 "누가 장례지도사가 될 수 있는가"는 주가, "장례지도사가 소비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는 연방정부가 나눠서 맡는 이원 구조다.

영국. 법적으로는 아무 자격도 필요 없다
영국은 정반대 극단이다. 잉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에서 장례지도사는 아무 자격도 면허도 없이 개업할 수 있는 직업이다. 면허, 등록, 점검을 의무화하는 법적 요건이 전혀 없다 보니 업체마다 관리 수준이 천차만별이고, 어떤 곳은 매우 높은 기준으로 운영되지만 어떤 곳은 그렇지 못하다.
더 큰 문제는 이 사실을 소비자 대부분이 모른다는 것이다. 2020년 영국 경쟁시장청(CMA)의 장례시장 조사는 대다수 사람이 장례지도사가 규제받는 직업이라고 잘못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례업체 Dignity가 2017년 실시한 조사에서는 장례를 치른 2,000명 이상 응답자 중 92%가 이 업종이 무규제 상태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답했다.
법이 비운 자리, 협회가 채우다
법이 없는 자리를 채우는 건 결국 업계 협회다. 전국장례지도사협회(NAFD)는 영국 장례업 최대·최다 회원 단체로, 독립·가족경영 업체부터 협동조합, 대형 그룹까지 4,000곳 이상이 회원으로 있다.
NAFD의 교육 체계는 계단식이다. 최상위 자격인 '장례지도 디플로마(DipFD)'는 전국 표준 레벨 3에 맞춰 12~15개월이 걸리는데, 응시하려면 먼저 하위 단계인 '장례주선·행정 디플로마'부터 마쳐야 한다. 응시 자격 자체도 최소 6개월 이상 업계 경력과 주 16시간 이상 근무가 전제조건이다. 2022년에는 이 과정이 원어드(OneAwards) 인증을 받아 레벨 4(고등국가자격증 수준)로 격상됐다.
여기에 영국 장례지도사협회(BIFD)가 그리니치대학교 인증으로 운영하는 별도 자격 체계, 영국방부처리사협회(BIE)가 발급하는 방부처리 자격(MBIE, 2~3년 소요)까지 병존한다. 국가가 아니라 경쟁하는 여러 민간 협회가 각자 자격증 체계를 운영하는 시장에 가까운 셈이다.
위기가 규제를 앞당기다
이 느슨한 균형이 흔들린 건 실제 사건 때문이었다. 2024년 헐(Hull) 지역 한 장례업체에 대한 험버사이드 경찰 수사에서 업주가 적법한 매장 방해 30건을 포함해 64개 혐의로 기소됐다. 별도로 진행 중이던 데이비드 풀러 사건 조사위원회도 2024·2025년 보고서에서 잉글랜드 장의사에 대한 독립적 법정 규제 체계를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고 권고하며, 현재 장례 부문이 사실상 '무규제 자유방임 상태'라고 결론지었다.
그런데도 잉글랜드 정부의 대응은 신중하다. CMA가 점검·등록 기구 설립을 권고했지만 정부는 전면 규제가 효과적이거나 비례적이지 않을 수 있다며 자율규제가 더 적절하다고 답했다. 업계 단체 SAIF도 케어품질위원회(CQC) 같은 법정 규제기구가 세워지면 비용이 과도해져 소규모 독립업체가 타격을 입는다며 반대해왔다.
스코틀랜드만은 다른 길을 걷는다
영국 안에서 유일하게 스코틀랜드는 법정 규제로 넘어갔다. 계기는 또 다른 스캔들이었다. 애버딘 화장장에서 아기들이 무관한 성인과 함께 화장된 '아기 유골 스캔들'이 드러난 뒤, 2016년 3월 스코틀랜드 의회는 매장·화장법(스코틀랜드) 2016을 통과시켜 규제 모델을 세웠다. 스코틀랜드 최초의 장례지도사 감독관이 임명돼 업계 전반을 검토하고 규제·면허제 도입 여부를 권고하는 임무를 맡았고, 지금은 법정 감독관 제도와 의무적 행동강령, 전 장례지도사 등록제로 나아가고 있다.
같은 영국 안에서도 스코틀랜드는 국가 개입형에, 잉글랜드는 여전히 자율규제형에 가깝다.
한국의 장례지도사 제도에 던지는 질문
미국은 면허와 시험으로, 영국은 오랫동안 업계 자율규제로 전문성을 관리해왔다. 방식은 정반대지만 두 나라가 던지는 질문은 결국 하나다. 자격제도의 목적은 자격증을 발급하는 데 있지 않고, 그 자격을 믿을 수 있게 만드는 데 있다.
한국은 이미 국가자격인 장례지도사 제도를 갖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구조로는 그 신뢰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현재는 민간 교육원이 교육부터 평가까지 사실상 자체적으로 틀어쥐고 있는 구조다. 국가가 표준을 정하고 검증하는 게 아니라, 교육원이 커리큘럼을 짜고 교육원이 평가하고 교육원이 수료증을 내주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구조에서는 교육의 질이 아니라 교육원의 매출이 성과 지표가 될 위험이 있다.
이 한계를 넘기 위해 세 가지 대안이 거론된다.
첫째, 개방형 국가시험 체계. 교육원 이수를 의무 조건에서 빼고, 학력·경력 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학원 종속을 끊어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지만, 이론 시험만으로는 현장 실기 역량을 검증하기 어렵다는 점이 숙제로 남는다.
둘째, 도제식 현장수습 제도. 기존 장례지도사 밑에서 일정 기간 실무를 익히면 자격을 인정하는 방식이다. 실무 역량을 가장 직접적으로 검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전국에 수습 자리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지, 수습생을 받아줄 현직자 인센티브를 어떻게 설계할지가 관건이다.
셋째, 공공 표준교육센터. 지자체나 보건복지부가 직접 교육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민간 교육원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표준 커리큘럼을 만들 수 있지만, 전국 단위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드는 예산과 시간이 만만치 않다.
세 가지 모두 나름의 장점과 숙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방식이 무엇이든 공통으로 짚어야 할 지점은 하나다. 최종 검증의 권한을 국가가 쥐지 않는 한, 어떤 경로를 택해도 근본적인 개혁은 불가능하다. 지금처럼 교육원이 교육과 평가를 동시에 맡는 구조를 그대로 둔 채 대안만 얹으면, 이름만 바뀐 또 다른 자체평가 시스템이 될 뿐이다.
결국 필요한 건 더 많은 지원이 아니라 더 엄격한 검증이다. 국비가 투입되는 교육이라면, 몇 명이 자격증을 땄는지가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유족을 제대로 응대하고 장례를 수행할 전문인력을 얼마나 길러냈는지를 물어야 한다. 그리고 그 질문에 답할 권한은 교육원이 아니라 국가가 가져야 한다.
자격증의 숫자가 아니라 현장 정착률, 교육의 규모가 아니라 전문성의 수준. 그리고 그 기준을 세우고 확인하는 주체가 민간이 아니라 국가여야 한다는 것. 이것이 한국 장례지도사 제도가 지금 넘어야 할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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